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혜린'이 독일에서 유학하던 어두운 시절에, 제 나이 또래의 프랑스 여류 소설가 '사강'의 '어떤 미소'를 번역했다는 정보와 함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었던 추억으로 다시 손에 잡게 된 그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그녀는 프랑스에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었다지만, 사실 작품보다는 그녀 자체가 이슈가 되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도 하며 19세의 나이에 공부하기 싫어서 그냥 끄적거려본 소설(슬픔이여 안녕)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그렇지만 그것이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2년 만에 발표한 소설이 바로 이 '어떤 미소'이다.

녀는 '매혹적인 악마'라고 불릴 정도로 물의를 많이 일으켰다는데, 도박, 마약, 정치 개입, 탈세 혐의와 재산 몰수.. 그리고 사랑의 스캔들 등...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결혼이란, 아스파라거스에 비니그레트 소스냐 네덜란드식 소스냐를 곁들이는 취향의 문제"라고 한 말과 코카인 소지 혐의로 체포되었을 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 그리고 그녀가 죽었을 당시의 대통령이 '프랑스의 가장 감각적인 작가를 잃었다'며 애도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금의 웬만한 연예인급, 당연히 작품보다 그녀 자체가 더 예술적이지 않겠나.~~

소르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도미니크'와 '베르트랑'은 연인이다. 서로 사랑하고 필요로 하지만 '도미니크'의 눈에 '베르트랑'은 아직 자기처럼 불안한,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다.

'베르트랑'이 여행가인 자신의 외삼촌을 만나는 곳에 동행한 '도미니크'는 그 외삼촌 '뤽'의 외모를 보며 그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의 점심에 초대를 받는다. '뤽'에게는 10년 결혼생활을 지속한 '프랑수와즈'라는 우아하고 따뜻한 선의를 베푸는 아내가 있다.

'도미니크'는  '프랑수아즈'를 좋아하게 되고 그녀 역시 '도미니크'를 여러모로 챙긴다. 하지만 자꾸만 '뤽'을 생각하며 죄의식도 갖게 된다. '뤽' 역시 어린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고 둘만의 밀회를 제안한다.

망설이던 끝, 2주간 칸의 호텔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뤽'은 사랑이 끝난 후의 정리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자유분방하지만, 노련하고 여유 있게 그녀를 대하고 그녀를 미리 염려하기도 한다. 아직 사랑과 이별에 내성이 없는 그녀는 뭐가 뭔지 모르면서 그에게, 자신의 감성에게 끌려간다.

그리고 예정대로 '베르트랑'이 알게 되고 결별을 선택하고, 가장 걱정했던 '프랑수와즈'도 알게 되어 '뤽'으로 부터 이별 선언을 듣는다.

녀 자신은 비로소 사랑에 눈뜨고 집착하고 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 자신이 결혼한 남자의 즐거운 공모가 될 만큼 성숙하지 못했음을 자각하게 된다.

아내의 괴로움을 원치 않았던 '뤽'은 정리 차 미국으로 여행을 가고 '도미니크'는 기다리던 '뤽'의 전화 대신 '프랑수와즈'의 전화를 받고 비 맞은 초췌한 몰골로 그녀 집을 방문하는데 '프랑수와즈'는 '도미니크'를 육체적으로 질투하였노라고,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젊지가 않다는 고백을 듣고, 처음 만났던 '도미니크'의 풀 죽은 표정을 행복한 표정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한다.

'도미니크'는 '프랑수와즈'와 '뤽'이 행복을 찾게 되기를 바라는 동요를 느끼며 그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생각이 그녀를 미소 짓게 하였다. 하지만 희생할 것도 희망도 없다고 느끼며 회복을 다짐한다. 이것에서 완전히 벗어난 후 '프랑수와즈'와 '뤽'을 다시 찾겠다며 그 집을 나선 후 긴 여행에서 돌아온 '뤽'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절망을 하게 되고 다시 일상을 되찾는다.

느 날 아침  문득 들려오는 '모차르트'의 '안단테'를 들으며 행복해하던 중 '뤽'의 전화를 받고는 한잔하자는 제의에 선뜻 약속을 한다. 그리고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미소를, 그 미소를 막을 수없음을 느끼며 자신이 혼자인 것, 그리고 한 남자를 사랑했던 것에 대해 자신에게 어떻단 말인가?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고, 얼굴 찌푸릴 이유가 없다며 독백을 한다.

막 여대생이 되는 그 나이, 갓 스물이 되는 그 나이 언저리쯤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사랑은 아픈 만큼, 이별의 횟수만큼 내성이 생긴다? ㅎㅎ

열렬히 그녀를 사랑하는 또래의 '베르트랑'이 있지만 그로 인한 사랑의 눈뜸은 어설프고 뭔가 불완전 한 느낌.

반면 '뤽'은 훨씬 여유 있고 자유롭고 부드럽고 지루하지 않게 그녀의 마음을 낚는다. 그리고 비싼 밥과 옷과 호텔로 초대를 한다.

'뤽'은 자신의 가정도, 아내도 매우 끔찍이 여긴다.  돌아갈 것을 전제로 시작하고 어린 그녀에게 당부해두고... 그러므로 욕할 수도 없다.

을 늘 가까이하는 '도미니크'가 '샤르트르'의 [철들 나이]라는 소설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선 발간을 안 한듯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실존주의와 니힐리즘은 환멸에 빠진 젊은 예술가들을 지배했다. '사르트르'도, '사강'도, 그리고 '전혜린'도 그랬다고 여겨진다.

고집 세고 특별한 지성을 가진 어린 '도미니크'는 '뤽'과의 밀월여행 후 자신들이 조그만 모험을 잘 치러냈다고.. 문명화되고 합리적인 성인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결말이 뻔한 이런 사랑을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시작하면서, 그리고 집착을 예감하면서 그 사랑 이후 자신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을 알게 되고 비로소 어린 시절과 결별하게 된다.

"네 삶을 어떻게 할 건데? 네 삶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데?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

냥 통속적인 연애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본질과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보려고 기웃거리는 이제 막 어른이 되어가는 그녀의 시선 속 인물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묘사가 문장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었다.

더불어 20세기 문학과 예술에 영향을 미친 '실존주의'가 인간의 일반적 본질이 아닌, 개개의 인간의 실존, 타자와 대체할 수 없는 자기 독자적인 실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인 나, 그리고 개인은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에서 스스로 인간의 존재 방식을 선택하게끔 운명 지져있다는 자각 속, 사랑과, 여자의 인생과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에 대해 '도미니크'는 '사르트르'는, '사강'은 '전혜린'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뇌하고 고독하고, 손가락질 당하고 남들 입에 오르내린들,, 그들은 충분히 고심했노라고, 결코 가벼울 수가 없었노라고...

 

 

나는 벌써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극도로 주의 깊게 대했고, 대단한 선의를 지녔으며, 그 선의 속에는 침착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자신이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대지와 같았다. 대지처럼 사람을 안심시켰고, 때로는 어린아이 같았다. 28

하지만 그 음악이 나를 설득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내게 뤽이 필요하다고 나를 설득시켰다. 나는 이 필요가 내 사랑과 연결된 것인 동시에 그것과 분리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인간적인 존재인, 내 공범이자 내 열정의 대상인, 그리고 내 적인 그에게서 떨어져 나올 수도 있었다. 188



- 절망, 그것은 떨림이었고, 속으로 웃는 절반의 웃음이었고,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무력감이었다. 지금껏 이렇게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감정의 마지막 폭발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혹독했다.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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