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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3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밀란 쿤데라를 읽는 네 번째 소설 불멸,
간만에 지성미 넘치는 쿤데라식의 사색과 스토리 구조에 젖어들기까지 최근 나의 가벼운 독서들이 방해가 되었으나, 그를 처음 알게 된, 그 지성과 사색에 감동했던 시간으로 되돌리며 가을의 끄트머리를 온통 사색하며 보낸다.
처음 읽을 때 단편 소설집이었던가? 했던, 그러나 또 캐릭터들이 이어지고 그러다 6부의 문자반쯤에서 또 두 개의 소설인가 했더랬는데 여성편력자 '루벤스'의 '류티스트'가 '아녜스'였음을 마지막쯤에서 알게 되어, 그의 말처럼 그의 소설은 한 줄만 놓쳐도 전체 맥락을 잃어버린다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버둥거리는 독서였다.
불멸...죽어서도 멸하지 않는, 소멸되지 않는, 영원한 세계..
'괴테'의 어린 연인으로 알려진 '베티나'는 '괴테'와 주고받은 편지로 서간집을 내는데 그녀 '베티나'는 '베토벤'을 흠모하고, '마르크스'와 '리스트'를 흠모했으며 낭만파 시인인 동생을 첫사랑으로, 역시 대시인인 '아힘폰 아르님'과 결혼한 여인으로 역사에 개입하고자 하는 용감한 여인이었던 듯.. '괴테'의 불멸이 이 여인의 수중에 있었다는 에피소드이다. '괴테'에게 귀찮은 쇠파리라고 언급되기도 했고, '괴테'가 사랑하는 노동자 출신 뚱뚱한 부인과 마찰도 있었던 그녀는, '괴테'가 23세 때 사랑한 여인이 부유한 이탈리아 상인에게로 시집을 가서 낳은 열두 자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괴테'의 사후에 그와 주고받은 편지들을 엮어서 마치 자신이 그의 작품세계에 영감을 불어넣은 듯한 이미지로 1835년에 「괴테와 한 어린 소녀의 서간집」이라는 책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으나 1929년 원본이 발견된다. 그녀의 편지도 그의 편지도 모두 그녀가 조작하였음이 드러나는 ...
그녀 '베티나'는 죽어도 사라지지 않을 위대한 사람들 곁에서 자신의 불멸을 꿈꾼 수집가였던 듯..
쿤데라가 '아베나리우스' 교수와 만나려는 장소, 수영장에서 육십 대 늙은 여인의 몸짓을 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수영장에서 '로라'의 손짓으로 소설이 끝난다.
쿤데라가 쓰고 싶어 했던 여인 '아녜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그의 창조적인 이 캐릭터의 이야기 속에 쿤데라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서 소설인지, 회고록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아녜스'와 '로라'는 자매이다. '아녜스'는 신대신 조물주의 컴퓨터를 믿는다는 교수이자 잘생긴 아버지를 사랑하고 그 아버지의 영향 아래서 성장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친척들과의 교류가 끊이지 않는 삶을 사는 여인으로 속물인 것 같다.
'아녜스'는 수학을 전공했고,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편, 변호사인 '폴'이 있고, 딸 '브리지트'가 있다. 그리고 언니를 따라 하기 좋아하고, 유산 이후 결혼생활에서 더 이상 자녀를 얻을 수 없음을 알고는 이혼 이후 모피옷 가게를 하면서 자신의 불행을 남성 편력과 언니 가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표출하며 지내는 동생 '로라'가 있다.
'아녜스'는 결혼 이후 고독할 수 없음에 염증을 느끼고, 모호한 것을 냉철하게 관찰하는 사람이며 동생 '로라'는 모호성을 즐기는 중독자이고, '폴'은 모호성의 얼간이로 사랑의 장애가 없어 역사가 될 수 없음에 '로라'의 자유로운 사랑을 부러워하는 존재이다.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로라'는 형부 '폴'을 좋아한다. 그리고 언니의 사고사 이후 '폴'의 아내가 된다. '말러'의 음악만을 듣는 '로라'와 록 음악을 듣는 '브리지트'는 앙숙이 되어 '브리지트'는 가출을 하고...
여러 여성들과 잠자리를 즐기는 여성편력가 '루벤스'의 이야기, '아베나리우스' 교수의 괴팍한 취미, 성적 불구였던 '헤밍웨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저승에서 '괴테'와 '헤밍웨이'가 만난일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결되지만, 너무 다양해서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멸과 죽음 이후에 대한 사색을 가득가득 할 수 있었던 독서였다.
죽음 이후에도 '괴테'는 불멸했지만, '베티나' 역시 그녀 바램 대로 불멸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과연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도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는걸까?
난 완벽한 소멸을 바란다. 아무 흔적도 없이 회귀하는 것.. 너무 많은 인연도, 회한도, 남기지 않는 것... 그래서 정리할 시간, 잊혀질 권리.. 아아 지금 구십 대의 '밀란 쿤데라'가 이 소설을 쓴 시기가 육십 대인데 그도 어쩜 불멸을 꿈꾸는지도...
흔히 유럽 문명은 이성에 바탕을 뒀다고 간주된다. 하지만 유럽을 감정의 문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내가 감정적 인간, 호모 센티멘탈리스라 명명하고 싶은 인간형을 탄생 시켰다. 312
- 스스로 중요하다고 자신하는 어떤 세계의 중요성에 만약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세계에서 우리 웃음의 어떤 메아리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는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아예 그 세계를 통째로 유희 대상으로 하나의 장난감으로 삼아버리는 것이다.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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