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수레바퀴 아래서 (리커버 한정판, 패브릭 양장) - 헤르만 헤세 탄생 140주년 기념 초호화 패브릭 양장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스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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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데미안]이 '헤르만 해세'의 영혼의 성장 기록이라면, 그보다 13년 앞서 출간된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수도원학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인 소설이다.

그 역시 종교적으로 억압적이고 금욕적인 부친 밑에서 성장해, 우수한 성적으로 수도원학교에 입학했지만, 남다르게 예민한 감수성을 어쩌지 못해

몸과 마음이 병든 채로 학교생활을 접어야 했고, 그 시기 몇 번의 자살시도도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스'가 딱, '헤르만 헤세'이다.

'한스'의 아버지는 아내 없이 홀로 외아들 '한스'를 키운다. 그는 부자들로부터는 졸부 소리를 듣고, 가난한 이들로부터는 구두쇠 소리를 듣지만 수완 좋고 성실한 중개업자로 '한스'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한스'는 재능이 많고 똑똑한 데다가 잘생긴 얼굴로 재학 중인 라틴어 학교의 교장과 선생들뿐 아니라 마을의 사람들까지도 기대하게 만든다.

교장한테, 목사한테, 수학선생한테 개별지도를 받을 정도로 주 시험준비를 철저히 해왔다.

그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현대식 교육을 받지 못하고, 수재나 천재도 나오지 않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틀에 박힌 관습이 지배하는 시골인지라 재능과 성실함을 지닌 '한스'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의 장래는 주 시험에 합격하여 수도원 신학교에 입학을 하고 그 후 목사가 되거나 교수가 되는 것으로 마을 전체의 꿈이 된다.

그 시대는, 주 시험에 합격하여 8-9년간 수학하고 나면 국가로부터 평생 직업을 보장받고, 그 이후 나라로부터 받은 혜택을 사회에 갚아 나가는 평탄하고 안전한 길이 열리는 것.

'한스'는 1년 전부터 토끼 기르기와 낚시를 끊고 공부에 매달렸고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자부심과 승리감에 휩싸여 자신은 뭔가 다른, 친구들을 밑으로 내려다보는 그런 위치에로의 성공을 꿈꿨다. 하지만 그는 항상 두통에 시달린다.


-중간 생략-


수레바퀴 아래 깔려버린 '한스'.. '헤세'는 '한스'이기도 하고 '하일러'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린 시절엔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놀게 놔둬야한다.

그래도 공부할 사람은 하게 되어 있으니까.. 학업 스트레스로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청소년은 공부와 담 쌓아논 아이가 아니라 아주 유능하고 똑똑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에 감정이입 되어 안타깝고 슬프게 '한스'를 바라보게 되었다.

'헤세'는 자신이 존경했던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면서 그의 우울증, 자살 충동을 제어할 수 있었듯이, 이 책을 쓰면서 신학교에 입학했다가 퇴학당하고,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인한 자살시도 등의 나쁜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85세까지 장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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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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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가장 인상 적였던 책이라, 단숨에 구입해두었다.

4개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이 책의 표제작이 [환상의 빛]이다. 그밖에 [밤 벚꽃], [박쥐], [침대차]가 있다.

[환상의 빛]은 영화로도 꽤 좋은 평을 받았다고 한다. 책 읽는 도중에 보고 싶었는데 동계 올림픽을 열 내며 시청 중이기도 했지만 소설의 분량이 너무 짧아 금세 읽어버린 탓이기도 하다.

'슬픔이 맑게 가라앉아 있어 그것을 가벼운 힐난에 실어 말할 수도 있게 된 사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슬픔이 그러하다.

죽음이라는 강을 건너 버린 사람을 안고 가면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 그래서 가라앉혔다. 슬픔을,, 말갛게..

그러므로 '신형철'님 말대로, 이 작품들은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을 품고 있는 소설이 된다.

그리고 단지 인생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들 중 하나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소설들이 된다.


-중간생략-


[설국] 만큼의 병맛은 아니지만, [설국]의 서정을 닮아있다 했더니, 이미 [설국]의 서정을 잇는 작품이라는 평들이 있다.

[환상의 빛]에는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억척스러운 한국 여인을 만나는 장면과 [밤 벚꽃]에는 그녀의 시아버지가 한국 전쟁 당시 선박 운송으로 돈을 쓸어 담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밤 벚꽃]이란 작품이 가장 좋았는데, '봄바람의 희롱을 받으며 터벅터벅 오르고 있었다'는 표현에서 한방에 훅~ 날아갔다.

피면서 져버리는 벚꽃을 보면 그녀의 정원이 떠오를 듯도 하다. ' 아야코'는 밤 벚꽃에 몸을 담그고 밤을 지새운다한다.

그리고 소소기라는 마을 이름이 너무 예뻐서 실제 있는 지명인가 하고 검색을 해보니 자꾸만 소고기로 나온다. 소소기항, 소소기 마을, 그 험상궂은 바닷가 마을 이름치고는 너무 아름답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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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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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한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보다 영화를 더 사랑한다는 작가,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려서인지, 모든 작품들이 굉장히 극적이고 재미있다.

화자가 여성일 때도 있고 화자가 외국인일 때도 있는데 어찌 어색함 하나 없이, 그의 정체성이 의심 갈 정도로 심리를 잘 담아내는지,

그리고 찌질한 남자를 화자로 삼을 때는 그 세대 남자들을 모두 대변하는 것만 같고, 어처구니없어 웃다가 헛웃음을 날리게 하는 엔돌핀을 샘솟게 하는 그런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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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커버 에디션)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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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발간된 이 책 또한 감동의 메시지와 입소문이 자자했었다. '사람의 향기'님께서 적극 권유하셔서 만나게 된 책이다. 이 책의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70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이 소설을 발표하였다.

그녀는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였기에 늦은 나이에 발표했다는 이력만큼 과학자의 소설이라는 특이함이 더 시선을 끌 수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감동적이고 재미있으면서, 구성 또한 과학자답게 치밀하여 지루할 틈 없이 몰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책이다.

친자연적인 이 소설을 어쩌면 생태 소설이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만 언급하기엔 사랑이, 인간의 외로움이, 순연함이, 시(詩)가, 그리고 미스터리가 만들어낸 엄숙한 감동이 가볍지 않아서 주절주절 읊어야한다.

이야기는 1952년, '카야'가 여섯 살 나이에 엄마로부터 버림받는 때부터 '체이시'가 변사체로 발견되는 1969년을 오가다가 후반부에서는 1970년 '카야'의 재판 이야기를 오간다. 이시절 아직 그곳은 여성 차별과 흑인 차별이 있고(지금은 없나?), 그 한계를 인정해야 이야기 감상을 제대로 할 수있기도 하다.

소제목은 아름답고 우아하게 붙어있지만, 그 밑에 다시 연도가 1952년, 1953년, 1956년, 1960년, 1965년, 1966년, 1967년, 1968년 ..

1969년 늪에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누워있다.

살해의 흔적은 없지만,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보안관들은 단서들을 모은다.

1952년 여섯 살의 '카야',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바로 위의 오빠 '조디'와 7살 터울이다.

그 가족들이 살고 있는 습지의 판잣집..

아버지의 술 주정과 구타를 못 이기고 어머니가 가출한 그날 이후 오빠와 언니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모두 떠나버린다.


-중간 생략-


습지는 늪이 아니라고 한다.

습지와 늪을 비교하면서 1부이야기와 2부 이야기를 나눠보게된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고, 늪은 끈적끈적한 숲으로 위장하고 낮게 포복한 수렁으로 기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빛을 다 삼켜 버려 물이 시커멓고 잔잔하다고, 습지보다 늪이 더 고요하다고..그곳에서 '체이스 루이스'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늪이 습지의 유사어라고 생각했던 내머리는 첫페이지를 자꾸 넘겨가며, 습지와 늪을 분류해 보아야했다. 내가 알아낸건, 습지가 늪을 포함한다는것, 늪이 습지의 일부일수있다는것. 그다음은 더 생각해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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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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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이웃님 리뷰를 둘러보다가, 표지 사진 속 저 남자의 뒷모습에 꽂혀 이 책을 읽겠노라 했다. '신형철'은 문학 평론가이자 조선대학교 (부) 교수이다. '이승우'작가랑 같은 학교 계시네~ 하였다. 평소 책에 대한 추천사랄까 해설이랄까를 잘 읽지는 않는다. 너무 어려운 책 아닌 다음에는 특히 그 해설이나 평론이란 것에 반감 비슷한 것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론 평론가의 책도 거의 처음 읽는 듯하다. 작가와는 다르게 평론을 하는 사람들은 글로써 빚을 지고 산다고 생각한다.

무튼 그러나 이 책을 읽겠다 한 것은 제목이 말하는 슬픔이라는, 어쩌면 눌러 담고 어쩌면 고스란히 짊어진 채 쪼그려앉은 저 남자의 뒷모습 때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소설을 읽는 취향의 합리적인 당위성을 이 평론가로부터 찾으려 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만족했다.


2014.4.16일, 세월호 사건과 아내의 수술하는 날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문학 공부가 슬픔에 대한 공부여야 했다고 ..

인간은 자기 자신의 직접 체험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우지만, 그것들은 처절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문학을 통해 배우는 것은 최선이 될 수는 없더라도 그 오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문학은 인생을 피 흘리지 않고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중간 생략-


이야기를 읽으려 집어 든 책에서 그 문장에 도취되어 멈추고, 밭은 숨을 내쉬며 심호흡하는 일,,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을 올해도 많이 만나고 싶다.

책의 뒤편에는 노벨라( 중편소설) 베스트 6권과 그가 추천사를 넣어준 소설 5권과 에세이 5권을 소개하였고

자신의 인생 책 베스트 5권도 언급한다. 그래서 올해 읽을 책들을 선택하는데 많은 힌트를 얻어 간다. 그럴거 같아서 연초에 선택한 책, 이런 선순환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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