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N.H 클라인바움 지음, 한은주 옮김 / 서교출판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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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영화 소설이라고 한다.

보통은 책이 먼저 발표되고, 영화화되는 것이 순서인데 반해

이 책은 영화제작을 위한 각본으로 만들어진 것을 영화의 히트에 힘입어 각색하여 소설이 된 케이스이다.

그래서 발표 연도는 부득이하게도 영화 개봉 시기인 1989년으로 써넣는다.

'웰튼 아카데미'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사립 고등학교 중 하나이다. 100년 전통을 간직한 이 사립 고등학교의 입학식이 열리고 있는 1959년이 시대적인 배경이다.

명문 고등학교의 척도는 전통도 전통이지만,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로 판가름 난다. 해마다 졸업생의 70%를 아이비리그로 진학시키는 이 학교는 학생들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고, 철저하고 엄격한 규율에 따라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지독하게 공부시키는 '웰튼 아카데미'에 hell을 붙여 '헬튼 아카데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입식의 획일적인 수업과, 엄청난 과제에 적응된 이 수재들은, 부모들의 기대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 입학식에 막, 2학년이 된 친구들 '닐', '달튼', '낙스', '믹스', '카메론', '피츠' .. 그리고 전입생 '토드', 퇴임한 국어선생님 대신 새로 부임한 '키팅'선생님이 있다. 그 선생님은 30대 초반의 이 학교 졸업생 출신으로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해서 성적 우수자로 장학금을 받았던 수재 중 수재였다고 한다.

'닐'은 최고 모범생으로 성적 우수자이다. 아들의 아이비리그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는 매우 엄격하고 권위적으로 아들을 지배한다.

'닐'과 기숙사 룸메이트가 된 '토드'는 매우 내성적이다. 수업 시간 질문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는 그는 한때 이 학교의 졸업생 대표였고, 국가 공훈 장학생으로 이름을 날렸던 형의 그늘에 가려, 움츠리고 기죽어 있다.

국어 시간부터 독특하고 파격적인 '키팅'선생님의 수업방식은 학생들을 당황케 했지만, 이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며 앞으로, 자기를 부를 때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이라고 부르라 한다.

'키팅'선생님에게 매료된 '닐'은 도서관에서 선생님의 졸업앨범을 찾아낸다. 그리고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문구에 관심을 갖게 되고 '키팅' 선생님께 묻는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키팅' 선생님이 이 학교 재학생일 때 만든 비밀조직의 이름으로 '소로우'의 시에서 따온 구절인데 삶의 참맛을 보기 위한 조직이었으며 동굴에 모여 시를 읽고 시를 짓는 모임으로 이 조직에 가입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뜻이었다는 대답을 듣는다.

'닐'은 어울리던 친구들과 '죽은 시인의 사회'를 재결성하고, 관심 없어하는 '토드'에게도 종용을 한다.

그들은 숲속에 동굴을 찾아내어 비밀 회동을 하고

개성 강한 '키팅' 선생님의 수업방식에 다들 적응해 나가면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로 인한 변화에 고무된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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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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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룡'이란 존재가 한 인간을 지배해 버렸다.

'이 소룡'을 흠모했던 평범한 사내, 60년대 말, 남자가 되는 과정의 필수과목이었던 그를, 선망 그 이상으로 흠모했던 한 짝퉁 인생에 대한 이야기..

1973년 여름, 33세의 '이소룡'이 죽는다.

6학년 '상구'는 자신의 친구 '종태'와 함께 삼촌을 따라 뒷산에서 '이소룡'의 추모제를 지낸다.

권 씨 집안의 '상구'에게는 공부를 매우 잘하는 15세의 형 '동구'가 있고,

삼촌 '도운'은 18세의 고등학생이다.

들이 자라는 곳은 권 씨 집안의 집성촌이다. 심하게 말을 더듬던 삼촌은 10년 전, 그러니까 그가 8세이던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친부였다고 찾아온 서자로, 공부엔 영 관심이 없고, '이소룡' 영화를 보고 그의 무술을 따라 하며 소일한다. '상구'와 친구 '종태'는 삼촌의 무술 제자가 되고 '이소룡'의 팬이 되는데 '상구'보다는 '종태'가 더 소질을 보인다.

삼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버지의 농사일도 돕고, 건축현장 노가다도 착실하게 해서 오토바이를 선물 받는다.

그는 무도가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혼자 무술을 연마하지만, 야망, 과시욕, 쇼맨십과는 거리가 먼 그에게 학원의 주먹들이 도전을 하게 된다.

오빠와 호떡 장사를 하는 못생기고 당찬 여고생 '오순'이 그에게 반해, 오토바이를 태워달라 하고, 사랑도 나누게 되는데 어느 날 영화 촬영 현장을 지나다가 그녀의 제안으로 액션 대역을 하게 된 그의 발차기는 영화감독도 반하게 된다.

리고 그곳에서 삼류 영화배우 '최원정'과 눈이 마주친 삼촌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슴이 유독 큰 그녀는 충무로 유명한 제작자인 유 사장의 몇 번째 여자쯤 되었다.

'오순'은 독극물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녀의 독극물에 관한 기술은 이 소설의 중요한 도구이다. 그리고 '도치'라는 양아치의 호떡 사건과 그가 따르는 '토끼'의 이야기들이 요절복통하는 사건으로 전개된다.

아이를 임신했다는 '오순'의 결혼 요구에 겁먹은 삼촌이 주저하자 독극물을 나눠먹은 그들은 어떻게 살아나지만, 삼촌은 미성년자 약취 및 강간, 살인 미수 혐의로 서울로 도망쳐버리고, 병원에서 양아치 '토끼'와 '오순'의 사랑이 시작된다.

무작정 서울로 간, 삼촌은 충무로의 '북경반점'이라는 화교 출신의 '마 사장'이란 여인이 운영하는 규모가 큰 중국집의 배달부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칼판장'이라는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사람으로부터 영춘권도 배우지만, 그와 연인이었던 '마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사기를 당한다. 결국 삼촌의 돈도 훔쳐 가고, 그가 배운 영춘권도 가짜였다는..

심 끝에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가한 삼촌은 [사망 유희]의 '이소룡' 대역 오디션에 참가하고자 홍콩을 가기 위한 무모한 무술 시범으로 문중 어르신들의 노여움을 사고, '마 사장'의 도움으로 홍콩행 배에 오르지만, 풍랑으로 다시 돌아오고, 군대를 간다.

70년대는 뭔가에 매혹된 시대였다고 한다.

온 국민은 독재자와 슬레이트 지붕에, 독재자는 수출과 젊은 여자에, '상구'를 비롯한 청춘들은 팝송과 '이소룡'에..

'상구'는 영국의 '올리비아 뉴튼존'을 닮은 영어선생님에게 반해서, 그녀를 '올리비아'로 지칭하는데, 그녀의 집에서 나오는 '종태에'게 질투를 느낀 나머지, 유치한 복수심으로 '종태' 인생의 끔찍한 비극을 부른다.

명문대에 진학한 형 '동구'는 남들 따라 데모에 참여했다가 경찰서에 연행되고, 열흘 만에 단순 가담자로 풀려나자, 법전을 파고들며 공부에 매진한다.

재자가 죽고, 제대한 삼촌은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다가, 비료 사러 나선 길에 순화 교육 대상자로 분류되어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으~ 말로만 듣던 그곳의 인권유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정희를 넘어, 전두환까지 1970년대 근대사가 있다.

 

-중간생략-

 

 

가는 이 책을 끝으로 더 이상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겠다고 한다.

'이 소룡'의 영화를 처음 보고, 단숨에 매혹되었던 그에게 영화는 그렇게 다가왔노라고~

그래서 그는 영화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소설에 쓰고

그렇게 다가온 영화는 그를 감독으로 데뷔시킬 참인데

[뜨거운 피] 개봉이 2020년,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금 개봉해도 걱정, 자꾸 미뤄져도 걱정인 그의 데뷔작.. 기다리고 또 기다려 본다.

가의 말을 통해서 그는 소설이 기본적으로 실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것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부서진 꿈과 좌절된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잡았다 놓친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이며,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야기라고.. 그것은 파탄 난 관계, 고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운명에 굴복하는 이야기,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이야기, 어떤 의미에서 모든 소설은 결국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따라서 실패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들, 아직도 부자가 될 희망에 들떠 있는 이들은 소설을 읽지 않노라고~~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돈 많은 마 사장이 한낱 배달원 삼촌에게 홍콩행 배를 탈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

그 꿈 자체를 지지해 주고 싶었다고..

오순과 아이를 낳고 호떡 장사를 하면서, 형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고향에 머물렀다면..

이소룡을 향한 허황되고 무모한 꿈, 돈의 노예가 된, 삼류 여배우에 대한 사랑..

그것을 향한 그 격정이 그를 살 수 있게 하는 힘이었을 것이다는 상구의 회한에 섞인..

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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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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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녀의 나이 서른아홉에 열일곱 살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 kk와 사랑을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애인은 머리가 부풀어 올라, 혼수상태로 죽음을 맞이했다. 시간이 흘러 오십 대 후반이 되어 그녀는 일과 관련해서 서울에 오게 되자, 그 어린 연인이 송장헤엄을 치며 놀았다는 도시 '밤메'를 찾아 나선다. 600년 전 건설되었다는,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로 가득하다는 좌충우돌의 도시 서울.. 그녀가 kk를 그리워하며 상상했던 그의 푸르던 시절 그 도시는 삭막한 산업단지가 되어있을 뿐..

이 우주의 90퍼센트는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지만 우리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그런 불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들 무게의 합은 전체 우주 질량에 10%도 못 미친다고, 그럼 나머지 90% 이상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그 90%가 관측이 불가하고, 존재도 증명할 수 없는 것들, 즉 암흑물질이라 한다고,

렇다면 이 우주의 90%가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kk와 그를 사랑했던 그녀의 세포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웠던 얼굴은 어디로 간 것이 아니라, 단지 볼 수 없을 뿐이라는..

[기억할 만한 지나침]

통에 끌리는 18세 소녀의 예민과 성장통

아들만 아버지를 깨뜨려야 남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딸도 엄마를 깨부숴야 여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엄마는 자신의 과정들을 과연 망각만 한 것일까? 否認은 아닐까?

[ 세계의 끝 여자친구]

타세쿼이아, 화석으로 발견된 백악기 시대의 나무, 빙하기 때 절멸했다가 1941년 일본의 박사가 화석으로 발견한 것을 1946년 중국의 임업 공무원이 양쯔강 상류 지방에서 발견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 나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아름다운 형태를 지녀 대량 번식에 성공시켜 가로수로 심어지게 된..

암으로 죽어간 시인과 그의 유부녀 여자친구

그들이 갈수 있었던 세계의 끝이란, 고작 호수 건너편 메타세쿼이아가 서있던 곳..

나무에 묻은(?) 한 연인에게 각별하고, 행복하고도 무척 슬픈 사랑에 대한 기억..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는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던가? 그때도 여전히 어리석고 미숙하고, 하지만 바빴고, 삶의 중심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고 최영미 시집을 나에게 선물했었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과 죽음 사이에는 고통이 있다고..

흑두루미와 함께한 날의 노을 시리즈 사진에서, 엄마가 죽던 날 보았던 노을이 떠올라, 그의 평전을 쓰기로 한 그녀, 평소 가족과 친구들 사진만 찍어왔던 그는, 기억해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것을 망각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노라고..

[달로 간 코미디언]

청혼을 했는데 난데없이 9.11테러와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그녀와 이별하게 되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달로 가버린 코미디언이었고, '웃을 일이 아니에요'라는 그의 유일한 유행어를 외치던 슬랩스틱 코미디는 실제로 웃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그녀..

연수의 단편소설을 두 번째 만난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단편은 전혀 녹록지 않다. 읽을수록 어렵고 음미할수록 버겁다.

이 아홉 개의 단편 모두가 장편의 소재로도 충분한 스토리인데

그 생략과 함축이 한편을 끝내고 다음 편으로 넘어가는 텀을 아주 길어지게 만드는 여운으로 가득 차게 한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가 등장하는데

이 소설들 만큼이나, 인상적여서 옮겨본다.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 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 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대로 세계를 볼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쟎아, 꽥꽥 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메리 올리버,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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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6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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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님이 꼽은 2019 올해의 책이었다는 「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의 1869년 소설이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로 당시로선 83세까지 장수하였던 사람으로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고 간통 혐의로 체포되기까지도 했으나, 소꿉친구였던 그의 아내를 통해서만 자식을 두었는데, 모두 요절을 하였고, 색정광이라고까지 일컬어졌지만, 그의 장례식은 프랑스 국장으로 거행되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1831)와 「레미제라블」(1862)의 저자이기도 하다.

'웃는 남자'는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다 하고,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도 공연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우르수스'는 곡예사로, 마술을 부리고 복화술을 구사하며 약초에 관한 지식으로 만병통치약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때로 의사 노릇도 하며 장터를 떠돈다.

그는 '호모'라는 이름을 지은 늑대와 함께 수레 겸 거처인 오두막에서 지내는데 고상한 취향의 소유자이자, 라틴 시인이기도 하다면서 허풍을 떨기도 하지만, 인간 혐오 자이다. 희극을 지어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특히 독백에 탁월하다. 그의 독백은 비사교적이되, 수다스러운 기질과, 아무도 만나기를 싫어하지만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그의 가난과 사나운 성품은 '호모'라는 늑대와 사귀게 되면서 떠돌이 생활에 취향이 생겼고, 그리하여 바퀴 달린 오두막에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늑대임에도 사람과 함께 사는 '호모'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호모'의 소리 없는 격노는 '우르수스'의 내면적 실상이고, 으르렁 거림은 불평분자 '우르수스'의 외면적 실상이다.

가는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180년 전의 이야기, 사람들이 조금 더 늑대 같았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1690년 1월의 삭풍은 눈 폭풍을 일으키고 맹추위를 일으킨다. 이날, 10살 먹은 어린아이가, 바닷가에서 버려진다.

'콤프라 치코스', 이들은 흉측하고 기이한 떠돌이 집단으로 어린아이를 사고팔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어린아이를, 웃기기 위한 광대, 곡예사로 만들고자 장난감 인간으로,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그들의 악의는 미숙아로, 짐승의 낯짝으로 신의 창조물을 수정해버린다. 17세기에 들면서 아동보호법이 만들어지고, '콤프라 치코스'들이 체포의 대상이 되자, 배를 타고 도주하면서 그 아이를 버린 것.

들이 탄 배는 눈 폭풍 속에 가라앉고

눈덩이 속 아이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눈 속에 파묻힌, 구걸하던 여인의 품에서, 동사 직전의 어린 여자아이를 줍는다.

1690년은 흑사병이 런던을 휩쓴 직후라, 어린 아기를 자신의 체온으로 감싸며 추위와 배고픔을 피해 이집 저집의 대문을 두드려 보지만 아무도 열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우르수스'의 오두막으로 찾아들고, 그가 어린 그들을 양육한다.

10살의 그 아이 이름은 '그윈 플레인', 그는 귀밑까지 찢겨서 드러난 잇몸과 으깨어진 코를 가진, 영원히 웃는 남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아기, '데아'는 소경이다.

두 살 무렵 수술을 당한 '그윈 플레인'은, 그 고통도, 수술도 기억하지 못한다.

'데아'와 '그윈 플레인'은 한 침대에서 자면서 의지하면서, '우르수스'를 아버지로 부르며 곡예사로 성장한다.

국의 청교도 혁명은 11년간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지만, '크롬웰'의 독재와, 사망으로 1660년 왕정으로 복고한다.

이때 공화정의 승리에 고무 적였던 '클랜 찰리 경'이란 귀족(남작)은, 큰 뜻(정치적인 이유) 없이 공화제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는 혁명 종식 후에도 공화제를 고수하는데, 이 역시 한낱 고집에 불과하였다. 결국 반항자로 찍혀 스위스로 추방되는데 그는 끝까지 죽은 공화제에 대한 충절 속에서 늙어간다.

그리고 이들 가족의 비극이 시작된다.

왕정체제로 다시 돌아가 국왕이 된 '찰스 2세'는 친절하고, 통치를 아는 사람이라, 변절자에 대해 조금은 관대할 수 있었지만, 그 뒤를 이은 '제임스 2세'는 혁명 잔재에 대해 조임질을 한다. 국가의 정연한 질서 회복을 위해 실질적 왕권의 복구자가 된다.

'클랜찰리 경'에게는 사생아가 있었는데,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았던, 귀족 계급의 여인이 낳은 아이였다. 이 여인이 '찰스 2세'의 정인으로 궁정으로 들어가자 그들의 사생아 '데이비드'는 궁정의 시동으로 성장했으나, 국왕은 그에게 근위병직을 하사하였다.

'제임스 2세'는 '데이비드 경'을 특히 총애한다. '클린 찰리경'이 스위스에서 죽자, 적장자가 '데이비드 경'이므로, 적장자 유산상속에 따라 그가 상속자가 되는데 조건이, 자신의 딸, '조시언'과의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여공작의 작위를 하사받은 '조시언'은 '데이비드'와 결혼할 때까지 '클랜찰리'의 영지 등을 소유하는 막대한 자산가가 된다.

'앤 여왕'의 통치하 1705년에 '조시언'은 23세가 되고, '데이비드'는 44세가 되지만 이들은 서로 희롱만 할 뿐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시언'은 남자를 멸시하는, 겉멋쟁이로 성장한다.

- 중간 생략-

 

축된 언어와 반복, 과장된 묘사와 능청스러운 복선, 그리고 개연성의 암시는 고전의, 고전다운 맛, 묘미이다. 노래하는 듯한 대사는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느낌마저 준다.

'우르수스'의 연설이, '그윈 플레인'의 연설이 특히 그러하다.

귀족들의 위선과 욕망을 꼬집고 싶었던 '위고'의 서술은 블랙 유머와 반어법으로 정점을 이룬다.

너무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주석에 정정과 지적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아이가 버려지는 상황 등의 묘사가 엄청 지루하고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극적인 매력이 넘치는 재미난 작품이다.

극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윈 플레인'과

다른 유럽들도 그랬겠지만, 귀족들만의 세상이었던 잉글랜드의, 떠돌이 곡예사 '우르수스'의 개똥철학과

국왕들의 처세와 귀족들의 만용..

그에게 있어서 신분과 얼굴과 유년을 빼앗아간 사회는 계모이고,

선의적인 영혼을 부여한 자연은 어머니라는 댓구가 인상적였다.

페인식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유행한다고, 공주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던 영국의 국왕.

진정한 주인인 시민이 나타날 것이라는 '그윈 플레인'의 연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리기만 하던 귀족들의 권태와 우울을 위해서, 사람을 기형(곱사등이, 난쟁이)으로 만들어 곁에 둔다던 왕가,

네덜란드에서는 체중을 저울에 달아서 기준을 초과하면 교수형을, 미달하면 마법사로 간주해 불에 태워 죽였다는 ..

이탈리아 식으로 입술을 다물며, 스페인식으로 눈망울을 굴리는 표정이 유행했고,

영국의 궁정 안에서는 프랑스어로 말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그 이유가 멋진 말은 프랑스어로 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는 것.

그리고 튜더 왕조의 '엘리자 베스 여왕'은 못생겨서, 자신이 아름답다는 포고령을 내리기도 했다는 사실 등

16세기, 17세기의 유럽, 영국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글랜드 귀족사회의 단면을 비웃는 「웃는 남자」는

제목 자체가 냉소적인 역설이 되겠다.

혁명과 전쟁으로 인권은커녕, 인간다운 삶이 힘들었고, 시민의 삶은 아직 등장하지 못했고

단지 백성의 삶을 살아야 했던, 백성은 어리석은 자 맞다. 백성이던 시절의 그들에게는 배움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시민은, 국민은 아둔한 사람들이 아니다. 개. 돼지가 절대 될 수 없다는 거지.. ㅎㅎ

「웃는 남자」의 웃음에는 분노와 슬픔과 깊은 연민이 들어있다. 신과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저지르는 참상에 대한 깊은 반어적 역설..

그래서 올 연말에는 뮤지컬 「웃는 남자」를 꼭 봐야 하는 이유..

내가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이유 중 분명한 하나는

절제하지 않는 나이브하고 격한 감정선의 흐름 이다. 그래서 한동안 현대문학만 읽다보면 차멀미 증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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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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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스승이었다고 하는 '장 그르니에'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미학 교수였다.

이 수필집을 읽는 동안 그의 회의와 사색이 고스란히 내게로 옮겨지는듯 하다.

회의를 품는 인간, 이것이 사색의 시작이요, 철학의 시작이라고..

공(空)의 매혹..

비어있음, 無..

세계의 비어있음을 체험했다는 그는, 하늘이 기우뚱하며 허공 속으로 송두리째 삼켜져 버리는 것을 본 예닐곱 살 때, 무(無)의 인상을 느꼈다고 한다. 한 인간 존재의 결정적인 순간이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라며, 참모습을 드러냄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고,,

항상 움직이는 바다, 밀물과 썰물이 교체하는 바다의 그 광대 무변한 넓이로 펼쳐져 있음을 보면서 엄청난 공허를 느낀다는 그, 바위, 갯벌, 물.. 날마다 모든 것이 전부 다시 따져보아야 할 문제로 변하는 곳에서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보니 바다는 그렇더라. 존재도 그러하다.

그래서 空이고 無이다.

고양이 물루

그는 공부할 때 도움이 되어주고 자신의 한결같은 생각과 단 하나의 행복에 그를 보다 더 가까이 있게 해줄 존재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운다.

개는 따뜻하게 감싸주고, 정직한 거동과 반가움을 못 이겨 달려드는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위엄이 가득하여, 마치 자기 나라 정부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에 신경을 많이 쓰는 대사 같다는 태도의 고양이라는 비유가 멋지다.

어떤 이웃은 이 책을 읽고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고, 이름도 '물루'라고 지었다 한다.

내 주변의 고양이 매니아들은 이기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개인주의자 이기는 하다 ㅎㅎ

고양이의 매력, 여러 유명 인사들이 그 매력에 빠져 키웠던 것을 언급하는데

내게는 고양이를 몹시 사랑했던 '몽테뉴'의 그 유명한 일화도 생각나는 대목이다.

 

 

 - 그래서 나는 하루에 세 번 무섭다. 해가 저물 때, 내가 잠들려고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 나를 저버리는 세 번..... 허공을 항하여 문이 열리는 저 순간들이 나는 무섭다. 짙어가는 어둠이 그대의 목을 조이려고 할 때, 한밤중에 잠 깨어 나는 과연 무슨 가치가 있는 존재일까를 가늠해 볼 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생각이 미칠 때. 잠이 그대를 돌처럼 굳어지게 할 때, 대낮은 그대를 속여 위로한다. 그러나 밤은 무대 장치조차 없다. 42

 

나도 이럴 때 문득 두렵다. 허공을 향해 문이 열리는 순간, 한밤중 깨어나서 존재의 가치까지 생각이 번질 때.. 무대장치조차 없다는 밤..

- 도대체 시간은 내게 얼마든지 있는 것이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시간 못지않게 내가 죽은 이후에도 있을 그 막대한 시간 말이다. 햇빛이 잘 쪼여주는 이 가득한 시간들이 내게 기대할 것도 잃어버릴 것도 없음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54

시간은 많다고.. 나란 존재가 태어나기 전에도, 사라진 이후에도 널려있을 시간들..

내 기준의 시계는 언젠가 멈출 것이고, 한 인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일 뿐인 시간이므로..

 

 

고통스러운 존재를 바라보는 일이, 훨씬 고통스러울 수 있어서, 차라리 그들이 죽기를 바란다고,, 평화롭기를.. 이런 아이러니가 현실일 거라고 ᆢ슬프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짐작해 본다. ㅜㅜ

케르겔렌군도

 

낯선 도시에서 비밀스런 삶을 살고 싶은 꿈을 가진 그, 다른 사람에게 실제보다도 더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길, 알아도 모르는 척, 처음 듣는 이야기인 척, 자신의 지위도 낮추고 싶다는,, 그리하여 격이 낮은 사람들과 왕래하고 싶고, 무엇인가 감출 것이 있는 도시 파리가 좋다고..

어떤 여행자가 쓴 케르켈 군도의 묘사..

이것이 그가 암시하고자 하는 명상의 방향이라 한다.

선박이 떠다니는 일체의 항로 밖에 위치한 이 섬은 안개와 위험한 암초들로 둘러싸여 고장의 내부가 황폐하고 살아 있는 것이 없는 곳.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다가 혼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그것은 '고독'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것'이라고..

행운의 섬들

-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95

-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은 불가능한 일),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97

- 따라서,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 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각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장소, 그 순간에 우리가 바라본 어떤 고장의 풍경은, 마치 위대한 음악가가 평범한 악기를 탄 주하여 그 악기의 위력을 자기 자신에게 문자 그대로 계시하여 보이듯이, 우리들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엉뚱한 인식이야말로 모든 인식 중에서도 가장 참된 것이다. 즉 내가 나 자신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잊었던 친구를 만나서 깜짝 놀라듯이 어떤 낯선 도시를 앞에 두고 깜짝 놀랄 때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97-98

 

여행을 하는 어떤 이유보다 그럴듯하다.

그래서 책으로 여행을 하고 낯선 장소로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부활의 섬

-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되는 것일까? 난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수평선으로 자유스럽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어디서 만날 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섬에 가면(격리된다.--섬의 어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섬들, 혹은 혼자씩일 뿐인 인간들. 123-124

어느 백정의 죽음을 지켜보며..

이 문구가 이 책의 핵심이자, 제목이 '섬'인 이유이다. 인간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섬, 혼자씩뿐인 인간들..

혼자뿐인 섬인데, '고독'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삶'이라 한다.

'고독'은 타의, '비밀'은 자의? 좀 더 거룩한 비교를 해보자~

상상의 인도

 

작가는 인도를 좋아한 건가?

인도인들의 태연무심한 사고방식과

자신을 세계로부터 소외 시킨다는 야심, 비 인간적인 고장, 인도.., 천대받거나 지배하는 카스트..

그때 유럽인들은 인도에 열광했겠지ᆢ '헤르만 헤세'처럼..

사라져 버린 날들

-내가 보기에는 극도의 희열이란 어떤 사람들에겐 비극적인 것과 구별할 수 없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희열은 비극성의 절정인 것이다. 어떤 정열의 소용돌이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영혼 속에는 엄청난 침묵이 찾아든다. 161-162

vacance의 의미, 일체의 행동이나 사고나 의사의 교환이나 오락을 하지 않는 것. vacances(휴가)가 아닌 것이다. 그는 묵상을 통해서 진공을 만들고 시간을 중단시키고자 한다.

묵상이란 이 세계의 바탕과는 다른 바탕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어떤 삶을 전제로 한다. 전진과 추락이 있고 또 무슨 방향이 있는 그것은 여전히 어떤 삶인 것이다. 나는 오히려 무(無)가 되고 싶었다. 말을 거창하게 했지만 그저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싶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라. 166

보로메의 섬들

- 북쪽의 어느 낯선 고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보니 내게는 삶이 무겁고 시가 없어 보였다. 시가 없다는 말은 더할 수없이 단조롭기만 한 것에서 매 순간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만드는 그 뜻하지 않은 놀라움이 없다는 뜻이다. 173

간의 존재에 대해, 여행과, 여백과, 그리하여 空, 無..

이런 사색들로 가득 찬 산문..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即是色), 이 구절이 자꾸 떠오르더라, 모든 유형(有形)의 사물은 공허한 것이며, 공허한 것은 유형의 사물과 다르지 않다는 반야심경의 ..

그니깐 욕심부리지 말지어다. 주어진 오늘을 최대한으로 살아보는 것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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