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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끼호떼 1 -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민용태 옮김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돈 끼호떼]는 서구 최초의 근대소설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원조이며 마술적 사실주의의 실연장이라고 해설에서 밝히고 있다.
어릴 때 텔레비전 만화로도 만나고 어설픈 번역의 동화로도 익숙해져 있어 그간 '돈 키호테'라고 발음해 왔으나, 경음이 많은 스페인어의 특성상 '돈 끼호떼'라고 표기하는 것에 수긍하여 시종일관 '돈 끼호떼'라고 한국어를 구사하기에 적절한 구강구조를 이용해 강한 발음으로 내뱉으며 이 글을 쓴다.
1권은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돈 끼호떼],
2권은 [기발한 기사 라 만차의 돈 끼호떼]이다.
1권의 발표 연도가 1605년인데, 2권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1615년에 발표된다.
그리고 2권이 나오기 전까지 아류작들도 나와 떠도는 바람에 상심했다던 작가 '세르반떼스'는 아예 2권에서 그 사건을 다루면서 '돈끼호떼'의 입을 빌려, 또 등장인물들이 그 잘못된 책을 읽고 실제 '돈끼호떼'의 삶을 왜곡하여 받아들인 이야기도 등장시킨다.
이처럼 이 작가가 진짜 대범하게 책 속에 난입하여 개입하고, 자신을 무어인이라고도 하고, 오지랖 넓은 나래이션을 통해 뻔뻔하게 등장하는 것도
원래 그의 말놀이에 익숙해져가면 문제없이 즐기게 된다.
짙은 풍자와 모호한 문체는 그냥 상상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으로 여기라 하는데, 수긍이 가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지루해지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15년에 '최남선'의 번역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한다.
라 만차의 어느 마을, 골격이 튼튼하고 군살이 없고 얼굴이 비쩍 마른 50가까이 나이 먹은 시골 영감이 사는데, 그는 정통 시골 귀족으로 아침 일찍 기상하고 독서와 사냥이 취미인데,
독서에 너무 빠져서 밤이면 밤마다 낮이면 낮마다 잠을 안 자고 책만 읽는다. 그가 빠져 있는 책들은 기사소설이다. 그의 집에는 기사소설이라면 죄다 소장하고 있는데 경작지를 팔아서라도 기사소설을 사는 위인이다.
이러하듯이 잠을 안 자고 책을 읽어대니 머릿속 골수가 다 말라서 정신이 약간 이상해지기도 했다.
어느 정도냐면, 그의 머릿속은 기사소설에서 읽은 갖가지 환상으로 가득 차 올라, 둔갑술, 결투, 상처, 사랑, 귀부인 잘 모시기, 예법, 상상초월의 폭풍우, 엉터리 이야기들이 생각 속 실재로 자리해있다. 그 꿈같은 희한한 이야기들이 모두 현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이윽고 정신이 돌아버려 방랑 기사가 되겠다고 칼을 차고 말을 타고 세상 방방곡곡을 찾아 순회하며 수련과 수행을 시작하겠다고 모험의 길을 나선다.
위험, 고난을 무릅쓰고 그가 나서는 이유는 모든 억울한 자를 풀어주고 세상일을 해결해 주고, 영원한 명예와 명성을 얻고자 함이다.
-중간생략-
'세르반떼스'의 짓궂은 말놀이를 살리려고 번역자가 엄청 애쓴 흔적이 드러나서 고무적이지만 또 한계가 많아 아쉬울 수밖에 없었으나, 나름 재치 있는 비유들이 적절했음을 인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