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이 책을 잘 읽기 위해, 책장에서 1년째 숙성시켰으며,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하루키의 수필과 다른 소설을 먼저 접했으며, 조지 오웰의 1984도 먼저 읽어야 했다. 내 책장에서 가장 눈에 띄고, 거슬렸지만, 뜸 들이듯, 긴 호흡이 필요했다.
아사히 신문에서 일본의 지식인들이 1990년 이후 약 30년 동안 일본에서 나온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1Q84를 꼽는다 한다.
1984년 4월 푸른 콩이라는 뜻을 가진 독특한 이름의 소유자 '아오마메'는 특별한 일을 하러 나선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는다.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약속된 시간에 도착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택시 기사의 권유로 한복판 수도 고속철도의 비상계단을 오른다. 좁고 어두운 공간을 지나, 그녀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 은밀하고 고요한 살인을 한다. 그 살인은 버드나무 저택에 사는 70대 중반의 노부인이 연결되어 있고, 아오마메는 고급 스포츠 클럽에 속해 있고, 그 부인의 스포츠 인스트럭터이다. 그곳을 빠져나오고 하늘의 달이 두 개인 것을 보게 된 그녀는 자신이 영문모를 세계에 와있음을 문득 느낀다.
체육대학 출신의 한때 소프트볼 선수였던 '아오마메'는 다부진 체격과 체력의 소유자로 남다른 정신력으로 무장되어있다. 그녀가 드나드는 그 버드나무 저택의 노부인은 정치계에도 영향이 미치는 상당한 재력가로 '다마루'라는 충직한 전문 경호원의 비호를 받는다.
'아오마메'는 독신이지만 자기 직업의 스트레스와 고립감을 두상이 자기 취향이기만 하면 되는 남자를 헌팅 하여 하룻밤을 보내면서 푼다. 그녀는 어린 시절, 증인 회의 맹신도 집안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종교에 세뇌당하고, 주말이면 엄마를 따라 선교를 다니고, 학교에서도 급식을 먹기 전 큰소리로 기도문을 낭독하는 등의 행동으로 따돌려진다. 그리고 열 살이 넘어서 스스로 그 종교, 그 가정에서 도망쳐 나온다.
외톨이 꼬마였던 그 무렵 같은 반에는 '덴고'라는 소년이 있었다. '덴고'는 NHK의 수금원이었던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데, 체격도 좋고 수학에 천재성을 지녔으며, 전 과목 성적이 우수한 아이였으나, 아버지를 따라 수금하는 일에 동원되는 일에 어느 날 반기를 들고 가정을 뛰쳐나가게 된다. 그 둘은 다른 목적으로 각자의 부모 손에 이끌려 부자연스러운 일들에 동원되는, 그리하여 스스로 뛰쳐나감으로써 가정과 멀어진 채로 각자 고립되고 상처받은 영혼으로 성장하게 된다.
'덴고'는 학원의 수학강사로 문학가의 꿈을 갖고 있다. 역시 독신이지만 정기적으로 만나는 열 살 연상의 유부녀 애인이 있다.
'아오마메'에게는 가정폭력으로 죽어야 했던 유일한 친구가 있고, 노부인은 역시 가정폭력으로 죽은 딸에 대한 아픔을 간직하고 살면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보호하기 기위해 자신의 저택 옆에 세이프 하우스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법으로 응징할 수 없는 진짜 나쁜 사내들, 여자를 괴롭히는 사내들을 교살하는 일을 '아오마메'를 통해 실행한다.
'아오마메'는 목 언저리 급소를 예리한 날로 한방에 소리 없이 죽이는 기술자이다. 그런 그녀에게 노부인으로부터 또 다른 살해 계획이 전해진다. 어린 소녀들을 상습적으로 겁탈하는 종교단체 '선구'의 리더..
'덴고'는 평소 알고 지내던 '고마쓰'라는 출판사 편집장으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는다. 17세의 아름답고 신비한 소녀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 번데기]를 리라이팅 하여 상을 받게 되고 책이 팔리면 수익을 셋이 나누자는.. 지극히 속물스러운 이 제안은 실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의 비밀이었다.
공기 번데기, 눈먼 산양, 리틀 피플, 리시버와 퍼시버, 두 개의 달, 종교단체, 상실, 결락, 공백..
이 오묘한 단어들이 이 소설의 주를 이루며, 1984년을 살지만 '아오마메'에게는 1Q84라는 시간이며 공간이기도 하고, '덴고'에게는 고양이 마을이기도 한, 하늘의 달이 두 개 떠 있는 세계, 대부분은 깨닫지 못하지만 몇은 자각하고 있는 그런 세계..
이 가상의 세계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책은 분량을 다해가는데,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도 어떤 결론을 내릴지 걱정되게 만들었던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지? 남들과 다 함께여서 다행이고 남들처럼만 살게되면 다인줄 아는데, 실은 그 남들모두 저마다의 세계를 저마다의 달을 안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운이 남는다.
두 주인공이 연결이 되고, 그들이 빠져나온 그 세계에서 그들이 향한 또 다른 세계가 어떤 곳이든, 머물 것이며 받아들일 것이라는 독백으로의 결말이 남기고자 하는 것에 대해, 재미와 울림까지 주는 하루키의 대작이었음을 인정한다.
조지 오웰의 염려 속 우롱하는 빅브라더가 전체주의였다면, 하루키의 우려 속 야유는 사람들 마음속 불안과 고립이라고 하는 허상이 부른 리틀피플은 아닌지? 1950년대 조지오웰이 예측한 빅브라더와 전체주의, 실제 1984년을 산, 하루키의 리틀피플의 대조가 계속 생각의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외로움과 불안을 마케팅하는 여러 병폐들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하는데, 아 진짜 이 책 잘 쓴 책 맞다. 어느 이웃님 말처럼 하루키 소설의 백미 맞다.
더불어 성적인 묘사가 대범하다. 그리고 그런 성의 의식이 이소설의 주된 흐름이다. 20대 청년의 성적인 로망을 실현시켜주기에 충분한, 그러면서도 탄탄하고 흥미롭다.
* 공기 번데기.. 이 말도 엄청 신비하고 참신하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실을 뽑아서 고치를 만든다는 기발한 설정이 너무 매력 있어서.. 그 고치 안에 도터가 자라고, 그 주인은 마더가 되고, 리시버와 퍼시버가 된다...오늘 아침 나또를 먹으며 젓가락으로 실을 감다가 문득 든 생각, 이 실들을 엮으면 공기 번데기를 만들게 될까나? 나의 도터가 생겨나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