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4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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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날 갑자기 한 권의 책을 읽고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나, '오르한'의 이야기이다. 몽환적이고 난해한 이 소설은 터키 문학 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 한다.

내 인생의 원래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책, 끝까지 그 내용도, 밝히지 않고, 주인공인 나의 이름도 알게 되는 것이 책의 중반을 넘어서야 가능하다.

학교 교정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 '자난' 의 손에 들려있던 책을 읽고자 오르한은 노점상에게 같은 책을 산다. 그리고 그 책을 읽고는 깊은 감명을 받고 책장에서 내뿜는 빛에 모든 인생을 걸고 새로운 인생의 뒤를 추적한다. 그가 읽은 책의 제목이 새로운 인생이라는 것과 그 책의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 회사의 동료 철도원 '르프크' 아저씨였다는 것도 책의 중반이 넘어서야 알게 된다. 스토리가 일종의 퍼즐 맞추기처럼 꿈과 현실이 혼재하듯이 전개된다.

'르프크' 아저씨는 '오르한'의 이웃이며, 그가 지은 어린이용 만화책을 늘 읽어왔는데 어느 날 그 아저씨가 총살을 당한다. 그 만화의 내용들은 터키의 어린이들이 미국의 카우보이들 사이에서 겪는 모험 이야기, 기독교도 주인공들만 만날 필요 없이 용감한 터키 형제들의 모험을 보면서 터키의 조상들이 유산으로 남겨준 도덕, 그리고 고유의 가치들을 더욱 소중히 할 것으로 생각하며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자난'에게 반하지만, 그녀에게는 '매흐매트'라는 애인이 이미 있고 어느 날 그가 총상을 입고 사라져 버린다. '자난'을 찾고, '매흐매트'를 찾으려는 '오르한'은 책 속의 새로운 인생에 대해 강한 끌림에 사로잡혀 '자난'과 함께 버스여행에 나선다.

 

-중간 생략-​

 

가의 말대로 구석구석 충분히 주의하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코카콜라와 팹시의 공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부닥사이다가 아직도 터키에 있는지 궁금해진다. 책의 배경인 1980년대 현대화 되어가는 것이 결국은 서구화 되어가는 것이던 시절의 옛것들이 잊혀짐을 거부하던 사람들과 새로운 것들에 열광하던 세대 간의 갈등..

생동감 넘치는 이 책은 정신을 안 차리면 읽어내기가 힘들다. 거대한 음모만큼이나 거대한 상징들은 신비스럽다 못해 난해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오르한 파묵의 서정성은 역시 이 책에서도 넘친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책, 그런 책이 과연 있는지? 그 내용이 뭔지는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그 책과 책의 제목인 '새로운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인듯하다.

난해한 책을 읽으며, 경이로운 상상력에 감탄하며, 영혼에의 호소가 참으로 독창적이고 매력 있는 작가라는 확고한 평이 생긴다

내 인생을 궤도에서 이탈시킨, 내 세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린 그 책과 그 역시 마주쳤었다. 그리고 그 충격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동요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른다. 심지어 그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지. 승리자로 만들지 모를 공통점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계속 내 마음에 걸렸다. 244-245

사랑은 누군가를 격렬하게 안고, 그와 같은 곳에 있고 싶어 하는 그리움이다. 그를 안고 모든 세상을 바깥에 두고자 하는 열망이다. 인간의 영혼에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자 하는 그리움이다. 325



- 나처럼 인생을 망친 사람들에게 슬픔은 영리해지려고 노력하는 분노로 나타난다. 그리고 영리해지려는 열망은 결국 모든 것을 망치고 만다. 373-374



- 그는 "오늘날 우리는 패배했지. 서양은 우리를 삼켰어. 짓밟고 지나갔지. 우리의 수프, 사탕, 팬티까지. 모든 곳에 들어와 우리를 끝장내고 말았어. 그러던 어느 날, 천년 후의 어느 날, 반드시 이 음모를 끝장내고 우리의 수프, 껌, 영혼 속에서 그들을 몰아냄으로써 복수를 하고 말 거야. 380



- 인생은 무엇인가? 시간이다.! 시간은 무엇일까? 사고다.! 그렇다면 사고는 무엇인가? 인생이다. 새로운 어떤 인생 ..... 나는 이렇게 반복하고 있었다.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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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 75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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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이 책을 읽으려 할 때 하필 일본과의 문제들이 시끄러웠던 시절이다. 너무 감정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마음은 한편으로 접어두고, 당분간 일본 문학은 피해봐야지 했던, 그러나 이미 사 둔, 대기 중인 책들은 여럿이라, 그리고 딱 이 책을 읽을 준비였어서 많이도 아쉬운 미룸이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5세 때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간 후, 영국 국적을 취득하고 일본어는 잘 모르는, 하여 영어로 작품을 쓰는 영미문학을 이끄는 거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고도 한다.

2차 대전이 종전된 지, 3년 후..

나, '마스지 오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멋진 정원을 가진 전통 깊은 저택을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매입한 사연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집의 원래 주인은 '아키라 스기무라'로 30년간 이 고장에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는데, 그의 딸들이 경제적인 형편상 아버지의 집을 내놓으며 아버지가 인정할 만한, 진정 그 집을 소유할만한 사람에게 매각하고자 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자신의 집안은 예술가들을 높이 평가하는 예술 애호가 집안으로 수많은 전시회를 후원해 왔노라 하면서,

때 '마스지 오노'(이하 '오노')는 유명한 화가였고, 국무성의 예술위원회에도 속해있던 충분한 명성을 얻은 사람이었다. 그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짐작 이상으로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다. 원래 집주인의 작은딸은 이 집의 소유권을 '오노'에게 넘기고도 전쟁 후에 이 저택에 폭격의 피해가 얼마인지도 궁금해서 찾아오기도 한다.

현재 '오노'는 은퇴 이후 침울한 생을 보내고 있다.

폭격으로 인해 아내 '미치코'를 잃고, 전쟁에 나갔던 아들 '겐지'의 유해도 전쟁이 끝난 뒤 2년여 세월 끝에 받아 늦은 장례식을 치른 참이다.

에게는 전쟁 전에 출가한 맏딸 '쎄스코'와 사위 '슈이치', 그리고 그들 사이에 손자 '이치로'가 있다. 수줍어하는 큰딸에 비해 조금 나대는 성격의 작은딸 '노리코'가 함께 집에 머물고 있는데, 전쟁으로 인해 혼기를 놓친, '노리코'가 얼마 전 자신 집안의 명망에 미치지도 못하는 '미야게' 집안과의 혼사 추진 중 파혼을 당했다.

손자 '이치로'와 장난을 쳐주던 '오노'는, 손자로부터 할아버지가 유명한 화가였냐는 질문과 함께 할아버지의 그림이 왜 집에 없냐? 할아버지의 그림이 보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

사위 '슈이치'는 지나치게 반듯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었는데, 전쟁을 겪은 후 자신은 살아돌아 왔지만, 많은 친구들을 잃었고, 처남 '겐지' 마저 잃자 장례식을 다녀오면 늘 분노했고 자기 윗세대들에게 신랄한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

딸과 사위, 모두 무모했던 전쟁의 어리석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모두 '오노'에게 향하는 듯한 느낌을 어렴풋하게 받던 중 폭행당한 바보 청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칠 수 없는 바보로 옛 군가와 선전문을 읊는 일에 집착해서 하루 종일 큰소리로 떠들고 다닐 뿐이었다.

사람들은 전쟁 전에는 그런 그의 처사를 보고 진정한 일본인이라며 돈도 주고, 먹을 것도 주는 등 인기가 있었으나, 패전 후에도 변함없이 바보처럼 소리치는 그를 화풀이하듯 두들겨 팬다.

리고 작곡가 '유키오 나구치'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 8세의 손자가 제 아빠에게 들었던 말을 한다. 자살한 사람과 할아버지의 공통점이 있노라고..

'나구치'는 일본 전역에서 유명했던 전장에서의 행진곡을 작곡한 사람으로 전쟁이 끝나자, 잘못된 노래였음을 인정하고 죽어간 사람들과 부모 잃은 소년들을 생각해서 사과해야 한다고 느껴, 죽음을 택했다고, 실수를 용감하게 인정할 줄 아는 사람으로 존경할 만 인물이었다는..

자신에게 석연찮은 작은딸과 함께 살면서 그녀와 혼담이 오가는 명문가의, 도쿄대학에 몸담고 있는 미술계 인사, '사이토 박사'의 집안을 의식한 큰 딸이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을 압박해오자, ( 그 당시 명문가들은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사돈 집안을 캐내는 분위기였다 한다.) '오노'는 그간 자신의 인연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이미지 세탁쯤 되는듯..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쟁 후의 피폐와 많은 변화의 조짐 속 과거의 술집 '미기 히다리'를 떠올린다.

'미기 히다리'라는 장소는 아주 오래된 술집으로 천황폐하에게 충성을 하는 작품들을 제작하던 예술가, 작가들이 모이던 곳이다. 예술가들에게 그곳은, 일본의 새로운 정신, 삶을 즐기는 곳으로 그곳의 번창에 '오노'가 한 몫을 기여한 곳이다. 고정의 좌석까지 두고, 여러 날들을 제자들과 드나들며, 쾌락의 추구와 퇴폐가 한 통속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곳은 취하는 사람들의 자긍심과 품위유지를 위한 세련된 장소이기도 했다.

그림을 배우러 '다케다' 작업장에서 '모리야마' 스승의 저택으로 옮긴 이후 스승으로부터 그림을 배우며 동료들과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가 되고자 했던 '오노'..

그의 스승 '모리'는 서구적인 방식을 선호해서, 유럽인들의 작품 속에서 힌트를 얻는 색채를 사용하는 대가였다.

 

'오노'에게 '마쓰다'라는 전시회의 담당자가 찾아오게 되는데, 만남을 거듭할수록 그는 예술가들의 퇴폐성을 꼬집으며 이 세계를 모른다고 야유하면서 대의를 말한다.

부유하는 세상, 그것은 밤과 일체가 되었다가 아침과 함께 사라지는 것, 스승은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아름다움이라 믿었고, '오노' 역시 그것을 즐기고자 했으나

'마쓰다'는 일본 회화 신세대로써 이 나라 문화에 대해 커다란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오노'를 자극한다.

천황 중심의 강력한 왕권 확립을 되찾기 위해, 가난을 극복하고 부유한 제국건설을 위해 그것은 혁명이 아닌 회복이라고.. '마쓰다'의 회유대로 '오노'는 결국 부역을 하게 된다.

새로운 접근법과 진짜 중요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국민에게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작품을 하고자 했던 그는 '마쓰다'와 지나던 하수구 냄새나던 빈민가에서 뛰어놀던 세 소년과 쾌적한 술집에 앉아 있는 뚱뚱한 신사들의 퇴폐적인 표정을 대조가 되게, 일본 열도 모양의 테두리 안에 그려 넣는다. 여백에는 붉은 글씨로 '현실 안주'라는 제목과 작은 글씨로 '이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존엄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

이 그림을 우연히 보게 된 동료 '거북이'가 "이거 농담이죠?" 묻고는 "배신자"라고 외치고 떠나고, '거북이'가 말한 배신의 의미는 스승 '모리'가 지향하는 바와 동떨어 진 데 대한 충격이었고, '오노'는 스승 '모리'와 대면을 한다.

- 중간 생략-

 

쟁을 치른 젊은 세대들의, 전쟁을 조장한 기성세대를 향한 분노와

진정한 잘못이라고 직접화법으로 말하진 않는 '마쓰다'와 '오노'

미국의 영웅 '뽀빠이'에 빠진 손자 '이치로'를 비롯한 청년들의 미국스러운 것에 대한 갈망과 일본의 미래에 대한 낙관이 아주 낯설지만, 아니 불편하기도 하지만, 작가의 잔잔하고도 날카로운 묘사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전쟁 행진곡을 만들었던 작곡가를 비롯해서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패전 후 자살했다는 일들과, '오노'는 과연, 일본인스럽다는 생각..

화가든 예술가든 '부유하는 세상'에 머물 때 진정한 예술인이겠지.. 그리하여 적당히 쾌락적이고 심미적이고..암튼 정치에는 기웃거리지 말자는 메시지도 남기려 했나?..

읽어내려가면서 그들의 명분이 우리와 맞닿아 있어 분노가 일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문학을 접하려는 예의를 갖췄다. 그런데 이 작가 매력적이다. '남아 있는 나날'도 곧 입수해야겠다는 생각과 '부유하는 세상'이란 제목의 서정성과 그 지향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화가가 포착하고자 하는 가장 섬세하고 부서지기 쉬운 아름다움이 해가 진 뒤 환락의 집 안에 떠돈다네. 그리고 이런 밤 들이면 말일세. 오노, 그 아름다움 중 어떤 것이 이곳 우리의 거처로 은연중에 스며든다네. 하지만 저기 있는 저 그림들은 그런 덧없고 꺼지기 쉬운 꿈같은 그 무엇을 암시조차 못하지. 저 그림들에는 지독한 결점이 있다네. 오노."

"하지만 선생님, 제 눈에 저 판화들은 바로 그런 것들을 가장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저 판화를 작업할 때 나는 무척 어렸네. 그때 내가 부유하는 세상을 제대로 그려 내지 못한 이유는 나 자신이 그 가치를 믿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네. 내 생각에 나는 그런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렇게 형태 없고 일시적인 것들을 기리는 데 자기의 솜씨를 탕진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을 낭비이지 퇴폐라고 여겼던 것 같네. 하지만 한 세계의 아름다움, 그것의 진짜 유효성을 의심하는 한 그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향유하기란 어렵다네."201-202



지난 세월 동안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환락의 세계를 관찰하고 그 깨질 듯한 아름다움을 인식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것을 향해 나아갈 시기라고 느낍니다. 선생님, 요즘 같은 혼돈스러운 시기에 예술가들은 마땅히 아침 햇빛과 더불어 스러지는 그런 쾌락적인 것들보다는 보다 분명한 무엇을 소중히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예술가들이 언제나 퇴폐적이고 폐쇄된 세상에 머물 필요는 없습니다. 제 양심은, 선생님, 저에게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로 영원히 남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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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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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에 겐자부로'에게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겨 준 책, 선뜻 와닿지 않은 제목으로 인해 만 엔 원년의 뜻을 검색해 보게 했던..

만 엔은 일본의 연호이다. 1860-1861년,

1960년대를 살고 있는 27세의 기혼자이자, 보호시설에 아들을 맡긴 '네도코로 미쓰사부로'가 화자가되어 자신 가문의 불행과 서사를 이야기한다.

'미쓰'에겐 아내 '나쓰코'가 있고 둘 사이에 혹이 달린 아들이 태어난다. 열 시간의 수술 끝에 아기는 현실 세계에 대한 아무런 이해관계의 통로도 가져보지 못한 채 절대적인 평온함만 유지한 백치가 된다.

부부는 아기 혹의 제거가 가져다준 결손으로 중증 장애인으로 돌아온 아기를 보호시설에 맡긴다.

'미쓰'의 용모는 추하다. 어릴 적 이유를 모르는 돌팔매에 한쪽 눈도 시력을 잃은 채, 추함을 더하고 있다. 가문의 불행 가운데, 지금의 결손으로 인해 기대의 감각이 상실된 채로 있다.

런 그에게 대학의 1학년 때부터 유일한 친구, 자신과 함께 번역 일을 하던 그가 얼굴과 머리에 붉은 페인트를 칠한 채, 항문에 오이를 쑤셔 박고 목을 매단다. 놀란 그의 아내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집으로 알려왔고, 그 수습을 '미쓰'가 하게 된다. 친구의 할머니는 "누구나 다 죽는 법이라네, 그러니 자기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죽는 게 제일이지"라고 위로를 한다.

그 친구는 1년 전 컬럼비아 대학 유학을 중단하고 스마일 트레이닝 센터라는 가벼운 정신 질환자 수용소에 있다가 난폭한 간호사를 두드려 패고 나왔다. 데모에 참가했다가 무장경찰의 몽둥이에 머리가 터진 이후로 머리 안쪽에 결손이 생겼는데, 이로 인한 조울증 증상이 있었다.

든 일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미쓰'는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잠을 자며 꿈을 꾸다가 정화조를 위한 구덩이에 들어가 개와 함께 무릎을 꿇어 안고 시간을 보낸다. 그 구덩이에서 흙벽을 파내 무너뜨려 스스로 생매장 시키려는 듯이..

그리고 아내는 알코올중독이었던 장모님의 피를 물려받은 듯, '미쓰'친구의 장례식 이후 위스키를 마셔대기 시작한다.

친구가 미국에서 유학시절에 만났다던 미쓰의 동생 '네로코로 다카시'. 그는 일.미 안전 보장 조약 반대 운동 즉, 1960년 6월의 정치 행동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전향극 극단인 참회 연극 공연으로 미국 시민들에 사과를 하게 하는 극단의 단원 자격으로 미국에 가있었다. 도망치고자 한다.

이야기는 1860년 만 엔 원년의 '미쓰'의 증조부와 그의 동생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큰형은 죽고 살아 돌아온 'S형',

1960년의 일본 최대 규모의 반전 평화운동에 가담했던 '다카시', 장애인 아들을 보호시설에 맡기고, 유일한 친구를 자살로 잃은 '미쓰'등 시간과 인물을 넘나든다.

국을 하게 된 '다카시'가 그를 숭배하는 어린 친위병들과 함께 '미쓰'의 집에 머물다, 악몽을 꾸는 형을 지켜보고는 새생활을 제안한다. 자신들의 고향, 골짜기 마을로 돌아가자고..'다카시'는 100년 전 가문의 추문과, 20년 전 가문의 불행을 미심쩍은 채 간직하고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자신의 새로운 뿌리를 만들고자 한다.

고향에 자신의 증조부가 지었던 100년 된 곳간채를 슈퍼마켓의 체인점 주인이 사고 싶어 한다는 말과 함께.. 미국에서 슈퍼마켓 운영을 배워온, 슈퍼마켓의 주인은 자신들의 고향을 비롯한 여러 곳에 체인 스토아를 운영하는 재벌로, '슈퍼마켓 천황'이라 불린다.

밑바닥을 추락하듯 살아가던 '미쓰'부부는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동생 '다카시'와 그의 어린 추종자들과 함께 골짜기 마을, 자신들의 고향집으로 돌아간다.

향집에는 어린 도련님 '미쓰'를 돌보았던 '진'이 결혼하여 네 자녀를 낳고 작은 농지를 경영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여인은 일본에서 가장 큰 체구를 지닌, 거인 여자로 신문에도 실렸던 바 있다. 그녀는 기절한 이후 비정상적인 공복감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며 한 시간 간격으로 음식을 먹어대는 대식증이고, 다른 식구들은 거식증 증세인 듯, 먹기를 즐기지 않는다.

의문투성이인 가문의 추문과 불운은 두 형제에게 각기 다른 왜곡과 의미를 주는데,

1945년 가을 전쟁에서 살아온 둘째 형(S형)이 조선인 부락에서 돌에 맞아 죽은 일과 지능이 모자랐던 여동생의 자살, 아버지 죽음의 의문..

1860년 만 엔 원년에는 마을의 봉기를 일으킨 동생을 죽이고 자신의 결백을 보이려 그 살점을 먹었다는 증조부의 이야기가 있다.

퍼마켓 천황이 조선인 부락의 후손임을 알게 된 다카시는 자신의 목표를 확실하게 세우게 된다. 그리고 양계 사업을 망친 골짜기의 청년들을 모아서 풋볼팀을 만들어 훈련시키며 지도자가 되는데, 조선인들에게 경제적 지배를 받고 있다고 여기며 슈퍼마켓 천황을 향한 도발과 약탈 끝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다카시는 농민봉기의 주동자였던 증조부의 동생, 그리고 조선인 부락을 습격했던 S형, 그리고 자신의 조선인 출신, 슈퍼마켓 재벌을 향한 도전을 결부시키며 영웅적인 저항자를 자처하며 가계에서 전형을 찾으려 든다.

여러 정황을 통해 드러나게 된 이들 가족사의 왜곡은 결국 '미쓰'의 빚진 마음을 덜어주는 듯 다시 아내의 제안을 받아 고향을 떠나 게 되지만, 결국 자신의 지옥을 극복한 이들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양심의 재심을 받고자 한다.

1860년 만 엔은 '메이지 유신'을 앞둔 시기이다. 1858년 미국 함대의 침략으로 미. 일 친화 조약을 맺게 된 이후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과 통상조약을 맺고, 700여 년 막부 체제가 붕괴되어 가던 세기말의 징조가 나타나던 시기이다. 서양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이 진행되던 이 시기는 실제로 일본 전역에서 온갖 종류의 봉기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1862년 진주 민란을 선두로 각지에서 농민봉기가 일어난다.

을 읽는 동안 소름이 돋아났다. 숨죽이며 이 작가가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끌고 가려는지, 오래간만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동안 일본 문학을 작위적으로 읽어 보려는 노력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주기적으로 찾게 되었고, 그중 나는 이 작가와 이 책을 단연 1위로 올려 본다.

그리고 나의 리뷰가 너무 많은 흔적을 남겨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본다.

폭력, 화해, 치유, 용서, 혈통, 농민봉기, 메이지유신, 조선인 강제노동자, 일본에서의 부락의 개념, 마을, 공동체, 장애, 결손, 왜곡, 서사, 오해, 그리고 재심이란 단어까지 하나하나 노트에 써가며 그간 읽었던 책 중 가장 많은 메모를 해야 했다.

본 근대문학이 낳은 최고의 작품이란 말을 100퍼 공감하며 지지를 한다. 행복하고 전율 넘치는 독서란 이런 작품을 만났을때라고 이시간 이후 처음만나는 사람에게 또 헛소리하듯 말해보련다

 

 

죽음은 불시에 이해관계의 날실을 끊는다. 살아남은 자에게는 절대로 전해지지 않는 영역의 무언가가 있다. 게다가 살아남은 자에게는 그 전달 불가능한 어떤 것 때문에 죽은 이가 죽음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차츰 짙어져간다. 정체불명인 그것이 살아남은 자를 재앙의 장소로 이끄는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명료한 것은 단지 이해 불가능한 무엇인가에 이끌려가고 있다는 감각뿐이다.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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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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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이 책을 잘 읽기 위해, 책장에서 1년째 숙성시켰으며,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하루키의 수필과 다른 소설을 먼저 접했으며, 조지 오웰의 1984도 먼저 읽어야 했다. 내 책장에서 가장 눈에 띄고, 거슬렸지만, 뜸 들이듯, 긴 호흡이 필요했다.

아사히 신문에서 일본의 지식인들이 1990년 이후 약 30년 동안 일본에서 나온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1Q84를 꼽는다 한다.

1984년 4월 푸른 콩이라는 뜻을 가진 독특한 이름의 소유자 '아오마메'는 특별한 일을 하러 나선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는다.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약속된 시간에 도착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택시 기사의 권유로 한복판 수도 고속철도의 비상계단을 오른다. 좁고 어두운 공간을 지나, 그녀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 은밀하고 고요한 살인을 한다. 그 살인은 버드나무 저택에 사는 70대 중반의 노부인이 연결되어 있고, 아오마메는 고급 스포츠 클럽에 속해 있고, 그 부인의 스포츠 인스트럭터이다. 그곳을 빠져나오고 하늘의 달이 두 개인 것을 보게 된 그녀는 자신이 영문모를 세계에 와있음을 문득 느낀다.

육대학 출신의 한때 소프트볼 선수였던 '아오마메'는 다부진 체격과 체력의 소유자로 남다른 정신력으로 무장되어있다. 그녀가 드나드는 그 버드나무 저택의 노부인은 정치계에도 영향이 미치는 상당한 재력가로 '다마루'라는 충직한 전문 경호원의 비호를 받는다.

'아오마메'는 독신이지만 자기 직업의 스트레스와 고립감을 두상이 자기 취향이기만 하면 되는 남자를 헌팅 하여 하룻밤을 보내면서 푼다. 그녀는 어린 시절, 증인 회의 맹신도 집안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종교에 세뇌당하고, 주말이면 엄마를 따라 선교를 다니고, 학교에서도 급식을 먹기 전 큰소리로 기도문을 낭독하는 등의 행동으로 따돌려진다. 그리고 열 살이 넘어서 스스로 그 종교, 그 가정에서 도망쳐 나온다.

톨이 꼬마였던 그 무렵 같은 반에는 '덴고'라는 소년이 있었다. '덴고'는 NHK의 수금원이었던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데, 체격도 좋고 수학에 천재성을 지녔으며, 전 과목 성적이 우수한 아이였으나, 아버지를 따라 수금하는 일에 동원되는 일에 어느 날 반기를 들고 가정을 뛰쳐나가게 된다. 그 둘은 다른 목적으로 각자의 부모 손에 이끌려 부자연스러운 일들에 동원되는, 그리하여 스스로 뛰쳐나감으로써 가정과 멀어진 채로 각자 고립되고 상처받은 영혼으로 성장하게 된다.

'덴고'는 학원의 수학강사로 문학가의 꿈을 갖고 있다. 역시 독신이지만 정기적으로 만나는 열 살 연상의 유부녀 애인이 있다.

'아오마메'에게는 가정폭력으로 죽어야 했던 유일한 친구가 있고, 노부인은 역시 가정폭력으로 죽은 딸에 대한 아픔을 간직하고 살면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보호하기 기위해 자신의 저택 옆에 세이프 하우스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법으로 응징할 수 없는 진짜 나쁜 사내들, 여자를 괴롭히는 사내들을 교살하는 일을 '아오마메'를 통해 실행한다.

'아오마메'는 목 언저리 급소를 예리한 날로 한방에 소리 없이 죽이는 기술자이다. 그런 그녀에게 노부인으로부터 또 다른 살해 계획이 전해진다. 어린 소녀들을 상습적으로 겁탈하는 종교단체 '선구'의 리더..

'덴고'는 평소 알고 지내던 '고마쓰'라는 출판사 편집장으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는다. 17세의 아름답고 신비한 소녀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 번데기]를 리라이팅 하여 상을 받게 되고 책이 팔리면 수익을 셋이 나누자는.. 지극히 속물스러운 이 제안은 실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의 비밀이었다.

공기 번데기, 눈먼 산양, 리틀 피플, 리시버와 퍼시버, 두 개의 달, 종교단체, 상실, 결락, 공백..

이 오묘한 단어들이 이 소설의 주를 이루며, 1984년을 살지만 '아오마메'에게는 1Q84라는 시간이며 공간이기도 하고, '덴고'에게는 고양이 마을이기도 한, 하늘의 달이 두 개 떠 있는 세계, 대부분은 깨닫지 못하지만 몇은 자각하고 있는 그런 세계..

가상의 세계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책은 분량을 다해가는데,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도 어떤 결론을 내릴지 걱정되게 만들었던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지? 남들과 다 함께여서 다행이고 남들처럼만 살게되면 다인줄 아는데, 실은 그 남들모두 저마다의 세계를 저마다의 달을 안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운이 남는다.

두 주인공이 연결이 되고, 그들이 빠져나온 그 세계에서 그들이 향한 또 다른 세계가 어떤 곳이든, 머물 것이며 받아들일 것이라는 독백으로의 결말이 남기고자 하는 것에 대해, 재미와 울림까지 주는 하루키의 대작이었음을 인정한다.

지 오웰의 염려 속 우롱하는 빅브라더가 전체주의였다면, 하루키의 우려 속 야유는 사람들 마음속 불안과 고립이라고 하는 허상이 부른 리틀피플은 아닌지? 1950년대 조지오웰이 예측한 빅브라더와 전체주의, 실제 1984년을 산, 하루키의 리틀피플의 대조가 계속 생각의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외로움과 불안을 마케팅하는 여러 병폐들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하는데, 아 진짜 이 책 잘 쓴 책 맞다. 어느 이웃님 말처럼 하루키 소설의 백미 맞다.

더불어 성적인 묘사가 대범하다. 그리고 그런 성의 의식이 이소설의 주된 흐름이다. 20대 청년의 성적인 로망을 실현시켜주기에 충분한, 그러면서도 탄탄하고 흥미롭다.

* 공기 번데기.. 이 말도 엄청 신비하고 참신하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실을 뽑아서 고치를 만든다는 기발한 설정이 너무 매력 있어서.. 그 고치 안에 도터가 자라고, 그 주인은 마더가 되고, 리시버와 퍼시버가 된다...오늘 아침 나또를 먹으며 젓가락으로 실을 감다가 문득 든 생각, 이 실들을 엮으면 공기 번데기를 만들게 될까나? 나의 도터가 생겨나고ㅎㅎㅎ

 

 

"인간은 시간을 직선으로 인식해. 길고 반듯한 막대에 눈금을 새기는 것처럼. 이쪽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이 뒤는 과거, 그리고 지금은 이 포인트에 있다,라는 식으로. 알겠니?" 76



- "사람 하나가 죽는다는 건 어떤 사연이 있건 큰일이야. 이 세계에 구멍 하나가 뻐끔 뚫리는 거니까. 거기에 대해 우리는 올바르게 경의를 표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구멍은 제대로 메워지지 않아."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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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모옌'은 중국 최초의 노벨 문학 수상자이며,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다. 중국 민중의 삶을 해학적, 직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작가 '모옌'의 고향인 '가오미 현 둥베이 향'에 살고 있는 '나'( 본명은 완쭈, 아명은 샤오파오, 필명은 올챙이란 뜻의 커더우)의 성장과 함께 그 유명한 중국의 계획 생육을 배경으로 한 소설 이다.

로군의 군의관이었던 큰할아버지의 딸로 태어나 산부인과 의사가 된 고모는 17세부터 아이를 받는다. 지금까지 1만 명에 가까운 ..그때까지만 해도 신식 분만에 저항이 심할 때라 늙은 산파들이 아기를 받다가 여러 사고를 겪기도 하는데, 고모는 타고난 의술과 훌륭한 출신 성분, 그리고 빼어난 미모까지 지니고 자전거를 타고 날듯이 오가며 아이를 받는다. '나' 역시 고모가 받은 아이이다.

신체의 부위나 신체 기관으로 이름을 짓는 풍습이 있던 그 마을에 '나'의 친구 '천비'가 있다. 그리고 학교 주방장의 딸 '왕런메이'등이 있다. 그 시절은 가난해서 개구리를 구워 먹기도 하고, 석탄도 먹어보기도 한다. 1953년도에서 1957년도 사이는 중국의 국가 생산력 향상으로 경제 번영을 이루고, 풍작을 기록하자 아이 출산율이 높아지는데 이때는 고모의 황금기로 동분서주 아이를 받으러 다닌다.

런 고모에게 모든사람들의 부러움 대상인 공군 조종사 애인이 있었는데 그 애인이 타이완의 '장제스' 에게 투항하는 바람에 고모에게 첫 시련이 닥친다. 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고모이지만 애인의 눈엔 너무도 반듯해서 목석같고, 혁명적인 최고의 여성이 어서 매력이 없었다고 헌신짝처럼 버려진 것이다.

설상가상 1960년 대부터 실시된 계획생육 정책의 간부를 맡게 된 고모는 사명감에 사로잡힌 채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날 수 없도록 막아야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무려 2800명의 아이를 지우고, 산모에게 강제로 루프를 끼우고, 정관 수술을 하기도 한다.

대에 들어간 후 전쟁에서 공을 세워 군관이 된 '나'는 친구 '왕런메이'와 결혼을 하는데 딸아이를 출산한 '왕런메이'가 아들을 낳고 싶어 하지만 첫아이를 받으면서 이미 고모가 동의 없이 루프 시술을 해놓아서 둘째를 출산할 수 없음에 좌절 하지만 불법으로 처치를 한 후 아이를 갖는다.그 불법처치가 기상천외하다. 그리고 '나'는 군대 조직에서의 압박에 못 이겨 아내의 출산을 말리러 집으로 향한다.

대륙의 기질 다운 여자들의 대결,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왕런메이'와 산아제한을 해야 하는 당간부 고모와의 실랑이 속, 결국 '왕런메이'가 포기를 하고 중절 수술을 받지만, 이내 아이와 함께 사망한다.

모의 권유대로 고모의 최측근 산부인과 의사 '샤오스쯔'와 재혼한 '나'는 새 아내의 바람처럼 아기를 원하지만 뜻대로 돼질 않는다.

난장이 '왕단'과 결혼한 '천비' 역시 첫 딸을 낳고 아들 욕심에 불법으로 둘째를 갖지만 고모와 일당들의 추격 끝에 뗏목에서 조산을 한 '왕단' 마저 사망한다. 충격에 휩싸인 '천비'의 그 딸은 고모와 '샤오스쯔'의 손에 의해 자라난다. 그들은 그 아이에게 '천메이'란 이름을 지어준다.

정신 차린 '천비'가 돌아와 '천메이'를 데려가고 언니 '천얼'과 함께 뛰어난 미모를 지닌 자매로 성장한다.

진 세월을 살아낸 고모의 담력은 하늘을 찌른다고 자타가 공인하는데, 어느날 개구리에 놀라 혼절을 해버린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점토공예가 '하오다서우'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평생 고모를 추앙하고 짝사랑했던 '친허' 역시 점토공예가가 된다.

어느날 '나'는 고모를 찍은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는데, 수많은 청개구리들이 튀어나오고, 개구리의 소리가 원한과 굴욕이 깃든 소리로 들렸으며 상처 입은 수많은 아기의 정령처럼 여겨졌노라는 고모의 고백을 듣게된다.

자기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쨌거나 자신을 위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고모부와 흙으로 인형을 빚어서 자신이 사산 시킨 아이들을 위로한다고 생각하는 고모는 지금 70대의 나이가 되었지만,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다.

55세의 나이가 된 '샤오스쯔'는 '나'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지만, 가망이 없자 나의 친구가 운영하는 황소개구리 회사에 출근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은 엄청난 비밀이 있는 곳이고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고, 건강한 아들을 출산하게 된다.

글은 극작가인 '나'( 카더우)가 일본의 '스키타니 요시토' 선생이란 사람에게 고모와 자기 마을의 일을 편지로 써서 보내는 형식이다. 어릴 때부터 육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까지 '개구리'란 제목으로 극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낸 편지, 그리고 마지막 장은 드디어 '나'가 완성시킨 극본이다.

절세 미녀 '천얼'과 '천메이'가 자라서 봉제 공장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화재사건으로 언니 '천얼'이 죽고, 동생 '천메이'는 흉측한 화상을 숨기며 황소개구리 회사에서 지내고, 아비 '천비'는 실성을 하고, '카더우'(나)부부의 아들 탄생에 절대적이고 미스터리한 기여를 한 '천메이'를 주인공으로 한 극본은 맛보기 작품 같은 것이다.

중국의 작가 및 작품을 몇 편밖에 안 본 거지만, 대부분, 말도 안되나 엄청난 현실이 있고,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그곳에서 살아낸 서민들은 어떻게든 견디어냈고, 이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해학적이지만 무거운 슬픔이 내재한다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치 사람들이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위대한 건축물을 볼 때 건축 이면에 자리한 수많은 백골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요. 과거 20여 년 동안 중국인들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인구 폭발을 억제했습니다. 사실 이는 중국 자체의 발전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이 조그만 별에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한정된 지구 자원을 재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점에서 보면 중국이 실시하는 계획생육에 대한 서양 사람들의 비난은 옳지 않습니다. 243-244

죄를 진 사람은 죽을 수도 없고, 죽을 권리도 없단다. 죽지 못하고 목숨 부지한 채 온갖 시달림 속에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해. 생선전처럼 이리저리 뒤집히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약재처럼 들볶이면서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지. 그렇게 죗값을 치르고 나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거야 527-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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