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6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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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님이 꼽은 2019 올해의 책이었다는 「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의 1869년 소설이다.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로 당시로선 83세까지 장수하였던 사람으로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고 간통 혐의로 체포되기까지도 했으나, 소꿉친구였던 그의 아내를 통해서만 자식을 두었는데, 모두 요절을 하였고, 색정광이라고까지 일컬어졌지만, 그의 장례식은 프랑스 국장으로 거행되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1831)와 「레미제라블」(1862)의 저자이기도 하다.

'웃는 남자'는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다 하고,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도 공연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우르수스'는 곡예사로, 마술을 부리고 복화술을 구사하며 약초에 관한 지식으로 만병통치약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때로 의사 노릇도 하며 장터를 떠돈다.

그는 '호모'라는 이름을 지은 늑대와 함께 수레 겸 거처인 오두막에서 지내는데 고상한 취향의 소유자이자, 라틴 시인이기도 하다면서 허풍을 떨기도 하지만, 인간 혐오 자이다. 희극을 지어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특히 독백에 탁월하다. 그의 독백은 비사교적이되, 수다스러운 기질과, 아무도 만나기를 싫어하지만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그의 가난과 사나운 성품은 '호모'라는 늑대와 사귀게 되면서 떠돌이 생활에 취향이 생겼고, 그리하여 바퀴 달린 오두막에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늑대임에도 사람과 함께 사는 '호모'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호모'의 소리 없는 격노는 '우르수스'의 내면적 실상이고, 으르렁 거림은 불평분자 '우르수스'의 외면적 실상이다.

가는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180년 전의 이야기, 사람들이 조금 더 늑대 같았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1690년 1월의 삭풍은 눈 폭풍을 일으키고 맹추위를 일으킨다. 이날, 10살 먹은 어린아이가, 바닷가에서 버려진다.

'콤프라 치코스', 이들은 흉측하고 기이한 떠돌이 집단으로 어린아이를 사고팔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어린아이를, 웃기기 위한 광대, 곡예사로 만들고자 장난감 인간으로,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그들의 악의는 미숙아로, 짐승의 낯짝으로 신의 창조물을 수정해버린다. 17세기에 들면서 아동보호법이 만들어지고, '콤프라 치코스'들이 체포의 대상이 되자, 배를 타고 도주하면서 그 아이를 버린 것.

들이 탄 배는 눈 폭풍 속에 가라앉고

눈덩이 속 아이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눈 속에 파묻힌, 구걸하던 여인의 품에서, 동사 직전의 어린 여자아이를 줍는다.

1690년은 흑사병이 런던을 휩쓴 직후라, 어린 아기를 자신의 체온으로 감싸며 추위와 배고픔을 피해 이집 저집의 대문을 두드려 보지만 아무도 열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우르수스'의 오두막으로 찾아들고, 그가 어린 그들을 양육한다.

10살의 그 아이 이름은 '그윈 플레인', 그는 귀밑까지 찢겨서 드러난 잇몸과 으깨어진 코를 가진, 영원히 웃는 남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아기, '데아'는 소경이다.

두 살 무렵 수술을 당한 '그윈 플레인'은, 그 고통도, 수술도 기억하지 못한다.

'데아'와 '그윈 플레인'은 한 침대에서 자면서 의지하면서, '우르수스'를 아버지로 부르며 곡예사로 성장한다.

국의 청교도 혁명은 11년간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지만, '크롬웰'의 독재와, 사망으로 1660년 왕정으로 복고한다.

이때 공화정의 승리에 고무 적였던 '클랜 찰리 경'이란 귀족(남작)은, 큰 뜻(정치적인 이유) 없이 공화제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는 혁명 종식 후에도 공화제를 고수하는데, 이 역시 한낱 고집에 불과하였다. 결국 반항자로 찍혀 스위스로 추방되는데 그는 끝까지 죽은 공화제에 대한 충절 속에서 늙어간다.

그리고 이들 가족의 비극이 시작된다.

왕정체제로 다시 돌아가 국왕이 된 '찰스 2세'는 친절하고, 통치를 아는 사람이라, 변절자에 대해 조금은 관대할 수 있었지만, 그 뒤를 이은 '제임스 2세'는 혁명 잔재에 대해 조임질을 한다. 국가의 정연한 질서 회복을 위해 실질적 왕권의 복구자가 된다.

'클랜찰리 경'에게는 사생아가 있었는데,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았던, 귀족 계급의 여인이 낳은 아이였다. 이 여인이 '찰스 2세'의 정인으로 궁정으로 들어가자 그들의 사생아 '데이비드'는 궁정의 시동으로 성장했으나, 국왕은 그에게 근위병직을 하사하였다.

'제임스 2세'는 '데이비드 경'을 특히 총애한다. '클린 찰리경'이 스위스에서 죽자, 적장자가 '데이비드 경'이므로, 적장자 유산상속에 따라 그가 상속자가 되는데 조건이, 자신의 딸, '조시언'과의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여공작의 작위를 하사받은 '조시언'은 '데이비드'와 결혼할 때까지 '클랜찰리'의 영지 등을 소유하는 막대한 자산가가 된다.

'앤 여왕'의 통치하 1705년에 '조시언'은 23세가 되고, '데이비드'는 44세가 되지만 이들은 서로 희롱만 할 뿐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시언'은 남자를 멸시하는, 겉멋쟁이로 성장한다.

- 중간 생략-

 

축된 언어와 반복, 과장된 묘사와 능청스러운 복선, 그리고 개연성의 암시는 고전의, 고전다운 맛, 묘미이다. 노래하는 듯한 대사는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느낌마저 준다.

'우르수스'의 연설이, '그윈 플레인'의 연설이 특히 그러하다.

귀족들의 위선과 욕망을 꼬집고 싶었던 '위고'의 서술은 블랙 유머와 반어법으로 정점을 이룬다.

너무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주석에 정정과 지적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아이가 버려지는 상황 등의 묘사가 엄청 지루하고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극적인 매력이 넘치는 재미난 작품이다.

극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윈 플레인'과

다른 유럽들도 그랬겠지만, 귀족들만의 세상이었던 잉글랜드의, 떠돌이 곡예사 '우르수스'의 개똥철학과

국왕들의 처세와 귀족들의 만용..

그에게 있어서 신분과 얼굴과 유년을 빼앗아간 사회는 계모이고,

선의적인 영혼을 부여한 자연은 어머니라는 댓구가 인상적였다.

페인식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유행한다고, 공주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던 영국의 국왕.

진정한 주인인 시민이 나타날 것이라는 '그윈 플레인'의 연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리기만 하던 귀족들의 권태와 우울을 위해서, 사람을 기형(곱사등이, 난쟁이)으로 만들어 곁에 둔다던 왕가,

네덜란드에서는 체중을 저울에 달아서 기준을 초과하면 교수형을, 미달하면 마법사로 간주해 불에 태워 죽였다는 ..

이탈리아 식으로 입술을 다물며, 스페인식으로 눈망울을 굴리는 표정이 유행했고,

영국의 궁정 안에서는 프랑스어로 말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그 이유가 멋진 말은 프랑스어로 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는 것.

그리고 튜더 왕조의 '엘리자 베스 여왕'은 못생겨서, 자신이 아름답다는 포고령을 내리기도 했다는 사실 등

16세기, 17세기의 유럽, 영국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글랜드 귀족사회의 단면을 비웃는 「웃는 남자」는

제목 자체가 냉소적인 역설이 되겠다.

혁명과 전쟁으로 인권은커녕, 인간다운 삶이 힘들었고, 시민의 삶은 아직 등장하지 못했고

단지 백성의 삶을 살아야 했던, 백성은 어리석은 자 맞다. 백성이던 시절의 그들에게는 배움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시민은, 국민은 아둔한 사람들이 아니다. 개. 돼지가 절대 될 수 없다는 거지.. ㅎㅎ

「웃는 남자」의 웃음에는 분노와 슬픔과 깊은 연민이 들어있다. 신과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저지르는 참상에 대한 깊은 반어적 역설..

그래서 올 연말에는 뮤지컬 「웃는 남자」를 꼭 봐야 하는 이유..

내가 고전문학을 좋아하는 이유 중 분명한 하나는

절제하지 않는 나이브하고 격한 감정선의 흐름 이다. 그래서 한동안 현대문학만 읽다보면 차멀미 증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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