우신예찬 열린책들 세계문학 182
에라스무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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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중의 고전이 아닐까? 1511년이면 우리 조선의 중종 시대쯤 되는데, 그 시절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에라스 무스'는 세상과 군주와 종교지도자를 우롱하는 이런 책을 썼다. 성직자의 사생아로 태어나 수도원에서 양육된 그는 사제가 되었지만 전 유럽을 돌며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대표적인 성과물인 이 책을 발간하는데, 원래는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의 집에 머물며 그에게 쓴 편지글이었다고 한다.

막연하게 신을 조롱하는 것, 종교 자체를 비판한 것쯤으로 여겨왔던 나의 무지는

신에 대한 비판이 아닌, 가톨릭 교회와 성직자들, 군주를 조롱하는 이 책을 읽으며 500년 후인 지금의 정치, 종교, 그리고 국가에 대한 시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역시 고전의 힘, 위대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떤 묘사는 장난기 어리고 재치가 넘치나, 성서와 신화들, 철학자들의 사상들에 대해 넘나듦에 있어 사전 지식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에라스 무스'가 그간 지인들과 나누던, 혹은 서신으로 주고받고, 격언 집에도 쓰였던 자신의 생각들에 대한 반응에 힘입어 이 책을 발간하면서 미리 걱정하는 내용과, 또 책의 발간에 따른 교황청의 금서 조치와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으므로 교화 또는 훈계일 뿐이고, 글의 가벼움과 장난스러움을 보아서 남을 괴롭히기보다는 오직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일종의 우스개 소리쯤으로 여겨달라는 그런 당부들이 서한문으로 서두와 부록에 첨부되어 있다.

삶의 목적이 유쾌함의 추구이며, 인간은 원래 어리석은 존재임을, 그리하여 바보, 멍청이란 호칭조차 아름답고 행복한 존재를 칭함이라고 여기는 그는 학식을 갖춘 재치 넘치는 풍자로, 자화자찬의 연설을 한다. 그리고 이 연설문을 '토머스 모어'에 헌정함을 밝혀둔다.

기 자신, '우신'은 '부유'라는 신인 아버지와 '청춘'이라는 신인 어머니의 혼외 결합으로 탄생해서, 행복한 섬에 살고 있는데, 태어나자마자 울지 않고 활짝 웃었노라며 요정들의 젖을 먹었고, '자아도취', '아부', '망각', '태만', '환락', '경솔'이란 이름의 계집종들과 '인사불성', '광란 축제'라는 이름의 머슴들 도움을 받으며 자라났다고 밝힌다.

자신, 즉 '우신'의 개입으로 이루어지는 인간들의 일을 나열하며 그 시대의 사회 전반에 걸친 여러 상황들의 적나라한 풍자와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오히려 어리석음은 칭송하고 현자들은 비난을 하며, 신을 비판하기 보다 신의 뜻을 왜곡하고 허세에 찌든 성직자들과 군주들을 비판한다.

이 책이 종교 개혁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나, 정작 '에라스 무스'는 종교개혁에의 참여를 거부했다고, 자신은 교회를 비판할 뿐, 기존 체제에 반기를 들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지막 연설에서 「같이 마시고 다 기억하는 놈을 나는 증오한다」는 말을 바꿔 「다 기억하는 청중을 나는 증오한다」고.. 그러므로 청중들이여 자신의 연설을 기억하지 말고, 박수치고, 행복하고, 붓고, 마시라고 한다. 그 책을 공들여 읽던 나를 비롯 연설을 듣던 청중들도, 그리고 자신까지도 그렇게 조롱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농담이었으니 너무 심각하지 말자는 것인데, 자신은 가볍다고 했으나 이 우스갯소리가 그 시대나 지금이나 그리 가 벼울리는 없었을 테고... 절대 농담일 수도 없는...

만약 누군가 하늘 높은 전망대에서 인생을 내려다본다고 한다면----- 아무튼 인간 삶이 얼마나 많은 재앙들로 피폐하고 가련한지, 출생은 얼마나 불결한지, 양육은 얼마나 힘겨운지, 소년은 얼마나 많은 불의에 노출되어 있는지, 청년은 얼마나 많은 노고를 겪어야 하는지, 노년은 얼마나 고단하며, 죽음은 얼마나 엄연한 운명인지, 하여 인생을 살아가는 내내 얼마나 많은 질병들이 떼를 지어 덤벼들며, 얼마나 많은 불운들이 위협하며, 얼마나 많은 재난들이 닥치는지를 알게 될 것이며, 경험하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지독하게 쓰디쓴 시련뿐임을 보게 될 것입니다
- P75

인간보다 불행한 동물은 없노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유인즉 여타의 동물들은 자연이 부여한 한계에 만족하고 있는 반면, 인간만은 유별나게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애쓰기 때문이랍니다
- P85

사람들은 거짓에 속는 것이 불행한 일이라 합니다만, 실은 거짓에 속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불행입니다. 인간 행복이 사태의 진상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입니다. 행복은 허상에 달렸습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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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청목 스테디북스 29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강위수 옮김 / 청목(청목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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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아의 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그는 명문가에 태어났으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고모의 손에서 자란다. 고모 역시 부유한 귀족이라 유복하게 자라났으나 전공하던 어학과 법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의 길로 들어섰다.

성욕과 도박에 사로잡힌 그는 쾌락을 즐기다 자기 환멸과 함께 자괴감에 빠짐을 번복하는 삶을 살다가 육군 장교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전역 이후 농민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34세에 18세의 부인을 얻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이상주의자인 그에 반해 아내는 현실주의자였다. 이들 부부는 극명한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8자녀를 두는 등 해로하기는 했지만 저서의 판권 문제 등으로 대립하기도 해서, 말년에 아내와 집으로부터 가출해 여행 도중 사망하기에 이른다.

작품은 '톨스토이'의 우화집 또는 동화집이다. 이미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가 중년의 위기 속에서 자신의 한때 방종을 뉘우치고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의 문제를 숙고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신적 방황과 위기를 겪고 난 뒤 새로운 기독교 윤리관에 입각하여 써낸 것으로, 사랑과 선을 행하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것이라는 교훈을 남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도 가난한 구두장이 '세몬'과 그의 아내 '마트료나'는 낡은 외투 하나를 번갈아 입어가며 살아가는 부부이다.

외상값을 받아 양털 가죽을 사려는 맘을 먹고 시내로 나가지만 외상값도 받지 못하고, 상한 속을 술로 달래며 돌아오던 중 교회 앞에서 만난 벌거숭이를 외면할 수가 없어 자신의 한 벌짜리 외투를 벗어주고 집으로 데려와 살게 된다.

벌을 받고 있던 그 나그네는 '세몬'으로부터 구두 만드는 일을 배우면서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하나씩 깨닫게 되면서 환한 미소로 응답하며 사라진다.

차례로 인간의 내부에는 사랑, 하나님이 사랑이 있고,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자기 육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지식, 즉 죽음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알 수 있는 지식이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사람은 결국 진실한 사랑으로 산다는 것이다.

[사랑과 함께 존재하는 신]

내가 죽고 사랑하는 아들마저도 잃고는 한때 신을 원망하기도 했으나 나이가 들어 착하고 성실한 성품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영적 생활에 정성을 다하는 노인이 매일 읽는 성경 속에서 손님 대접을 소홀히 한 바리새인들의 대목을 읽고 난후 꿈을 꾸고는 이웃에게 온정을 베푸는 이야기이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라는 ..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난한 농부가 땅에 집착하여 사들이다가 어느 마을의 기름진 땅을 사고 싶은 자가 해가 지기 전까지 걸어온 만큼을 무조건 1천 루블에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지런히 걸어 다니지만, 소유에 대한 욕심과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하기 위한 무리 탓에 소유해보지도 못하고 죽어서 실제 그 농부의 시신을 묻을 만큼의 작은 땅만이 필요하더라는..

[바보 이반]

유한 농부에게 세 아들이 있었는데 큰아들 '세몬'은 군인이고, 둘째 아들 '티라스'는 상인이고, 셋째 아들 '이반'은 바보이다. 그리고 딸 '말라냐'는 귀머거리에 벙어리이다.

큰아들, 작은 아들 모두 군인과 상인으로서 성공했다가 위기를 맞고는 여동생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부모를 잘 섬기는 '이반'의 덕에 재기해서 나라의 임금이 된다. '이반'은 공주의 병을 고쳐주어 공주를 아내로 얻고 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직접 농사를 지으며 백성들도 모두 열심히 일하는 나라가 된다.

각자 임금이 되었던 두 형들이 또 망해서 이반을 찾아오게 되는데, '이반'이 다스리는 나라는 온전한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재산도 없고, 세금도 없는 나라이다. 그리고 손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일을 해야만 식탁에 앉을 자격이 있는 '이상적인 국가'이다.

[두 노인]

자 농부 '에핌'과 그의 이웃 '엘리사이'가 노년이 되어 평생의 소원인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이야기이다.' 에핌'은 자신이 없는 동안 남은 가족들이 농사일을 잘 해낼지를 못 미더워 순례를 미루어만 오는데 '엘리사이'는 알아서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하여 함께 여비를 마련하여 먼 길을 떠난다.

여정에서 목이 말라 물을 마셔야 했던 '엘리사이'는 '에핌'을 먼저 보내고 마을로 들어서는데 그곳에서 가난하고 전염병이 걸려 다 죽어가는 가족을 만나서는 자신의 보살핌 없이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며칠을 머물며 그들을 돌보는데 여비를 다 쓰고는 친구를 따라나서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엘리사이'를 기다리면서 성지에 도착한 '에핌'은 수의로 입을 옷에 도장 받느라, 요단강 물을 병에 담느라, 예루살렘의 흙을 싸오느라, 성화가 타는 초를 사 오느라 영세 공양에 이름을 써넣느라 자신의 여비를 쓰고 집으로 향하는 중 친구 '엘리사이와 헤어졌던 마을의 농가를 들르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을 극진히 대접하는 가족에게 자기들이 다 죽어가던 때 어느 노인이 베푼 은혜 덕에 살아나서 누군가에게 베풀고 있다는 일화를 듣고는 1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의문을 갖는다.

하나님은 과연 자신의 봉헌에 흡족하셨을까? 그리고 자신은 몸만 다녀온 것이고, 끝내 도착하지 못한 '엘리사이'는 진정 영혼의 순례를 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깨닫는다. ' 모든 이는 제각기 이 세상에서 죽는 그날까지 자기 의무를 사랑과 선행으로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하나님의 분부이시다.'

[신비한 북소리]

인으로 살던 가난한 '예밀리안'이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처녀와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사는데 그의 아내의 미모에 반한 임금의 훼방을 아내의 지혜와 선함으로 극복하는

[대자]

난한 농부가 귀한 아들을 얻었는데 너무도 가난해서 아무도 아들의 대자, 대모가 되어주기를 꺼리자 상심한 끝에 어떤 나그네가 대자가 되어 주고는 사라지는데 그 아들이 자라나서 대부를 찾아 나선다.

대부의 집에 머물고, 또 잘못하여 그 집에서 나가서는 은자를 만나고 강도로부터 위협을 받으며 얻은 깨달음

자신의 마음이 청결해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생활을 하나님 안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자기의 마음이 열렬히 타올랐을 때 남의 마음에도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작은 악마의 앙갚음]

난했던 농부를 악마가 유혹하여 부자가 되게 하고 잉여의 곡식으로 술을 빚어 먹게 만드는데, 가난했을 때 더 선했고, 남을 돌볼 줄 알았던 농부가 오히려 부자가 되자 그 안에 있던 여우, 늑대, 돼지의 피가 살아나 술을 마시면 짐승이 되어 버린다는 악마입장에서의 교훈.. 잉여에 내재된 타락 이야기

*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국가, 이상적인 종교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지만, 교육수준이 낮은 민중을 계몽하기 위해 썼다는 이 이야기들은 지금도 유효한 교훈을 준다. 사랑과 선에 대하여.. 그리고 기독교인들과 나처럼 늘 방황하는 신앙인들에게는 더욱더, 특히 사랑과 함께 존재하는 신의 마르틴 아부제비치는 노년의 톨스토이 모습이며, 나이 든 내가 살고 싶은 영적 생활의 전형상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만을 생각하고 걱정한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 P41

"모든 이는 제각기 이 세상에서 죽는 그날까지 자기 의무를 사랑과 선행으로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하나님이 분부이시다."
- P171

‘그렇다. 악은 악으로 인해 늘어나는 것이다. 사람이 악한 일을 응징하면 할수록 악은 더욱더 팽창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악을 악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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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사원 - 다른 세상으로 나 있는 창문을 보여주는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5
제인 오스틴 지음, 신미향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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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구해놓고는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그녀의 처녀작이자, 유고작이다.

‘제인오스틴’은 영국 시골마을의 목사 아버지를 둔, 아홉 자녀들 중 7번째의 자녀로 자라났는데 첫사랑에 빠진 후 남자 쪽 집안의 반대로 결혼이 무산되자,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도 한다.

그녀가 탄생시킨 이 책의 주인공 ‘캐서린 몰랜드’는 그녀처럼 시골마을 부유한 목사의 열 자녀들 중 넷째이자 맏딸이다.

이웃에 살고 있는 많은 영지를 소유한 ‘알렌’가의 부부와 사이좋게 지내던 '캐서린' 은 ‘알렌’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휴양 삼아 떠나는 '바스'에 그들부부와 동행하게 된다. 의상 이야기만 하는 '알렌'부인과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캐서린'은 이류 무도회에서 만난 '틸니'라는 남자에게 반하지만 재회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알렌' 부인의 학교 친구였던 '소프'부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딸 '이사벨라'와 급속도로 친분을 쌓는다.

녀들이 찾곤 하는 광천수 홀이라는 곳은 광천수를 마시면서 산책하고,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장소로, 오늘날 카페 같은 곳이 아닌가 한다. 그곳에서 멋진 남자에게 선택되기를 바라는 17-8세가량의 물오른 미모의 아가씨들이 만나고 스치면서 설레는 시간을 보낸다.

'이사벨라'와 걷던 중, 마차에 탄 '캐서린'의 오빠 '제임스 몰랜드'와 '이사벨라'의 오빠 '존 소프'는를 만나는데 그들은 이미 '바스'로 향한 '캐서린'과 '이사벨라'의 교제를 예감했었는데, '제임스'와 '이사벨라'는 커플이 된다.

한편 '존 소프'가 동생 '이사벨라'와 친구 '제임스'의 지지 아래 '캐서린'에게 춤을 청하고 관심을 갖지만, 그녀가 읽는 소설을 한심한 소일거리로 보고 그녀가 관심 없는 말과 마차에 대한 수다만 늘어놓음에 짜증을 느끼는 '캐서린'은 무도회에 나타난 '틸니'와 그토록 기다리던 재회를 하지만, '존소프'와의 선약으로 그와의 춤을 거절해야만 했다.

역시 무도회에서 만난 '틸니'의 여동생 '엘리너'에게 호감을 느낀 '캐서린'은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하고 마침내 교제를 하게 된다.

그리고 '틸니'의 부유한 아버지 '틸니 장군'과 틸니의 형 '틸니 대령'도 만나게 된다. '틸니 장군'은 자신의 아들과 춤을 추고 있는 '캐서린'에게 많은 호감과 관심을 갖게 된다.

'이사벨라'와 '제임스'는 연인이 되고 마차를 타고 '존 소프'와 '캐서린'을 낀 더블데이트를 하고자 하는데 '틸니'와의 선약을 거짓말로 취소하는 등 '존 소프'의 지나친 언행에 상처를 받은 '캐서린'은 무례한 '존소프'를 경멸하게된다.

'바스'에서의 휴양을 마치고 '틸니' 가의 가족과 그들의 집인 '노생거 사원'으로 가자는 '앨리너'의 제안을 받은 '캐서린'은 몹시 기뻐하고 흥분한 채로 그곳으로 향한다.

수도원으로 지어졌던 건물을 부유한 '틸니 장군'이 매입해서 그 가족이 기거하는 이곳 '노생거 사원'은 이름만 듣던 곳으로 건물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그녀를 매료시켰지만 그녀는, 그녀가 읽었던 소설 속의 이야기들을 대입하며 이상한(말도 안 되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키워가던 중 '틸니'의 도움으로 벗어나게 된다.

리고 오빠 '제임스'의 편지로 그와 '이사벨라'가 파혼을 했고 그녀가 '틸니의 형'과 약혼할 거란 소식을 들은 '캐서린'과 '틸니 오누이'는 실망을 금치 못하지만, 오빠 '제임스를' 향한 걱정과 '이사벨라'를 향한 증오에 대해 '틸니'의 위로가 큰 힘이 되어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점점 '틸니'를 향한 마음을 키워간다.

행복하고 만족한 나날을 보내 던 중, 외출한 아버지의 급한 연락으로 '캐서린' 더러 이 집을 떠나라는 소식을 전하는 '앨리너'를 뒤로하고 눈물범벅인 채로 집으로 돌아온 '캐서린'은 마음을 잡지 못하고 권위적인 '틸니 장군'의 변덕과 처사에 마음 아파한다.

그 사실을 알고 사과 차 방문한 '틸니'는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고 자기 아버지의 무례를 사과하며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 후 청혼을 한다.

'캐서린'의 부모는 듬직하고 예의 바른 '틸니'를 맘에 들어 하지만, 아버지 '틸니 장군'의 허락 없는 결혼을 걱정하던 끝, 부유한 자작과 결혼한 '앨러너'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허락을 얻어낸다.

'틸니 장군'의 '캐서린'을 향한 호감과 관심 그리고 또 매몰차게 내치는 데에는 그녀를 좋아했던 '존 소프'의 농간이 있었고, 그것이 오해였음 또한 밝혀지게 된다.

시대 상상력과 관찰력 풍부한 여류작가가 썼음직한, 종내에는 행복한 결혼으로 완성되는 스토리인데 황당한 작가의 개입과, 소녀에서 처녀로 넘어가는 시절 '캐서린'의 소설적인 상상력으로 많은 오해와 추측들이 순정 만화 한편 보는 것 같은 가벼운 재미를 준다. 그리고 그 시대 결혼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부유함과 상속, 지참금이었다는 팩트가 불편했지만, 인정해야 하는 결혼 풍속..

이 세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은 언제나 대가를 치러야 하고, 때로는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그런 즐거움을 찾기도 하죠, 미래에 찾을 수 있는 예금을 위해 현금을 내주면서 말예요
- P263

그러나 이 소설이 부모의 권위적인 간섭을 부추기는 건지 자식이 부모의 말을 거역하더라도 결국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건지는 읽는 사람이 결정할 일이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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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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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읽기에서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번역에 무리가 없어서, 스토리 흐름이 막히지 않는 한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1857년에 탄생시켰던 '샤를르 보바리'의 부인 '엠마'...
자신의 정념을 불같이 태워버린 어리석은 이 여인을 작가가 사랑을 했든, 혐오를 했든, 그가 탄생시킨 이 여인을, 나의 캐릭터 수첩에 또 하나의 인물로 올려본다.
 
'마담 보바리'가 책으로 나온 1857년은 프랑스 문학 사상 매우 의미 있는 시점이었다고 작품 해설에 밝히고 있다. 현대 소설의 출발점이자, 풍기 문란의 죄로 법정에 출두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명 같은 상징이기도 했다 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돈키호테'에 매료되어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다 하고. '카프카'는 '플로베르'의 글쓰기를 칭송하고 문학의 수도승으로 섬겼다 하고 그의 풍요롭고 실험적인 스타일은 이후 모든 문예사조의 씨앗이 되었다는... 
  
야기의 처음은 '샤를르(보바리)'가 입학한 사립의 중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이야기부터이다. 그의 아버지는 한량이고, 어머니는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샤를르'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
착하고 성실하고 차분한 '샤를르'는 의사가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권유로 연금을 받는 40대의 과부와 결혼을 한다. 14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죽는 이 여인은 그들의 기대와 달리 재산도 거의 없었다. 샤를르가 어느 부유한 농부(루오 영감)의 다리 치료를 위해 드나들게 되던 집에 그의 딸, '엠마'가 있었다. 13세 때 도회지의 수도원에서 공부를 했던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아버지의 집에 와서 머물지만, 시골 생활과 농부의 생활을 답답해하고 있던 차에, 몇 번을 드나들며 그녀에게 호감을 품었던 '샤를르'는 그로부터 만족스러운 다리 치료를 받은 '루오 영감'의 제의에 '엠마'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녀는 데생도 하고, 피아노도 칠 줄 알고, 병원비의 청구도 고지서의 냄새가 나지 않게 쓸 줄 아는 현명한 구석이 있는 여자였다. '샤를르'의 눈에는, 아니 처음 결혼 생활에서는 ...
  
실 그녀는 예술적이기 보다 감상적인 기질로, 풍경 감상이 아니라 뭉클한 감동을 찾는, 감정적 욕구를 당장에 만족시켜야 하는 부류의 여자였다.
 
시골 의사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샤를르'는 부인 '엠마'에게 여전히 반해 있고, 그녀의 존재로 행복하고 비로소 결혼 생활의 참맛을 느낀다. 남편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몸맵시가 예쁘고 농촌 여성답지 않은 예의범절을 지닌 여자이지만, 그녀 '엠마'는 도회지의 삶을 동경하며 권태에 빠져있다.
 
그러다가 후작 댁의 무도회 초대를 받고는 그곳에서 화려한 음식과 낯선 풍경에 매료되어, 그들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 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함께 하고 싶다는 공상을 한다. 왈츠를 출 줄 모르는 그녀를 리드해서 함께 춤을 추었던 자작에게 반하지만 스쳐가는 인연일 뿐이다.
 
그 이후 그녀는 돌발사건이라도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료한 시골 생활을 보내다 무기력에 빠져 신경성 질환을 앓게 되고 남편 '샤를르'는 그녀를 위해 이사를 결심한다
  
들은 용빌에 정착한다. 새로 개업한 '샤를르'는 역시나 바쁘게 일만 하지만 자신의 부인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확신하며 여전히 품행이 바르고 성실하고 겸손한 사람으로서 정착을 해간다.
 
'엠마'는 공증인의 서기로 일하는 '레옹'이라는 청년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 역시 따분한 이곳의 생활을 지루해 하면서 파리를 동경하다가 젊고 예쁜 유부녀인 그녀의 맵시에 반해 말벗으로 지내면서 그녀 주위를 맴돌며 애태우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법공부를 더 한다고 파리로 떠나 버린다. '엠마'는 '레옹'의 구애를 거절했던 아쉬움으로 자신의 정념에 사로잡혀 앓게 된다
  
편 자신의 영지에서 일하는 농군의 치료차 '샤를르'를 찾아왔던 '로돌프'는 '엠마'에게 반한다.
그는 거친 기질을 가진, 여자관계가 복잡한 독신으로 그녀를 꼬시려고 눈독을 들이고 온갖 기회를 만들어 그녀의 몸과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어느덧 그들의 정사는 습관이 되어버리고, 처음부터 차후 떼어낼 것을 염려했던 머리 좋은 '로돌프'는 그에게 집착하는 '엠마'를 보기 좋게 차버린다.
 
충격을 받은 '엠마'는 앓다가 생사를 넘나들고, '샤를르'는 열심히 간호하고 걱정하면서 그녀가 좋아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한다. 위로차 함께 연극 공연을 보러 이웃 마을에 갔다가 파리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레옹'과 우연히 만난 '엠마'는 그와 재회할 구실을 만들어 위험한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
 
그 마을의 상인 '뢰르'는 그녀의 비행을 알고, 사치스런 그녀에게 온갖 물건들을 권유하고 강매하며 어음을 쓰게 한다.
'레옹'과의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녀는 몹시 만족하고 점점 집착하게 되지만, '뢰르'의 사기로 파산의 위기에 처한 그녀는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을 하고 이리저리 돈을 돌려 막다가 막다름에 이르자, 약제 상의 집 비상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엠마'의 모습에 '샤를르'는 너무도 절망하고, 아파하다가 그녀의 장례를 치른 이후, 그녀의 서랍 속 '로돌프'와 '레옹'과 주고받던 사랑의 편지를 보고 몹시 분개한다.
 
'샤를르'는 파산을 면하려고 이래저래 융통을 하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원인을 알 수 없이 죽는다
  
160년 전의 이야기책이 이리도 가독성이 좋을 줄이야~~여러 소설 속에서 '보바리 부인'이란 책의 언급을 보았고, 어떤 내용이더라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선뜻 읽게 되지는 않았던, 그냥 진부하리라고 여겨 버렸던 책인데. '엠마'라는 변화무쌍한 캐릭터, 심리의 변주곡은 남자 작가가 탄생시켰다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풍성하고도 섬세하다. 아주 조금은 맥락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으나 이는 번역보다는 다른 고전이 그러하듯이 워낙 오래된 작품에서의 한계가 아닐까 여겨지며, 스토리 전개에 묻혀서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20년 후 러시아에서 탄생한 '안나 카레니나'와 70년 이후 탄생한 인생의 베일의 '키티'의 불륜과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나 흔들림 없는 이 평온과 이 태연한 둔감, 그녀 자신이 그에게 안겨주고 있는 행복 그 자체에 대하여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 P65

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있다 - P132

연애란 요란한 번개와 천둥과 더불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서 인간이 사는 땅 위로 떨어져 인생을 뒤집어엎고 인간의 의지를 나뭇잎인 양 뿌리째 뽑아버리며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 속으로 몰고 가는 태풍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집 안의 테라스에서 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호수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연히 안심하고 있다가 문득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 것이다 - P148

사랑의 쾌락은 학교 운동장에 뛰노는 학생들처럼 그의 마음을 어찌나 짓밟아놓았는지 거기에는 푸른 풀포기 하나 돋아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리로 지나간 여자들은 어린 학생들보다도 더 경박해서 담벼락에 낙서한 제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다. - P291

돈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랑을 덮치는 모든 돌풍들 가운데서도 가장 싸늘한 바람이어서 사랑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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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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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돈 많은 지주이지만 푼수이고 엽기적이고 광기에, 뻔뻔하고 호색한이기까지 한, 안하무인.. 세습 귀족 출신의 고리대금업자이다. 그는 한때 가난한 식객으로 귀족들 집을 전전하다가 지참금을 지닌 여성과 보쌈 결혼을 해서 아들 드미트리를 얻었다. 그러나 이 첫 부인은 남편을 경멸하고 신학교 출신 교사와 도주했다가 죽음을 맞는다.
    
'표도르'는 아들에게 애정도 관심도 없이 방치해 버린다. 그리고 첫 부인의 지참금을 잘 굴려서 지주가 된다. 그러다가 두 번째 부인을 얻고는 그녀에게서 '이반'과 '알료샤'가 태어나지만 그녀 역시 죽어버리자 이 아들들 또한 방치해 버린다.
    
집에서 술에 절어 음탕한 모임들을 일삼고 추태를 부리며 산다. 그 집의 하인 '그리고리 '부부가 아이들을 맡아 키우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각자의 후견인들이 나타나 보내지게 되고 이렇게 세 아들은 각지에서 성장한다. 어느 날 그 집의 목욕탕에서 백치 여인이 몰래 들어와 출산을 하고는 죽게 되는데 그 아들이 '스메르쟈코프'로 요리하는 하인으로 길러진다.
'표도르'의 여성편력을 말하는 대화가 나오는데.. 그는 여자는 예쁘나 안 예쁘나, 정신이 있거나 없거나, 그녀들만의 매력이 있다는 .. 그리하여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백치 여인을 겁탈할 수도 있었던 거다. 아무튼 누군가는 그를 묘사하기를 가장 쎈 캐릭터라고도 했다. 
    
가족이 수도원에서 만나게 된다. 바로 장남' 드미트리'의 어머니 유산상속문제와 재산 분배를 둘러싼 회동이다.
    
'드미트리(미챠)'에게는 '카체리나'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약혼녀가 있으나 그는 '그루셴카'라는 짐승 같은 악녀에게 푹 빠져있어서 그녀와 도망치게 되면 필요한 자금이 필요했기에 '카체리나(카첸카)'의 돈 3000루블을 착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단 한 시간 만 사랑했다고 말하는 '그루셴카'와 흥청망청 탕진해 버린 후 그녀와의 미래를 위한 돈의 필요 때문에 아버지에게 상속을 주장하지만 이 아버지 '표도르' 역시 '그루셴카'에게 구애를 하는 중이다.
    
'그루셴카'는 열일곱에 폴란드 출신의 장교에게 기만당하고 버림받았으나 돈 많고 늙은 상인의 후원을 받아서 돈을 잘 굴린 나머지 아쉬울 것 없는 부자이지만, 남자에게 버림받은 상처 때문에 표독해지고 이 부자 모두를 농락하며 지낸다.
    
차남 '이반'은 유럽식 사고를 지닌 청년 지식인으로서 신학 논문도 쓰고 서평 가이기도 하지만 '드미트리' 형의 약혼녀 '카체리나'에게 반해서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난 형과 연적이 된다. 
    
내 '알렉세이(알료샤)'는 4세의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지만 평생 어머니를 기억하고 사는 순수하고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서 수도원에서 지낸다. 그리고 그 수도원에는 '조시마 장로'(신부)가 사는데 '알료샤'를 몹시 사랑하고 이들 '카라마조프가'의 섬찟하고 어두운 몰락을 미리 감지해서 '알료샤'에게 속세로 나가라 한다.
    
'조시마' 장로는 그 시대 그 종교권 안에서의 장로 제도에 대한 반대와 회의에도 무릅쓰고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위대한 신부이다. 연로한 그는 죽기 전에 젊은 날 그의 죄와 용서, 한때 알게 된 어떤 남자의 살인 고백 등 그가 사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아 여러 사제들 앞에서 강론을 펼친다. 그러나 그가 죽자 그토록 위대한 사제의 죽음에 신비한 일은커녕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자 수군거리는 사제들 틈에서 '알료샤'도 복잡한 마음을 갖게 되며 '조시마 '장로의 권유대로 수도원을 나오게 된다.
    
'알료샤'는 '이반'형과 만나게 되는데 '이반'은 직접 지은 ‘대심문관’이라는 서사시를 그에게 들려준다. 이는 16세기 에스파냐에 90세인 대심문관 앞에 진짜 그리스도가 나타나나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해진 자신들의 신앙에 대해서 고백하지만 그리스도는 결국 그 대심문관에게 입맞춤만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그는 인간의 원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렇다 할지라도 죄가 없는 어린아이가 치러야 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신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신 자체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신이 만들어 놓은 세계를 믿을 수 없다고 동생에게 고백한다. 
    
리고 '알료샤'는 어느 왕따 소년에게 돌팔매를 당하게 되는 데 그는 큰형 '드미트리'가 술과 광기에 빠져 폭행하고 모욕을 주게 된 '스네기료프' 대위의 아들 '일류셰치카'로 아버지의 모욕에 대해 '카라마 조프가'에 복수심으로 가득하다. 이 대위의 가족은 정말 가난하고 불행하다. 그녀의 아내는 다리를 못 쓰고 미쳤으며, 딸 하나는 꼽추이고 아버지는 매일 술에 절어 산다. 불행과 가난 속에서도 '일류셰치카'에 대한 사랑은 넘치지만 그 소년은 병 져 눕는다. 생사를 넘나들게 되자 '알료샤'는 그를 놀리던 다른 소년들과 함께 병문안을 간다. 이반이 말한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의 고통과 저항할 수 없는 가난과 병..
    
아버지 '표도르'가 겁탈한 백치에게서 태어난 요리사 '스메르쟈코프'는 생각도 상념도 없으며 관조만 있는 표정을 지닌, 간질발작 환자이다. 그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는 자신만의 심연에 빠져 있는 사람이다.
    
'드미트리'는 '그루셴카'에 집착하는 나머지 행여나 그녀가 자신의 연적 아버지에게로 갈까 봐 감시도 하게 하는 등 점점 불안해진다.
한편 '그루셴카'에게는 자신을 배반하고 결혼해 버린 장교가 홀아비가 돼서는 그녀와 만나자는 전갈을 받고 달려가고, 3000루블을 상속받아서 '카체리나'에게 갚고 떳떳하게 '그루셴카'를 얻고 싶었던 '드미트리'는 돈을 구하려고 애먼 짓들을 하다가 사건에 휘말리고 마지막으로 '그루셴카'를 보고는 그녀의 새 출발을 인정하고 자살하려고 했지만, 그녀와 만나고 있는 폴란드 장교의 몰골을 보고는 사랑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녀 역시 그것을 깨닫고는 뒤늦게 '드미트리'를 향해 고백하고 사죄하지만, 그 자리에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리고 재판이 벌어진다.
바로 아버지 '표도르'의 살해와 사라져버린 그의 돈 3000루블로 인한...
여러 증인들은 '드미트리'의 살해 의혹에 대해 불안한 증언들을 하고, '이반'은 섬망증 증세가 악화되어 자아분열의 상태로 증언대에 서게 되고 결정적으로 '카체리나'의 증언이 그에게 치명타를 남기고, 각각 검사와 변호사의 경이롭고 숨 막히는 변론이 이어지지만 결국 '드미트리'는 패소한다.
    
그토록 우아하고 관대하던 '카체리나'는 자기 기만에 빠져 '드미트리'를 향한 모욕감으로 인해 오만한 사랑에 집착했으나, 병든 '이반'을 자기가 맡아 돌보며 그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인정한다.

에피소드에서는 '드미트리'를 구출하려는 병세가 악화되기 전 '이반'의 계획에 따라 '카체리나'와 '알료샤'가 마음을 모으고 '드미트리'를 면회한 '카체리나'가 그와 서로 용서를 구하고, '그루센카'도 그 장면을 보게 되고 희망적인 미래 설계를 한다.
    
그리고 '일류셰치카'의 장례식을 찾게 된 '알료샤'는 이미 와있는 소년들과 함께 슬픔에 빠진 장례식을 치르고는 '일류셰치카'가 묻히고 싶어 했던 바윗돌 옆에서 화합과 화해를 다짐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단적인 소재와 캐릭터로 인해 긴장감이 넘치고 추리소설 같은 구성에 가독성이 좋다. 번역도 마음에 든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히스테리적인 발작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하다. 일종의 정신 병 같은 질병, 그리고 류머티즘, 치통을 앓는 장면들도 나온다..이반이 의학을 계속 멸시하는 대목이 인상적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그의 작품의 시사는 인터넷에 많이들 있어서 언급은 안 하겠다. 단지 이 작품은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며, 시리즈물로 만든 첫 번째인데 그의 죽은 아들을 이 소설의 사랑스럽고 선한 막내아들을 통해 드러내고 싶어 했으며, 그 시리즈물의 주인공이 바로 '알료샤' 였다는데 이 작품에서의 비중은 '드미트리' 에 더 있고ᆢ, 검사는 살해당한 아버지 '표도르'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 '이반'이라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드미트리'였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아버지보다는 희망적이고 구제가 가능한 사람이긴 하다. 진짜 이 아버지, 너무 부끄럽고, 싫다. 그의소설은 여운이 길다. 살면서 죄와, 용서에 대해 또 곱씹게 되겠지ᆢ

*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든 사람들, 모든 것에 대해 죄인이다.---극악 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앞에서 그가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의 시스템과 무관심에 대해 우리가 자유로울 수없지 않은가? 그리고 누구도 누구의 심판자가 될수없음을 기억하라---다른사람을 비난하던 내모습을 반성하고... 이반의 어린이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작가 자신이 이 글을 쓰면서 병으로 잃었다는 어린아들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회한으로다가와 가슴이 아프다.

인간을 두고 ‘짐승같이‘ 잔혹하다는 표현을 쓰는 일이 더러 있지만, 짐승들 입장에서 보면 이건 너무나도 부당하고 모욕적인 소리야, 짐승은 절대로 인간처럼 그렇게. 그러니까 그렇게 기교를 부려서, 그렇게 예술적으로 잔혹하게 굴 수는 없거든. 호랑이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물어뜯으면서 울부짖는 것뿐이야 - P500

"내 생각으론, 악마가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악마를 창조해냈다면, 인간은 그것을 자신의 형상과 모습에 따라 창조했을 거야." - P50

묵은 슬픔은 인간의 삶의 위대한 비밀에 의해 점차적으로 조용하고 감동적인 기쁨으로 바뀝니다. 젊음의 끓는 피 대신에 온순하고 해맑은 늙음이 찾아오지요. 매일매일 태양이 뜨는 것을 찬양하고, 내 마음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태양을 향해 노래 부르지만, 이제는 태양이 지는 것이 더 좋으니 태양의 길고 비스듬한 햇살, 그것과 함께 길고도 복된 삶 전체로부너 나오는 조용하고 온순하고감동적인 추억이. 사랑스러운 형상들이 더 좋으니-- 모든 것 위에 모든 것을 감동시키고 화해시키고 용서하는 하느님의 진실이 있는 겁니다 - P30

형제들이여 사람들의 죄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가 지은 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사랑할지니. 이는 하느님의 사랑과 최대한 닮은 사랑이야말로 지상의 사랑 중 으뜸인 까닭이다.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을 그 전체를 모래알 하나까지도 사랑하라. 잎사귀 하나 하느님이 햇살 하나까지도 사랑하라. 동물을 사랑하고 식물을 사랑하고 모둔 사물을 사랑하라. 모든 사물을 사랑하면 사물 속에 깃든 하느님의 비밀을 깨닫게 될 것이다 - P87

그대가 그 누구의 심판자도 될 수 없음을 특별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는 이 심판자 자신이 자기 앞에 서 있는 자와 마찬가지로 죄인이며 그 심판자야말로 자기 앞에 서있는 자의 죄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는 지상에는 죄인의 심판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게 될 때야 비로소 심판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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