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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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했던 '톨스토이'가 러시아 정교회의 한 분파로, 당국의 탄압을 받고 있던 '두호브로파'들의 캐나다로 이주시키는 비용을 마련코자 붓을 들게 하여 발표한 작품이 [부활]이었다. 그는 러시아 최상층 토지 귀족 가문 출신이었으나 토지 사유 문제에 깊은 의문을 제기하였고 정신적 고뇌와 방황을 거쳐 원시 기독교 사상에 몰두하여 손수 밭일을 하고 빈민 구제활동 및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등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16세 연하 그의 아내는 그가 판권을 포기하고 문학보다 종교에 더 비중을 두는 이상주의자적인 면모를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였기에 가족 간의 갈등으로 82세의 나이로 가출했던 그는 열흘 만에 기차여행 중 폐렴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다.

'톨스토이' 나이 71세에 발표한 [부활]은 해설에서'19세기 모든 예술의 결산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20세기 예술의 단초이다.'라고 한다. 19세기 러시아의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종교적 모순을 드러낸 문제작이자 '흔들리는 인간'에게서 부활의 가능성을 모색한 만년의 걸작이라는 평대로

'네홀류도프' 공작이라는 선량하지만 불안하고 회의적인 존재를 통해 '톨스토이' 그 자신의 깊은 사유를 다 드러냈다고 보인다.

지나치게 섬세하고 심미적인 '네홀류도프' 공작, 멋쟁이고 깔끔하고 조금은 사치스러운 그에게 '미시'라는 공작의 딸과 혼담이 있지만, 유부녀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결혼을 주저하고 있다. 배심원의 자격으로 재판소에 갔다가 형사사건으로 회부된 독살 사건의 피고 여죄수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는 한눈에 알아본다.

'카튜샤(마슬로바)', 요염하게 빛나는 사팔 끼 있는 검은 눈, 흰 얼굴, 풍만하게 솟은 가슴..

재판장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그녀는 여전히 빛나고 매력 있었다.

그녀를 만난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중간생략-


'카튜샤라'는 여인의 통속적인 이미지 때문에 읽기가 미뤄졌는데 안 읽었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재미나고 메시지도 좋았다. '레닌'은 '톨스토이'를 '러시아 혁명의 거울'이라 불렀다는데, 그의 종교에 대한 자세와 토지 사유에 대한 의문이 책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도 떠올리게 되고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인 러시아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 시대의 도덕적 불안과 정신적인 갱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작품이라 여겨진다. 러시아의 상류층에는 이런 자각이 있었구나, 작품 속 부족함 없는 공작이, 귀족 출신 '톨스토이'를 대변해 주는데, 민중으로부터의 자각 이전에 위로부터의 이런 자각이 매우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캬튜샤'라는 여인은 상류계층에 희생당한 하류계층의 표본을 보여주는데

그녀의 타락만큼 그녀의 갱생이 참 거룩하게 여겨졌다.

'부활', 즉 갱생은 '네홀류도프' 공작에게 다시 말해 '톨스토이'에게 그리고 핍박당해 온 러시아 민중들에게 잘 이루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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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끼호떼 1 -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민용태 옮김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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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끼호떼]는 서구 최초의 근대소설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원조이며 마술적 사실주의의 실연장이라고 해설에서 밝히고 있다.

어릴 때 텔레비전 만화로도 만나고 어설픈 번역의 동화로도 익숙해져 있어 그간 '돈 키호테'라고 발음해 왔으나, 경음이 많은 스페인어의 특성상 '돈 끼호떼'라고 표기하는 것에 수긍하여 시종일관 '돈 끼호떼'라고 한국어를 구사하기에 적절한 구강구조를 이용해 강한 발음으로 내뱉으며 이 글을 쓴다.

1권은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돈 끼호떼],

2권은 [기발한 기사 라 만차의 돈 끼호떼]이다.

1권의 발표 연도가 1605년인데, 2권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1615년에 발표된다.

그리고 2권이 나오기 전까지 아류작들도 나와 떠도는 바람에 상심했다던 작가 '세르반떼스'는 아예 2권에서 그 사건을 다루면서 '돈끼호떼'의 입을 빌려, 또 등장인물들이 그 잘못된 책을 읽고 실제 '돈끼호떼'의 삶을 왜곡하여 받아들인 이야기도 등장시킨다.

이처럼 이 작가가 진짜 대범하게 책 속에 난입하여 개입하고, 자신을 무어인이라고도 하고, 오지랖 넓은 나래이션을 통해 뻔뻔하게 등장하는 것도

원래 그의 말놀이에 익숙해져가면 문제없이 즐기게 된다.

짙은 풍자와 모호한 문체는 그냥 상상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으로 여기라 하는데, 수긍이 가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지루해지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15년에 '최남선'의 번역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한다.

라 만차의 어느 마을, 골격이 튼튼하고 군살이 없고 얼굴이 비쩍 마른 50가까이 나이 먹은 시골 영감이 사는데, 그는 정통 시골 귀족으로 아침 일찍 기상하고 독서와 사냥이 취미인데,

독서에 너무 빠져서 밤이면 밤마다 낮이면 낮마다 잠을 안 자고 책만 읽는다. 그가 빠져 있는 책들은 기사소설이다. 그의 집에는 기사소설이라면 죄다 소장하고 있는데 경작지를 팔아서라도 기사소설을 사는 위인이다.

이러하듯이 잠을 안 자고 책을 읽어대니 머릿속 골수가 다 말라서 정신이 약간 이상해지기도 했다.

어느 정도냐면, 그의 머릿속은 기사소설에서 읽은 갖가지 환상으로 가득 차 올라, 둔갑술, 결투, 상처, 사랑, 귀부인 잘 모시기, 예법, 상상초월의 폭풍우, 엉터리 이야기들이 생각 속 실재로 자리해있다. 그 꿈같은 희한한 이야기들이 모두 현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이윽고 정신이 돌아버려 방랑 기사가 되겠다고 칼을 차고 말을 타고 세상 방방곡곡을 찾아 순회하며 수련과 수행을 시작하겠다고 모험의 길을 나선다.


위험, 고난을 무릅쓰고 그가 나서는 이유는 모든 억울한 자를 풀어주고 세상일을 해결해 주고, 영원한 명예와 명성을 얻고자 함이다.


-중간생략-


'세르반떼스'의 짓궂은 말놀이를 살리려고 번역자가 엄청 애쓴 흔적이 드러나서 고무적이지만 또 한계가 많아 아쉬울 수밖에 없었으나, 나름 재치 있는 비유들이 적절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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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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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체질로 태어난, '가와 바타 야스나리'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조부의 손에서 자랐으나 그들마저 유년 시절에 잃고 평생을 허무와 고독 죽음에 대한 집착을 작품에 드리웠다고 한다. 동양적 니힐리즘의 완성자라는 평가도 있는 그는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인도의 '타고르'에 이어 동양인 중 두 번째 노벨 문학 수상자이기도 하다. 제자였던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설국]은, 1937년 발표하여 12년간 여러 번의 수정 끝에 1948년에 완결판으로 출간한 작품으로 그의 미의식의 절정을 보여준다 한다.

우리나라 '앙드레 김'의 흰옷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바로 이 작품 [설국]에 감명받아서라고 알려져 있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장, 극도의 탐미적인 묘사와 서정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이 작품을 꽤 오래전 도전했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있어, [이즈의 무희]를 먼저 만나고 이 계절에야 만났다. 읽는 내내 눈을 기대했지만, 맹추위에 눈은 뿌리지 않더라..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7


이렇게 시작되는 첫 문장이 강렬하기는 하지만, 왜 명문장인지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역시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어가 지닌 독특한 운율이 제대로 살아 있다고 하는데..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도쿄에 살고 있는 '시마무라'는 눈 지방의 온천여관으로 여행을 가고 있다. 한 줄 앞 맞은편 좌석에 병색이 짙은 남자와 동행하여 앳된 모성애로 그를 돌보는 처녀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역에서 역장과의 대화를 듣고 그녀의 이름이 '요코'이며 그녀의 동생이 이 역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병자와의 케미가 어쩐지 부부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창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서늘하게 찌르는 듯한 처녀의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훔쳐보던 그녀 일행이 그와 같은 역에서 내린다.

눈 지방답게 그곳의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옷차림이다. 마중 온 여관 안내인에게 그는 선생님댁의 그 아가씨가 여태 있느냐고 묻는다. 그가 지금 만나러 가는 그 아가씨는 그의 왼손, 검지손가락이 기억하는 여자이다. 이곳 눈지방 출신의 그녀는 도쿄에서 동기( 정식 게이샤가 되기 이전의 상태로 화대를 반만 받는 -향교쿠)로 있다가 몸값을 치르고 나와 무용선생이 되려 하였으나, 1년여 만에 남편이 사망하여 이곳으로 선생님댁의 여관으로 왔다.


-중간 생략-


이 책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 은근 많던데, 나 역시 그랬고, 그래도 짧은 분량이라 시집 읽듯이 읽겠노라 했는데, 벌써부터 다시 도전해야 할 책인듯싶다.

그냥 아직도 내게 [설국]은 병맛이다. 온천여관에 왜 게이샤가 있는지, 일단 그 문화 자체가 거북살스러워 그런가 싶기도 하고,, 오로라의 이미지, 지짐이 속옷의 이미지도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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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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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말릴 수 없는 독보적인 글쓰기의 '성석제 작가', 소설집이다.

일찌 감치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그의 유머와 해학과 패러독스는 이 작품들에서도 빛을 발한다. 절로 턱이 벌어지며, 주르륵 침이 흐를 것만 같은 경이로운 체험은 꼭 이 작가, '성석제'여야만 한다는 말..

작가는 울퉁불퉁해진 세상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어려울 때마다, 기억으로 돌아갔고 거기에 유년과 첫사랑과 청춘시절의 오래된 것들을 기억하는 뇌세포 가운데, 거기서도 안쪽 깊숙한데 숨어있던 것들을 돌이키며, 견딜만하다고, 그리하여 현재와 미래와 싸울 수 있는 힘이 기억이란 것에 있어, 그 기억이 검과 방패가 되어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으므로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말한다.

코로나와 함께 성탄과 연말을 즐길 수 있으리란 작은 소망들을 무참히 짓밟으며 오미크론이 등장했는데,,

견뎌야지, 무엇으로 견디나, '성석제 작가'처럼 기억의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을 빼내며, 할머니 장롱에 숨겨져있던 알사탕을 까먹듯이 그렇게 방패가, 칼이 되어줄 수 있는 기억들이 뭐였나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냥 웃기는 소설, 버라이어티 한 쇼같이 다채로운 소설을 꼽으라면 언제나 '성석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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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 - 대학교수, 작가, 예술인 50인이 선정한 최고의 소설
장성수.문순태.김춘섭.송하춘.함한희.이남호.정도상 외 43명 지음 / 소라주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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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공자들 대학교수, 작가, 예술인 50인이 각자에게 유의미한 소설을 한 작품씩 선정하여 나열한 작품들이다. 좀 더 전문적인 사람들이 선택한 그들의 인생 책이랄지 최고의 작품이 어떤 건지 궁금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나, '이동진'. '김중혁'의 [질문하는 책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고자 했지만

착각이었던 것이

이들 50인은 최소한 문학 전공자이거나 현직 작가이거나, 평론가이거나 교수이거나 하는 분들로 앞에 나열한 책들과는 질적으로 다름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기에,

개인차는 있지만, 일부는 너무 교과서적이어서 감상평 일수 없는.. 논문을 읽는 듯하고, 작품의 해설을 읽는 듯해서, 말하자면 평론을 쓰셨나 해서 아쉬워해야 했다.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특유의 그런 거, 이를테면 현학적인...

그냥 인간적이고 소시민적인 그냥 독자로서의 감상평을 원했던 것이었다. 난 그냥 위대한 작가, 위대한 소설을 대하는 평범한 독자의 관점을 원했나보다.

그래도 워낙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까닭에 유의미한 독서가 되기는 했다. 내가 읽은 책이 나오면 반갑고 전혀 생소한 작가나 작품이 나오면 또 호기심이 가득 일고..

서양의 고전이나 유럽 소설들보다 거의 우리나라 작가와 작품 소개가 대부분인 건, 역시 저들의 직업 다운 처사라고 한편으론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가장 관심이 가는 책은 '현기영' 작가의 [변방에 우는 새]이다. 그리고 역시 '박경리' 작가의 [토지]이다.

대하소설은 안 읽는다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우기고 다녔는데, 설득 당한 것 같다. [설국]과 [고요한 돈강], [그리스인 조르바]도 다시 읽어야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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