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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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이 독일에서 유학하던 어두운 시절에, 제 나이 또래의 프랑스 여류 소설가 '사강'의 '어떤 미소'를 번역했다는 정보와 함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었던 추억으로 다시 손에 잡게 된 그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그녀는 프랑스에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었다지만, 사실 작품보다는 그녀 자체가 이슈가 되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도 하며 19세의 나이에 공부하기 싫어서 그냥 끄적거려본 소설(슬픔이여 안녕)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그렇지만 그것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2년 만에 발표한 소설이 바로 이 '어떤 미소'이다.

녀는 '매혹적인 악마'라고 불릴 정도로 물의를 많이 일으켰다는데, 도박, 마약, 정치 개입, 탈세 혐의와 재산 몰수.. 그리고 사랑의 스캔들 등...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결혼이란, 아스파라거스에 비니그레트 소스냐 네덜란드식 소스냐를 곁들이는 취향의 문제"라고 한 말과 코카인 소지 혐의로 체포되었을 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 그리고 그녀가 죽었을 당시의 대통령이 '프랑스의 가장 감각적인 작가를 잃었다'며 애도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금의 웬만한 연예인급, 당연히 작품보다 그녀 자체가 더 예술적이지 않겠나.~~

소르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도미니크'와 '베르트랑'은 연인이다. 서로 사랑하고 필요로 하지만 '도미니크'의 눈에 '베르트랑'은 아직 자기처럼 불안한,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다.

'베르트랑'이 여행가인 자신의 외삼촌을 만나는 곳에 동행한 '도미니크'는 그 외삼촌 '뤽'의 외모를 보며 그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의 점심에 초대를 받는다. '뤽'에게는 10년 결혼생활을 지속한 '프랑수와즈'라는 우아하고 따뜻한 선의를 베푸는 아내가 있다.

'도미니크'는  '프랑수아즈'를 좋아하게 되고 그녀 역시 '도미니크'를 여러모로 챙긴다. 하지만 자꾸만 '뤽'을 생각하며 죄의식도 갖게 된다. '뤽' 역시 어린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고 둘만의 밀회를 제안한다.

망설이던 끝, 2주간 칸의 호텔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뤽'은 사랑이 끝난 후의 정리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자유분방하지만, 노련하고 여유 있게 그녀를 대하고 그녀를 미리 염려하기도 한다. 아직 사랑과 이별에 내성이 없는 그녀는 뭐가 뭔지 모르면서 그에게, 자신의 감성에게 끌려간다.

그리고 예정대로 '베르트랑'이 알게 되고 결별을 선택하고, 가장 걱정했던 '프랑수와즈'도 알게 되어 '뤽'으로 부터 이별 선언을 듣는다.

녀 자신은 비로소 사랑에 눈뜨고 집착하고 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 자신이 결혼한 남자의 즐거운 공모가 될 만큼 성숙하지 못했음을 자각하게 된다.

아내의 괴로움을 원치 않았던 '뤽'은 정리 차 미국으로 여행을 가고 '도미니크'는 기다리던 '뤽'의 전화 대신 '프랑수와즈'의 전화를 받고 비 맞은 초췌한 몰골로 그녀 집을 방문하는데 '프랑수와즈'는 '도미니크'를 육체적으로 질투하였노라고,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젊지가 않다는 고백을 듣고, 처음 만났던 '도미니크'의 풀 죽은 표정을 행복한 표정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한다.

'도미니크'는 '프랑수와즈'와 '뤽'이 행복을 찾게 되기를 바라는 동요를 느끼며 그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생각이 그녀를 미소 짓게 하였다. 하지만 희생할 것도 희망도 없다고 느끼며 회복을 다짐한다. 이것에서 완전히 벗어난 후 '프랑수와즈'와 '뤽'을 다시 찾겠다며 그 집을 나선 후 긴 여행에서 돌아온 '뤽'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절망을 하게 되고 다시 일상을 되찾는다.

느 날 아침  문득 들려오는 '모차르트'의 '안단테'를 들으며 행복해하던 중 '뤽'의 전화를 받고는 한잔하자는 제의에 선뜻 약속을 한다. 그리고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미소를, 그 미소를 막을 수없음을 느끼며 자신이 혼자인 것, 그리고 한 남자를 사랑했던 것에 대해 자신에게 어떻단 말인가?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고, 얼굴 찌푸릴 이유가 없다며 독백을 한다.

막 여대생이 되는 그 나이, 갓 스물이 되는 그 나이 언저리쯤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사랑은 아픈 만큼, 이별의 횟수만큼 내성이 생긴다? ㅎㅎ

열렬히 그녀를 사랑하는 또래의 '베르트랑'이 있지만 그로 인한 사랑의 눈뜸은 어설프고 뭔가 불완전 한 느낌.

반면 '뤽'은 훨씬 여유 있고 자유롭고 부드럽고 지루하지 않게 그녀의 마음을 낚는다. 그리고 비싼 밥과 옷과 호텔로 초대를 한다.

'뤽'은 자신의 가정도, 아내도 매우 끔찍이 여긴다.  돌아갈 것을 전제로 시작하고 어린 그녀에게 당부해두고... 그러므로 욕할 수도 없다.

을 늘 가까이하는 '도미니크'가 '샤르트르'의 [철들 나이]라는 소설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선 발간을 안 한듯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실존주의와 니힐리즘은 환멸에 빠진 젊은 예술가들을 지배했다. '사르트르'도, '사강'도, 그리고 '전혜린'도 그랬다고 여겨진다.

고집 세고 특별한 지성을 가진 어린 '도미니크'는 '뤽'과의 밀월여행 후 자신들이 조그만 모험을 잘 치러냈다고.. 문명화되고 합리적인 성인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결말이 뻔한 이런 사랑을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시작하면서, 그리고 집착을 예감하면서 그 사랑 이후 자신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을 알게 되고 비로소 어린 시절과 결별하게 된다.

"네 삶을 어떻게 할 건데? 네 삶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데?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

냥 통속적인 연애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본질과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보려고 기웃거리는 이제 막 어른이 되어가는 그녀의 시선 속 인물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묘사가 문장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었다.

더불어 20세기 문학과 예술에 영향을 미친 '실존주의'가 인간의 일반적 본질이 아닌, 개개의 인간의 실존, 타자와 대체할 수 없는 자기 독자적인 실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인 나, 그리고 개인은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에서 스스로 인간의 존재 방식을 선택하게끔 운명 지져있다는 자각 속, 사랑과, 여자의 인생과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에 대해 '도미니크'는 '사르트르'는, '사강'은 '전혜린'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뇌하고 고독하고, 손가락질 당하고 남들 입에 오르내린들,, 그들은 충분히 고심했노라고, 결코 가벼울 수가 없었노라고...

 

 

나는 벌써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극도로 주의 깊게 대했고, 대단한 선의를 지녔으며, 그 선의 속에는 침착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자신이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대지와 같았다. 대지처럼 사람을 안심시켰고, 때로는 어린아이 같았다. 28

하지만 그 음악이 나를 설득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내게 뤽이 필요하다고 나를 설득시켰다. 나는 이 필요가 내 사랑과 연결된 것인 동시에 그것과 분리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인간적인 존재인, 내 공범이자 내 열정의 대상인, 그리고 내 적인 그에게서 떨어져 나올 수도 있었다. 188



- 절망, 그것은 떨림이었고, 속으로 웃는 절반의 웃음이었고,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무력감이었다. 지금껏 이렇게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감정의 마지막 폭발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혹독했다.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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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3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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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쿤데라를 읽는 네 번째 소설 불멸,
간만에 지성미 넘치는 쿤데라식의 사색과 스토리 구조에 젖어들기까지 최근 나의 가벼운 독서들이 방해가 되었으나, 그를 처음 알게 된, 그 지성과 사색에 감동했던 시간으로 되돌리며 가을의 끄트머리를 온통 사색하며 보낸다.
  
음 읽을 때 단편 소설집이었던가? 했던, 그러나 또 캐릭터들이 이어지고 그러다 6부의 문자반쯤에서 또 두 개의 소설인가 했더랬는데 여성편력자 '루벤스'의 '류티스트'가 '아녜스'였음을 마지막쯤에서 알게 되어, 그의 말처럼 그의 소설은 한 줄만 놓쳐도 전체 맥락을 잃어버린다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버둥거리는 독서였다.
 
불멸...죽어서도 멸하지 않는, 소멸되지 않는, 영원한 세계..
  
'괴테'의 어린 연인으로 알려진 '베티나'는 '괴테'와 주고받은 편지로 서간집을 내는데 그녀 '베티나'는 '베토벤'을 흠모하고, '마르크스'와 '리스트'를 흠모했으며 낭만파 시인인 동생을 첫사랑으로, 역시 대시인인 '아힘폰 아르님'과 결혼한 여인으로 역사에 개입하고자 하는 용감한 여인이었던 듯.. '괴테'의 불멸이 이 여인의 수중에 있었다는 에피소드이다. '괴테'에게 귀찮은 쇠파리라고 언급되기도 했고, '괴테'가 사랑하는 노동자 출신 뚱뚱한 부인과 마찰도 있었던 그녀는, '괴테'가 23세 때 사랑한 여인이 부유한 이탈리아 상인에게로 시집을 가서 낳은 열두 자녀 중의 한 사람이다.
  
녀는 '괴테'의 사후에 그와 주고받은 편지들을 엮어서 마치 자신이 그의 작품세계에 영감을 불어넣은 듯한 이미지로 1835년에 괴테와 한 어린 소녀의 서간집이라는 책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으나 1929년 원본이 발견된다. 그녀의 편지도 그의 편지도 모두 그녀가 조작하였음이 드러나는 ...
 
그녀 '베티나'는 죽어도 사라지지 않을 위대한 사람들 곁에서 자신의 불멸을 꿈꾼 수집가였던 듯..
 
쿤데라가 '아베나리우스' 교수와 만나려는 장소, 수영장에서 육십 대 늙은 여인의 몸짓을 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수영장에서 '로라'의 손짓으로 소설이 끝난다.
  
데라가 쓰고 싶어 했던 여인 '아녜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그의 창조적인 이 캐릭터의 이야기 속에 쿤데라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서 소설인지, 회고록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아녜스'와 '로라'는 자매이다. '아녜스'는 신대신 조물주의 컴퓨터를 믿는다는 교수이자 잘생긴 아버지를 사랑하고 그 아버지의 영향 아래서 성장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친척들과의 교류가 끊이지 않는 삶을 사는 여인으로 속물인 것 같다.
 
'아녜스'는 수학을 전공했고,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편, 변호사인 '폴'이 있고, 딸 '브리지트'가 있다. 그리고 언니를 따라 하기 좋아하고, 유산 이후 결혼생활에서 더 이상 자녀를 얻을 수 없음을 알고는 이혼 이후 모피옷 가게를 하면서 자신의 불행을 남성 편력과 언니 가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표출하며 지내는 동생 '로라'가 있다
  
'아녜스'는 결혼 이후 고독할 수 없음에 염증을 느끼고, 모호한 것을 냉철하게 관찰하는 사람이며 동생 '로라'는 모호성을 즐기는 중독자이고, '폴'은 모호성의 얼간이로 사랑의 장애가 없어 역사가 될 수 없음에 '로라'의 자유로운 사랑을 부러워하는 존재이다.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로라'는 형부 '폴'을 좋아한다. 그리고 언니의 사고사 이후 '폴'의 아내가 된다. '말러'의 음악만을 듣는 '로라'와 록 음악을 듣는  '브리지트'는 앙숙이 되어 '브리지트'는 가출을 하고... 

러 여성들과 잠자리를 즐기는 여성편력가 '루벤스'의 이야기, '아베나리우스' 교수의 괴팍한 취미, 성적 불구였던 '헤밍웨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저승에서 '괴테'와 '헤밍웨이'가 만난일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결되지만, 너무 다양해서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멸과 죽음 이후에 대한 사색을 가득가득 할 수 있었던 독서였다.
  
음 이후에도 '괴테'는 불멸했지만, '베티나' 역시 그녀 바램 대로 불멸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과연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도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는걸까?
난 완벽한 소멸을 바란다. 아무 흔적도 없이 회귀하는 것.. 너무 많은 인연도, 회한도, 남기지 않는 것... 그래서 정리할 시간, 잊혀질 권리.. 아아 지금 구십 대의 '밀란 쿤데라'가 이 소설을 쓴 시기가 육십 대인데 그도 어쩜 불멸을 꿈꾸는지도...

 

흔히 유럽 문명은 이성에 바탕을 뒀다고 간주된다. 하지만 유럽을 감정의 문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내가 감정적 인간, 호모 센티멘탈리스라 명명하고 싶은 인간형을 탄생 시켰다. 312

- 스스로 중요하다고 자신하는 어떤 세계의 중요성에 만약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세계에서 우리 웃음의 어떤 메아리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는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아예 그 세계를 통째로 유희 대상으로 하나의 장난감으로 삼아버리는 것이다.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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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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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세 번째 읽는 작품 '콘트라베이스', 이 글은 희곡이다. 남성 모노드라마로 독일어권 국가에서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매우 사랑받는 작품이라 한다. 실제 주인공은 콘트라베이스란 악기를 무대에 올려놓고 연주도 하고, 다른 음악도 들려주고, 맥주도 들이켜며 계속 독백(모노드라마)을 한다.

리고 이 작품을 읽는 독자는 마치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한다고도 하는데.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는 한은 그런 감상까지는 무리겠지 싶으나, 짧고도 독특한 구성이 신비감과 함께 몰입도 높은 작품이라 하겠다.

콘트라베이스란 악기는 독주가 안되는 악기로 현악기 중 가장 저음을 내는 악기이고, 가장 큰 악기이며 또 여성적인 악기이기도 하다. 음악가 중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던 유일한 사람이 브람스라고 한다.

덩치와 낮은 저음 때문에 연주가로서는 간수하기가 힘들고 까다로우며, 연주회에서 그야말로 베이스 역할만 하게 되어 돋보일 리 없지만 주인공은

인간의 사회와 오케스트라 안에서의 콘트라베이스를 비교하며 많은 생각들을 말한다. 보잘것 없는 인간인 나, 그리고 내가 연주하는 보잘것 없는 악기 콘트라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연주가인 나는 35세의 솔로로 오케스트라 단원이다. 나는 어린 성악가 세라의 노래에 반하고 그녀에 반했지만, 그녀와는 급이 맞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악성이 없는 완고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플루트를 연주했던 음악 애호가 어머니의 밑에서 자랐지만, 사랑받지 못한 반발감에 음악가, 그것도 콘트라베이스의 연주가가 되어 오케스트라의 단원인 공무원 신분이 되었다.

여러 악기와 음악가와 음악이 등장한다. 모차르트가 과대평가된 것과 바그너의 이상한 성격 이야기 등도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연주회로 나가기 직전, 그녀 세라에게 자신을 어필하고자 어쩌면 사고로 끝날지 모르는 일을 도모하련 다며 맺음 한다. 그 장면이 그간의 이야기 속 가장 주인공스러운 모습이며, 파트리크 쥐스킨트 스런 모습이다.

트리크 쥐스킨트는 신비하고 위대한 작가 라고 여겨진다. '향수'가 그러했고, '좀머 씨 이야기'가 그러했듯이. 이 작품 역시 그러하다. 이 콘트라베이스를 통해 비로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시작했다하는데, 독일어를 못 알아들어도 대사를 외워서 원어민 모노드라마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려면 클래식 공부 좀 더 해야 하는데, 막귀인 탓에 들어도 들어도 와닿지를 않으니..

 

- 음악은 사실 어떤 의미로 해석해 보면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가능했을 겁니다. 정치나 역사와는 반대되는 성격을 띠는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음악을 아주 평범하고 인간적인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간적인 영혼과 정신에 따라 본질적으로 구성된 결정체 말입니다. p 67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음악이라는 전문분야에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음악이 하나의 커다란 비밀, 대단히 신비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된다고요. 또한 음악에 대해서 더 알면 알수록 그것에 대해서 적절한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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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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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은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다. 문명 간의 충돌,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 간의 관계 등을 주제로 작품을 써왔다는 인상 좋은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 시간, 아름답고 슬픈 독서를 마친 후의 여운을 음미하며 잔잔하면서도 벅차오르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 책이 인생 책이라고까지 극찬을 했다.

나는 '오르한 파묵'을 내가 관심 있어 하고 꾸준히 읽게 될 작가들의 명단에 올려본다.

책은 추리소설이고 역사소설이다. 그런데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예술과 러브스토리이다.

이슬람 국가의 세밀 화가라는, 개성이 드러나서도 안되고, 자신만의 화풍이 있어서도 안 되는, 그리하여 자신의 작품에 서명도 할 수 없는 예술가들의 운명, 유럽의 그림과 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신에 대한 순종과 인간적인 것 사이에서의 불안과 갈등이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그들은 종교 안에서, 신 안에서 그리고 통치자인 술탄의 지배 아래서 가난하고 불행하지만 순종하고 착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세밀 화가들은 평생 신념을 갖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 자연스럽게 장님이 되고 그것이 과도한 열정의 징표이고, 노력과 기예에 대한 신의 은총이라고 여기며 눈이 멀지 않음을 부끄러이 여겨 스스로 장님이 되게 하기도 한다.

'오스만'이라는 화원장의 제자들 '나비', '황새', '올리브', 그리고 '엘레강스'는 한때 베네치아의 사신이었던 '에니시테'가 서양화가들의 그림에 반해 술탄에게 건의하여 베네치아 총독에게 선물할 책(축제의 서)을 만드는 일에 비밀리에 동원된다.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이 화가들에게도 가려진 채로 자신의 영역만 그리게 되는데 그 그림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게 된 금박공 '엘레강스'는 충격과 불안에 휩싸인 채로 살해당한다.

이 책 ‘축제의 서’는 같은 이야기와 소재를 서로 다른 화풍으로 제작되고 있었다. 하나는 술탄의 밀서로 '에니시테'와 세밀 화가들에게, 다른 하나는 화원장 '오스만'과 그의 화공들에게.

전통적인 화풍으로 그리고 있는 '오스만'은 '에니시테'를 미워하고 어리석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에니시테' 역시 살해된다.

'엘레강스'가 죽기 전에 보았던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은 원근법을 사용한 (원근법은 서양화가들의 기법으로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뜻한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의 세밀 화가들의 그림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평면적이고 투시적인 그림으로 신의 관점이다.)것으로 사물이 신의 마음속 중요성을 따르지 않고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려졌고, 이슬람의 칼리프인 술탄을 개와 같은 크기고 그리고, 악마를 사랑스럽게 그리고, 유럽인의 관점을 수용해서 술탄의 얼굴을 크고 실물처럼 세세하게 그린 초상화는 모욕적이고 비종교적이고 불경스러움으로 인해 이단적인 의미를 지닌다.

'엘레강스'의 살인자는 이 비밀 작업에 동원된 남은 세밀 화가들 '나비', '황새, '올리브' 중에 있다. 불안해하면서도 가난과 복종 속에서 작업을 해왔던 그들은 '엘레강스'의 폭로, 혹은 살인자의 폭로와 마지막 페이지를 보게 된 후 술탄과 '에니시테'의 서양에 대한 모종의 선망과, 전통을 지키는 것과 새로운 화풍 사이에서, 그리고 신성모독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사이에서, 어려서부터 함께 해온 자신들의 경쟁자이자, 형제이고, 연인 같은 동료들 중 살인자를 추적해 가면서 갈등의 최고조에 달한다.

원장 '오스만'은 술탄의 허락으로 철통 보안중인 궁궐의 국고를 '카라'와 함께 들어가서, 그곳에 보관된 아주 오래된 그림과 책들을 보면서 전율을 느끼고 오래된 이야기들을 추억해내며 전통을 고수해 왔지만, 실은 변화하여 왔음을 깨닫고 아끼는 자식과도 같은 세 제자들 중 살인자를 유추해 내면서 스스로 눈이 먼다.

한편 죽은 '에니시테'에게는 절세미인인 딸 '세큐레'가 있다. 전쟁에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중, 두 아들을 데리고 시댁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에게 연정을 품은 시동생 '하산'이 집적대자 친정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살게 되며 제2의 결혼을 꿈꾸는 그녀는 '엘레강스'가 행방불명이 된 이후 아버지를 도우러 오게 된 열두 살 연상의 사촌 '카라'(오래전 그녀를 사랑했고, 주체할 수 없어 추방되었던)와 해후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전개된다.

의 구성이 매우 독특하고 신선하다. 일종의 가전체 소설 마냥, 사물이 독자에게 고백을 한다. 그래서 독자의 역할이 또한 크다. 그림 속의 개와, 빨간색과 말과 악마, 그리고 각 주인공들과 죽은 자들도 말을 하고 동의를 구하고 질문을 한다. 절세미인이 몇 나오고, 미소년에 대한 사랑도 언급되고 사랑의 행위에 대한 구구절절한 묘사는 아니지만, 과감한 표현들이 재치를 위장하고 신의 은총이라는 변명 아래 동의를 구하며 지나간다. 그리고 마치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역사 속의 사랑 이야기, 전쟁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 살인자를 가려내기 위한 그리고 두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작가의 여러 장치들에 매력적인 힘이 있다.

* 이 책의 제목 빨강- 그때 당시(시대적 배경 1591년)는 붉은색 물감을 만드는 것도 절차가 복잡했던 시대, 살인자가 붉은 물감이 담긴 청동 물병으로 '에니시테'를 여러 차례 가격하여 살해함, 화원장 '오스만'은 '에니시테'의 그림에 적용된 빨간색의 정렬 방식에 두려움을 느낌, 술탄의 국고는 대체적으로 붉은색이 돔, 붉은색은 신, 죽음의 세계. 희열, 예술가들의 열정, 살인. 피...

 

"그는 원근법들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 베네치아 화가들의 화풍을 모방하는 것은 악마의 유혹에 빠지는 거라고 말했답니다. 마지막 그림에서 우리가 서양인들이 사용하는 기법으로 그린 인간의 얼굴은 마치 진짜 같았답니다. 그래서 그 그림을 본 사람들이 교회의 우상 앞에서 그렇게 하듯, 엎드려 경배하고 싶어질 정도라고요, 엘레강스의 말에 의하면 원근법은 그림을 신의 시선으로부터 거리를 쏘다니는 개의 시선으로 격하시켰고, 베네치아인들의 기법을 모방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화풍을 이교도의 화풍과 뒤섞어 우리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겁니다. 그는 우리가 한 일이 우리를 서양인들의 노예로 전락시키려는 악마의 꾐에 빠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p287

수많은 고통을 마감한 나는 마음이 평안해졌다. 죽는다는 것은 두려워했던 것과는 달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편안했다. 이 상태는 영원한 것이며, 살면서 느꼈던 모든 답답함은 찰나에 불과했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이제 모든 것은 수 세기 동안 영원히, 종말의 그날까지 이렇게 계속될 것이다. 그 상태가 불만스럽지도, 만족스럽지도 않다. 한때 내가 견뎌야 했던, 끊임없이 휘몰아쳤던 모든 사건들은 이제 무한한 공간으로 퍼져 나갔으며 동시에 거기 있었다. p314

작가 에니시테는 어떤 결함이 재능이 없거나 기예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화가의 영혼 깊은 곳에서 나온 거라면, 그것은 이미 결함이 아니라 개성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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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리커버 특별판, 양장)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리나 블룸은 26,7세가량의 충실하고 자긍심이 강한 가정관리사이다. 어린 시절 결혼했던 어리석은 아첨쟁이 남편 빌헬름 브레틀로와 이혼 후 자신의 이름으로 되돌리고는 성실한 가정관리사로서 고용주에게 신뢰를 얻고 학업도 계속한, 현명하고 바른 여자였다.

때론 매력적인 외모로 그녀에게 손을 뻗는 고용주의 남편 등등이 있었으나 그런 면에서는 마치 수녀 같다는 주장도 있을 만큼 자기 처신이 올바른 여자였다.

쟁의 폐허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병을 얻어 죽고, 어머니는 불행한 결혼 생활의 끝으로 난잡한 추문과 알코올로 생을 보내다 암 투병 중이고, 오빠는 건달의 생을 살고, 현재 수감 중이다. 그런 그녀가 카니발 축제 기간 동안 대모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한 남자에게 꽂혀서는 그와만 춤을 추고 그녀의 아파트까지 함께 가서 밤을 보낸다.

그, 루트비히 괴텐은 은행강도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자였고, 도주 중이라 그녀가 그를 도와 그 아파트에서 빠져나가 그녀를 좋아하던 유부남이 준 별장 열쇠를 주고는 그곳에 숨어있게 한다. 그 일로 그녀는 심문을 받게 되고 차이퉁이라는 언론지에서 그녀의 사진과 함께 사생활이 오욕과 불명예스럽게 연이어 기재된다.

녀가 유능한 가정관리사로서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갖게 되고, 자신의 일에 있어 치밀하고 성실하며 고용주들에게 마음으로 다가섰으므로,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를 귀하게 여겼던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까지 드러내고 그녀의 가족의 과거까지도 드러나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의 사생활에 싸구려 관심을 갖게 되고 그녀가 좋은 아파트와 폭스바겐을 소유한 것에 대해서도 돈의 출처를 의심받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하룻밤 사랑도 끊임없이 의심받아, 오래전부터 괴텐과의 관계가 있었던 걸로 몰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아파트에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신사 방문객이 있었다는 등의 소문이 그녀를 매우 추잡한 여인으로 몰고 가게 된다. 그녀는 그 아파트를 고용주의 선처로 대출을 받아서 소유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아껴서 갚아나가고 있었던, 애착을 보였던 곳으로 그 아파트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공개되자 추잡한 전화도 받게 되고, 그리하여 자신의 아파트를 오염시키고, 기피하게까지 된다.

편 투병 중의 그녀의 어머니는 절대안정이 필요함에도 차이퉁지의 기자 베르너 퇴트게스의 방문을 받고는 충격으로 사망에 이른다. 그 사이 별장에 갇혀있던 괴텐은 붙잡힌다. 더 이상 자신과 관련한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와 자신의 더럽혀진 명예를 정당하게는 되찾을 길이 없어 막막했던 그녀는 베르너 퇴트게스 기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후 자신의 아파트를 방문케 하여서는 권총으로 살해하게 된다.

그녀는 스스로 뫼딩 경사를 찾아가 자수를 하면서 몇 시간 동안 교회와 거리를 배회했으나 조금도 후회되는 바를 찾지 못했노라고 체포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 소설은 닷새간에 일어났던 일로, 작가는 흐름의 역류 정체 현상이라는 즉 회상법으로 글을 전개해 나간다. 분량이 비교적 짧은 소설에 속하지만, 작가의  개입(혹은 유머러스하기도 하지만)과 이런 회상법으로 인해 자꾸 앞 페이지를 다시 넘겨야 했다. 작품의 해설에서 작가 하인리히 뵐은 노벨상 수상자로 패전 독일의 죄의식을 작품화했다는 평을 받고 '사람이 살 만한 나라에서 사람이 살 만한 언어를 찾는 일'이 전후 독일 문학의 중요한 과제라고 보았다 한다.

이런 오욕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고 그녀의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시켜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지 물었다. 그사이 그녀는, 심문이 왜 ‘삶의 세세한 구석까지 파고드는지‘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심문이 전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쯤은 아주 잘 알게 되었노라고 했다.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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