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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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돈 많은 지주이지만 푼수이고 엽기적이고 광기에, 뻔뻔하고 호색한이기까지 한, 안하무인.. 세습 귀족 출신의 고리대금업자이다. 그는 한때 가난한 식객으로 귀족들 집을 전전하다가 지참금을 지닌 여성과 보쌈 결혼을 해서 아들 드미트리를 얻었다. 그러나 이 첫 부인은 남편을 경멸하고 신학교 출신 교사와 도주했다가 죽음을 맞는다.
    
'표도르'는 아들에게 애정도 관심도 없이 방치해 버린다. 그리고 첫 부인의 지참금을 잘 굴려서 지주가 된다. 그러다가 두 번째 부인을 얻고는 그녀에게서 '이반'과 '알료샤'가 태어나지만 그녀 역시 죽어버리자 이 아들들 또한 방치해 버린다.
    
집에서 술에 절어 음탕한 모임들을 일삼고 추태를 부리며 산다. 그 집의 하인 '그리고리 '부부가 아이들을 맡아 키우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각자의 후견인들이 나타나 보내지게 되고 이렇게 세 아들은 각지에서 성장한다. 어느 날 그 집의 목욕탕에서 백치 여인이 몰래 들어와 출산을 하고는 죽게 되는데 그 아들이 '스메르쟈코프'로 요리하는 하인으로 길러진다.
'표도르'의 여성편력을 말하는 대화가 나오는데.. 그는 여자는 예쁘나 안 예쁘나, 정신이 있거나 없거나, 그녀들만의 매력이 있다는 .. 그리하여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백치 여인을 겁탈할 수도 있었던 거다. 아무튼 누군가는 그를 묘사하기를 가장 쎈 캐릭터라고도 했다. 
    
가족이 수도원에서 만나게 된다. 바로 장남' 드미트리'의 어머니 유산상속문제와 재산 분배를 둘러싼 회동이다.
    
'드미트리(미챠)'에게는 '카체리나'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약혼녀가 있으나 그는 '그루셴카'라는 짐승 같은 악녀에게 푹 빠져있어서 그녀와 도망치게 되면 필요한 자금이 필요했기에 '카체리나(카첸카)'의 돈 3000루블을 착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단 한 시간 만 사랑했다고 말하는 '그루셴카'와 흥청망청 탕진해 버린 후 그녀와의 미래를 위한 돈의 필요 때문에 아버지에게 상속을 주장하지만 이 아버지 '표도르' 역시 '그루셴카'에게 구애를 하는 중이다.
    
'그루셴카'는 열일곱에 폴란드 출신의 장교에게 기만당하고 버림받았으나 돈 많고 늙은 상인의 후원을 받아서 돈을 잘 굴린 나머지 아쉬울 것 없는 부자이지만, 남자에게 버림받은 상처 때문에 표독해지고 이 부자 모두를 농락하며 지낸다.
    
차남 '이반'은 유럽식 사고를 지닌 청년 지식인으로서 신학 논문도 쓰고 서평 가이기도 하지만 '드미트리' 형의 약혼녀 '카체리나'에게 반해서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난 형과 연적이 된다. 
    
내 '알렉세이(알료샤)'는 4세의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지만 평생 어머니를 기억하고 사는 순수하고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서 수도원에서 지낸다. 그리고 그 수도원에는 '조시마 장로'(신부)가 사는데 '알료샤'를 몹시 사랑하고 이들 '카라마조프가'의 섬찟하고 어두운 몰락을 미리 감지해서 '알료샤'에게 속세로 나가라 한다.
    
'조시마' 장로는 그 시대 그 종교권 안에서의 장로 제도에 대한 반대와 회의에도 무릅쓰고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위대한 신부이다. 연로한 그는 죽기 전에 젊은 날 그의 죄와 용서, 한때 알게 된 어떤 남자의 살인 고백 등 그가 사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아 여러 사제들 앞에서 강론을 펼친다. 그러나 그가 죽자 그토록 위대한 사제의 죽음에 신비한 일은커녕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자 수군거리는 사제들 틈에서 '알료샤'도 복잡한 마음을 갖게 되며 '조시마 '장로의 권유대로 수도원을 나오게 된다.
    
'알료샤'는 '이반'형과 만나게 되는데 '이반'은 직접 지은 ‘대심문관’이라는 서사시를 그에게 들려준다. 이는 16세기 에스파냐에 90세인 대심문관 앞에 진짜 그리스도가 나타나나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해진 자신들의 신앙에 대해서 고백하지만 그리스도는 결국 그 대심문관에게 입맞춤만 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그는 인간의 원죄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렇다 할지라도 죄가 없는 어린아이가 치러야 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신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신 자체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신이 만들어 놓은 세계를 믿을 수 없다고 동생에게 고백한다. 
    
리고 '알료샤'는 어느 왕따 소년에게 돌팔매를 당하게 되는 데 그는 큰형 '드미트리'가 술과 광기에 빠져 폭행하고 모욕을 주게 된 '스네기료프' 대위의 아들 '일류셰치카'로 아버지의 모욕에 대해 '카라마 조프가'에 복수심으로 가득하다. 이 대위의 가족은 정말 가난하고 불행하다. 그녀의 아내는 다리를 못 쓰고 미쳤으며, 딸 하나는 꼽추이고 아버지는 매일 술에 절어 산다. 불행과 가난 속에서도 '일류셰치카'에 대한 사랑은 넘치지만 그 소년은 병 져 눕는다. 생사를 넘나들게 되자 '알료샤'는 그를 놀리던 다른 소년들과 함께 병문안을 간다. 이반이 말한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의 고통과 저항할 수 없는 가난과 병..
    
아버지 '표도르'가 겁탈한 백치에게서 태어난 요리사 '스메르쟈코프'는 생각도 상념도 없으며 관조만 있는 표정을 지닌, 간질발작 환자이다. 그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관심을 갖지 않는 자신만의 심연에 빠져 있는 사람이다.
    
'드미트리'는 '그루셴카'에 집착하는 나머지 행여나 그녀가 자신의 연적 아버지에게로 갈까 봐 감시도 하게 하는 등 점점 불안해진다.
한편 '그루셴카'에게는 자신을 배반하고 결혼해 버린 장교가 홀아비가 돼서는 그녀와 만나자는 전갈을 받고 달려가고, 3000루블을 상속받아서 '카체리나'에게 갚고 떳떳하게 '그루셴카'를 얻고 싶었던 '드미트리'는 돈을 구하려고 애먼 짓들을 하다가 사건에 휘말리고 마지막으로 '그루셴카'를 보고는 그녀의 새 출발을 인정하고 자살하려고 했지만, 그녀와 만나고 있는 폴란드 장교의 몰골을 보고는 사랑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녀 역시 그것을 깨닫고는 뒤늦게 '드미트리'를 향해 고백하고 사죄하지만, 그 자리에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리고 재판이 벌어진다.
바로 아버지 '표도르'의 살해와 사라져버린 그의 돈 3000루블로 인한...
여러 증인들은 '드미트리'의 살해 의혹에 대해 불안한 증언들을 하고, '이반'은 섬망증 증세가 악화되어 자아분열의 상태로 증언대에 서게 되고 결정적으로 '카체리나'의 증언이 그에게 치명타를 남기고, 각각 검사와 변호사의 경이롭고 숨 막히는 변론이 이어지지만 결국 '드미트리'는 패소한다.
    
그토록 우아하고 관대하던 '카체리나'는 자기 기만에 빠져 '드미트리'를 향한 모욕감으로 인해 오만한 사랑에 집착했으나, 병든 '이반'을 자기가 맡아 돌보며 그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인정한다.

에피소드에서는 '드미트리'를 구출하려는 병세가 악화되기 전 '이반'의 계획에 따라 '카체리나'와 '알료샤'가 마음을 모으고 '드미트리'를 면회한 '카체리나'가 그와 서로 용서를 구하고, '그루센카'도 그 장면을 보게 되고 희망적인 미래 설계를 한다.
    
그리고 '일류셰치카'의 장례식을 찾게 된 '알료샤'는 이미 와있는 소년들과 함께 슬픔에 빠진 장례식을 치르고는 '일류셰치카'가 묻히고 싶어 했던 바윗돌 옆에서 화합과 화해를 다짐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단적인 소재와 캐릭터로 인해 긴장감이 넘치고 추리소설 같은 구성에 가독성이 좋다. 번역도 마음에 든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히스테리적인 발작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하다. 일종의 정신 병 같은 질병, 그리고 류머티즘, 치통을 앓는 장면들도 나온다..이반이 의학을 계속 멸시하는 대목이 인상적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그의 작품의 시사는 인터넷에 많이들 있어서 언급은 안 하겠다. 단지 이 작품은 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며, 시리즈물로 만든 첫 번째인데 그의 죽은 아들을 이 소설의 사랑스럽고 선한 막내아들을 통해 드러내고 싶어 했으며, 그 시리즈물의 주인공이 바로 '알료샤' 였다는데 이 작품에서의 비중은 '드미트리' 에 더 있고ᆢ, 검사는 살해당한 아버지 '표도르'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 '이반'이라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드미트리'였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아버지보다는 희망적이고 구제가 가능한 사람이긴 하다. 진짜 이 아버지, 너무 부끄럽고, 싫다. 그의소설은 여운이 길다. 살면서 죄와, 용서에 대해 또 곱씹게 되겠지ᆢ

*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든 사람들, 모든 것에 대해 죄인이다.---극악 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앞에서 그가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의 시스템과 무관심에 대해 우리가 자유로울 수없지 않은가? 그리고 누구도 누구의 심판자가 될수없음을 기억하라---다른사람을 비난하던 내모습을 반성하고... 이반의 어린이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작가 자신이 이 글을 쓰면서 병으로 잃었다는 어린아들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회한으로다가와 가슴이 아프다.

인간을 두고 ‘짐승같이‘ 잔혹하다는 표현을 쓰는 일이 더러 있지만, 짐승들 입장에서 보면 이건 너무나도 부당하고 모욕적인 소리야, 짐승은 절대로 인간처럼 그렇게. 그러니까 그렇게 기교를 부려서, 그렇게 예술적으로 잔혹하게 굴 수는 없거든. 호랑이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물어뜯으면서 울부짖는 것뿐이야 - P500

"내 생각으론, 악마가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악마를 창조해냈다면, 인간은 그것을 자신의 형상과 모습에 따라 창조했을 거야." - P50

묵은 슬픔은 인간의 삶의 위대한 비밀에 의해 점차적으로 조용하고 감동적인 기쁨으로 바뀝니다. 젊음의 끓는 피 대신에 온순하고 해맑은 늙음이 찾아오지요. 매일매일 태양이 뜨는 것을 찬양하고, 내 마음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태양을 향해 노래 부르지만, 이제는 태양이 지는 것이 더 좋으니 태양의 길고 비스듬한 햇살, 그것과 함께 길고도 복된 삶 전체로부너 나오는 조용하고 온순하고감동적인 추억이. 사랑스러운 형상들이 더 좋으니-- 모든 것 위에 모든 것을 감동시키고 화해시키고 용서하는 하느님의 진실이 있는 겁니다 - P30

형제들이여 사람들의 죄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가 지은 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사랑할지니. 이는 하느님의 사랑과 최대한 닮은 사랑이야말로 지상의 사랑 중 으뜸인 까닭이다.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을 그 전체를 모래알 하나까지도 사랑하라. 잎사귀 하나 하느님이 햇살 하나까지도 사랑하라. 동물을 사랑하고 식물을 사랑하고 모둔 사물을 사랑하라. 모든 사물을 사랑하면 사물 속에 깃든 하느님의 비밀을 깨닫게 될 것이다 - P87

그대가 그 누구의 심판자도 될 수 없음을 특별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는 이 심판자 자신이 자기 앞에 서 있는 자와 마찬가지로 죄인이며 그 심판자야말로 자기 앞에 서있는 자의 죄에 대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는 지상에는 죄인의 심판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게 될 때야 비로소 심판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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