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었다고 하는 '장 그르니에'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미학 교수였다.

이 수필집을 읽는 동안 그의 회의와 사색이 고스란히 내게로 옮겨지는듯 하다.

회의를 품는 인간, 이것이 사색의 시작이요, 철학의 시작이라고..

공(空)의 매혹..

비어있음, 無..

세계의 비어있음을 체험했다는 그는, 하늘이 기우뚱하며 허공 속으로 송두리째 삼켜져 버리는 것을 본 예닐곱 살 때, 무(無)의 인상을 느꼈다고 한다. 한 인간 존재의 결정적인 순간이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라며, 참모습을 드러냄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고,,

항상 움직이는 바다, 밀물과 썰물이 교체하는 바다의 그 광대 무변한 넓이로 펼쳐져 있음을 보면서 엄청난 공허를 느낀다는 그, 바위, 갯벌, 물.. 날마다 모든 것이 전부 다시 따져보아야 할 문제로 변하는 곳에서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보니 바다는 그렇더라. 존재도 그러하다.

그래서 空이고 無이다.

고양이 물루

그는 공부할 때 도움이 되어주고 자신의 한결같은 생각과 단 하나의 행복에 그를 보다 더 가까이 있게 해줄 존재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운다.

개는 따뜻하게 감싸주고, 정직한 거동과 반가움을 못 이겨 달려드는 사랑스러운 존재지만,

위엄이 가득하여, 마치 자기 나라 정부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에 신경을 많이 쓰는 대사 같다는 태도의 고양이라는 비유가 멋지다.

어떤 이웃은 이 책을 읽고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고, 이름도 '물루'라고 지었다 한다.

내 주변의 고양이 매니아들은 이기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개인주의자 이기는 하다 ㅎㅎ

고양이의 매력, 여러 유명 인사들이 그 매력에 빠져 키웠던 것을 언급하는데

내게는 고양이를 몹시 사랑했던 '몽테뉴'의 그 유명한 일화도 생각나는 대목이다.

 

 

 - 그래서 나는 하루에 세 번 무섭다. 해가 저물 때, 내가 잠들려고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 나를 저버리는 세 번..... 허공을 항하여 문이 열리는 저 순간들이 나는 무섭다. 짙어가는 어둠이 그대의 목을 조이려고 할 때, 한밤중에 잠 깨어 나는 과연 무슨 가치가 있는 존재일까를 가늠해 볼 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생각이 미칠 때. 잠이 그대를 돌처럼 굳어지게 할 때, 대낮은 그대를 속여 위로한다. 그러나 밤은 무대 장치조차 없다. 42

 

나도 이럴 때 문득 두렵다. 허공을 향해 문이 열리는 순간, 한밤중 깨어나서 존재의 가치까지 생각이 번질 때.. 무대장치조차 없다는 밤..

- 도대체 시간은 내게 얼마든지 있는 것이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시간 못지않게 내가 죽은 이후에도 있을 그 막대한 시간 말이다. 햇빛이 잘 쪼여주는 이 가득한 시간들이 내게 기대할 것도 잃어버릴 것도 없음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54

시간은 많다고.. 나란 존재가 태어나기 전에도, 사라진 이후에도 널려있을 시간들..

내 기준의 시계는 언젠가 멈출 것이고, 한 인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일 뿐인 시간이므로..

 

 

고통스러운 존재를 바라보는 일이, 훨씬 고통스러울 수 있어서, 차라리 그들이 죽기를 바란다고,, 평화롭기를.. 이런 아이러니가 현실일 거라고 ᆢ슬프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짐작해 본다. ㅜㅜ

케르겔렌군도

 

낯선 도시에서 비밀스런 삶을 살고 싶은 꿈을 가진 그, 다른 사람에게 실제보다도 더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길, 알아도 모르는 척, 처음 듣는 이야기인 척, 자신의 지위도 낮추고 싶다는,, 그리하여 격이 낮은 사람들과 왕래하고 싶고, 무엇인가 감출 것이 있는 도시 파리가 좋다고..

어떤 여행자가 쓴 케르켈 군도의 묘사..

이것이 그가 암시하고자 하는 명상의 방향이라 한다.

선박이 떠다니는 일체의 항로 밖에 위치한 이 섬은 안개와 위험한 암초들로 둘러싸여 고장의 내부가 황폐하고 살아 있는 것이 없는 곳.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다가 혼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그것은 '고독'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것'이라고..

행운의 섬들

-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95

-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은 불가능한 일),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97

- 따라서,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 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각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장소, 그 순간에 우리가 바라본 어떤 고장의 풍경은, 마치 위대한 음악가가 평범한 악기를 탄 주하여 그 악기의 위력을 자기 자신에게 문자 그대로 계시하여 보이듯이, 우리들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엉뚱한 인식이야말로 모든 인식 중에서도 가장 참된 것이다. 즉 내가 나 자신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잊었던 친구를 만나서 깜짝 놀라듯이 어떤 낯선 도시를 앞에 두고 깜짝 놀랄 때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97-98

 

여행을 하는 어떤 이유보다 그럴듯하다.

그래서 책으로 여행을 하고 낯선 장소로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부활의 섬

-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되는 것일까? 난바다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수평선으로 자유스럽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어디서 만날 수 있으며 육체적 황홀을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곳이 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섬에 가면(격리된다.--섬의 어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섬, 혹은 혼자뿐인 한 인간. 섬들, 혹은 혼자씩일 뿐인 인간들. 123-124

어느 백정의 죽음을 지켜보며..

이 문구가 이 책의 핵심이자, 제목이 '섬'인 이유이다. 인간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섬, 혼자씩뿐인 인간들..

혼자뿐인 섬인데, '고독'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삶'이라 한다.

'고독'은 타의, '비밀'은 자의? 좀 더 거룩한 비교를 해보자~

상상의 인도

 

작가는 인도를 좋아한 건가?

인도인들의 태연무심한 사고방식과

자신을 세계로부터 소외 시킨다는 야심, 비 인간적인 고장, 인도.., 천대받거나 지배하는 카스트..

그때 유럽인들은 인도에 열광했겠지ᆢ '헤르만 헤세'처럼..

사라져 버린 날들

-내가 보기에는 극도의 희열이란 어떤 사람들에겐 비극적인 것과 구별할 수 없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희열은 비극성의 절정인 것이다. 어떤 정열의 소용돌이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영혼 속에는 엄청난 침묵이 찾아든다. 161-162

vacance의 의미, 일체의 행동이나 사고나 의사의 교환이나 오락을 하지 않는 것. vacances(휴가)가 아닌 것이다. 그는 묵상을 통해서 진공을 만들고 시간을 중단시키고자 한다.

묵상이란 이 세계의 바탕과는 다른 바탕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어떤 삶을 전제로 한다. 전진과 추락이 있고 또 무슨 방향이 있는 그것은 여전히 어떤 삶인 것이다. 나는 오히려 무(無)가 되고 싶었다. 말을 거창하게 했지만 그저 나 자신을 잊어버리고 싶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라. 166

보로메의 섬들

- 북쪽의 어느 낯선 고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보니 내게는 삶이 무겁고 시가 없어 보였다. 시가 없다는 말은 더할 수없이 단조롭기만 한 것에서 매 순간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만드는 그 뜻하지 않은 놀라움이 없다는 뜻이다. 173

간의 존재에 대해, 여행과, 여백과, 그리하여 空, 無..

이런 사색들로 가득 찬 산문..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即是色), 이 구절이 자꾸 떠오르더라, 모든 유형(有形)의 사물은 공허한 것이며, 공허한 것은 유형의 사물과 다르지 않다는 반야심경의 ..

그니깐 욕심부리지 말지어다. 주어진 오늘을 최대한으로 살아보는 것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