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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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 읽기에서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번역에 무리가 없어서, 스토리 흐름이 막히지 않는 한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1857년에 탄생시켰던 '샤를르 보바리'의 부인 '엠마'...
자신의 정념을 불같이 태워버린 어리석은 이 여인을 작가가 사랑을 했든, 혐오를 했든, 그가 탄생시킨 이 여인을, 나의 캐릭터 수첩에 또 하나의 인물로 올려본다.
 
'마담 보바리'가 책으로 나온 1857년은 프랑스 문학 사상 매우 의미 있는 시점이었다고 작품 해설에 밝히고 있다. 현대 소설의 출발점이자, 풍기 문란의 죄로 법정에 출두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명 같은 상징이기도 했다 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돈키호테'에 매료되어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다 하고. '카프카'는 '플로베르'의 글쓰기를 칭송하고 문학의 수도승으로 섬겼다 하고 그의 풍요롭고 실험적인 스타일은 이후 모든 문예사조의 씨앗이 되었다는... 
  
야기의 처음은 '샤를르(보바리)'가 입학한 사립의 중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이야기부터이다. 그의 아버지는 한량이고, 어머니는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샤를르'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
착하고 성실하고 차분한 '샤를르'는 의사가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권유로 연금을 받는 40대의 과부와 결혼을 한다. 14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죽는 이 여인은 그들의 기대와 달리 재산도 거의 없었다. 샤를르가 어느 부유한 농부(루오 영감)의 다리 치료를 위해 드나들게 되던 집에 그의 딸, '엠마'가 있었다. 13세 때 도회지의 수도원에서 공부를 했던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아버지의 집에 와서 머물지만, 시골 생활과 농부의 생활을 답답해하고 있던 차에, 몇 번을 드나들며 그녀에게 호감을 품었던 '샤를르'는 그로부터 만족스러운 다리 치료를 받은 '루오 영감'의 제의에 '엠마'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녀는 데생도 하고, 피아노도 칠 줄 알고, 병원비의 청구도 고지서의 냄새가 나지 않게 쓸 줄 아는 현명한 구석이 있는 여자였다. '샤를르'의 눈에는, 아니 처음 결혼 생활에서는 ...
  
실 그녀는 예술적이기 보다 감상적인 기질로, 풍경 감상이 아니라 뭉클한 감동을 찾는, 감정적 욕구를 당장에 만족시켜야 하는 부류의 여자였다.
 
시골 의사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샤를르'는 부인 '엠마'에게 여전히 반해 있고, 그녀의 존재로 행복하고 비로소 결혼 생활의 참맛을 느낀다. 남편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몸맵시가 예쁘고 농촌 여성답지 않은 예의범절을 지닌 여자이지만, 그녀 '엠마'는 도회지의 삶을 동경하며 권태에 빠져있다.
 
그러다가 후작 댁의 무도회 초대를 받고는 그곳에서 화려한 음식과 낯선 풍경에 매료되어, 그들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 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 함께 하고 싶다는 공상을 한다. 왈츠를 출 줄 모르는 그녀를 리드해서 함께 춤을 추었던 자작에게 반하지만 스쳐가는 인연일 뿐이다.
 
그 이후 그녀는 돌발사건이라도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료한 시골 생활을 보내다 무기력에 빠져 신경성 질환을 앓게 되고 남편 '샤를르'는 그녀를 위해 이사를 결심한다
  
들은 용빌에 정착한다. 새로 개업한 '샤를르'는 역시나 바쁘게 일만 하지만 자신의 부인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확신하며 여전히 품행이 바르고 성실하고 겸손한 사람으로서 정착을 해간다.
 
'엠마'는 공증인의 서기로 일하는 '레옹'이라는 청년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 역시 따분한 이곳의 생활을 지루해 하면서 파리를 동경하다가 젊고 예쁜 유부녀인 그녀의 맵시에 반해 말벗으로 지내면서 그녀 주위를 맴돌며 애태우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법공부를 더 한다고 파리로 떠나 버린다. '엠마'는 '레옹'의 구애를 거절했던 아쉬움으로 자신의 정념에 사로잡혀 앓게 된다
  
편 자신의 영지에서 일하는 농군의 치료차 '샤를르'를 찾아왔던 '로돌프'는 '엠마'에게 반한다.
그는 거친 기질을 가진, 여자관계가 복잡한 독신으로 그녀를 꼬시려고 눈독을 들이고 온갖 기회를 만들어 그녀의 몸과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어느덧 그들의 정사는 습관이 되어버리고, 처음부터 차후 떼어낼 것을 염려했던 머리 좋은 '로돌프'는 그에게 집착하는 '엠마'를 보기 좋게 차버린다.
 
충격을 받은 '엠마'는 앓다가 생사를 넘나들고, '샤를르'는 열심히 간호하고 걱정하면서 그녀가 좋아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한다. 위로차 함께 연극 공연을 보러 이웃 마을에 갔다가 파리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레옹'과 우연히 만난 '엠마'는 그와 재회할 구실을 만들어 위험한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
 
그 마을의 상인 '뢰르'는 그녀의 비행을 알고, 사치스런 그녀에게 온갖 물건들을 권유하고 강매하며 어음을 쓰게 한다.
'레옹'과의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녀는 몹시 만족하고 점점 집착하게 되지만, '뢰르'의 사기로 파산의 위기에 처한 그녀는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을 하고 이리저리 돈을 돌려 막다가 막다름에 이르자, 약제 상의 집 비상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엠마'의 모습에 '샤를르'는 너무도 절망하고, 아파하다가 그녀의 장례를 치른 이후, 그녀의 서랍 속 '로돌프'와 '레옹'과 주고받던 사랑의 편지를 보고 몹시 분개한다.
 
'샤를르'는 파산을 면하려고 이래저래 융통을 하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원인을 알 수 없이 죽는다
  
160년 전의 이야기책이 이리도 가독성이 좋을 줄이야~~여러 소설 속에서 '보바리 부인'이란 책의 언급을 보았고, 어떤 내용이더라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선뜻 읽게 되지는 않았던, 그냥 진부하리라고 여겨 버렸던 책인데. '엠마'라는 변화무쌍한 캐릭터, 심리의 변주곡은 남자 작가가 탄생시켰다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풍성하고도 섬세하다. 아주 조금은 맥락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으나 이는 번역보다는 다른 고전이 그러하듯이 워낙 오래된 작품에서의 한계가 아닐까 여겨지며, 스토리 전개에 묻혀서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20년 후 러시아에서 탄생한 '안나 카레니나'와 70년 이후 탄생한 인생의 베일의 '키티'의 불륜과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나 흔들림 없는 이 평온과 이 태연한 둔감, 그녀 자신이 그에게 안겨주고 있는 행복 그 자체에 대하여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 P65

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있다 - P132

연애란 요란한 번개와 천둥과 더불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서 인간이 사는 땅 위로 떨어져 인생을 뒤집어엎고 인간의 의지를 나뭇잎인 양 뿌리째 뽑아버리며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 속으로 몰고 가는 태풍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집 안의 테라스에서 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호수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연히 안심하고 있다가 문득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 것이다 - P148

사랑의 쾌락은 학교 운동장에 뛰노는 학생들처럼 그의 마음을 어찌나 짓밟아놓았는지 거기에는 푸른 풀포기 하나 돋아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리로 지나간 여자들은 어린 학생들보다도 더 경박해서 담벼락에 낙서한 제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다. - P291

돈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랑을 덮치는 모든 돌풍들 가운데서도 가장 싸늘한 바람이어서 사랑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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