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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그녀의 나이 서른아홉에 열일곱 살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 kk와 사랑을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애인은 머리가 부풀어 올라, 혼수상태로 죽음을 맞이했다. 시간이 흘러 오십 대 후반이 되어 그녀는 일과 관련해서 서울에 오게 되자, 그 어린 연인이 송장헤엄을 치며 놀았다는 도시 '밤메'를 찾아 나선다. 600년 전 건설되었다는,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로 가득하다는 좌충우돌의 도시 서울.. 그녀가 kk를 그리워하며 상상했던 그의 푸르던 시절 그 도시는 삭막한 산업단지가 되어있을 뿐..
이 우주의 90퍼센트는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지만 우리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그런 불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들 무게의 합은 전체 우주 질량에 10%도 못 미친다고, 그럼 나머지 90% 이상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그 90%가 관측이 불가하고, 존재도 증명할 수 없는 것들, 즉 암흑물질이라 한다고,
그렇다면 이 우주의 90%가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kk와 그를 사랑했던 그녀의 세포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웠던 얼굴은 어디로 간 것이 아니라, 단지 볼 수 없을 뿐이라는..
[기억할 만한 지나침]
고통에 끌리는 18세 소녀의 예민과 성장통
아들만 아버지를 깨뜨려야 남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딸도 엄마를 깨부숴야 여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엄마는 자신의 과정들을 과연 망각만 한 것일까? 否認은 아닐까?
[ 세계의 끝 여자친구]
메타세쿼이아, 화석으로 발견된 백악기 시대의 나무, 빙하기 때 절멸했다가 1941년 일본의 박사가 화석으로 발견한 것을 1946년 중국의 임업 공무원이 양쯔강 상류 지방에서 발견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 나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아름다운 형태를 지녀 대량 번식에 성공시켜 가로수로 심어지게 된..
암으로 죽어간 시인과 그의 유부녀 여자친구
그들이 갈수 있었던 세계의 끝이란, 고작 호수 건너편 메타세쿼이아가 서있던 곳..
나무에 묻은(?) 한 연인에게 각별하고, 행복하고도 무척 슬픈 사랑에 대한 기억..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나는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던가? 그때도 여전히 어리석고 미숙하고, 하지만 바빴고, 삶의 중심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고 최영미 시집을 나에게 선물했었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삶과 죽음 사이에는 고통이 있다고..
흑두루미와 함께한 날의 노을 시리즈 사진에서, 엄마가 죽던 날 보았던 노을이 떠올라, 그의 평전을 쓰기로 한 그녀, 평소 가족과 친구들 사진만 찍어왔던 그는, 기억해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것을 망각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노라고..
[달로 간 코미디언]
청혼을 했는데 난데없이 9.11테러와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그녀와 이별하게 되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달로 가버린 코미디언이었고, '웃을 일이 아니에요'라는 그의 유일한 유행어를 외치던 슬랩스틱 코미디는 실제로 웃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그녀..
김연수의 단편소설을 두 번째 만난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단편은 전혀 녹록지 않다. 읽을수록 어렵고 음미할수록 버겁다.
이 아홉 개의 단편 모두가 장편의 소재로도 충분한 스토리인데
그 생략과 함축이 한편을 끝내고 다음 편으로 넘어가는 텀을 아주 길어지게 만드는 여운으로 가득 차게 한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가 등장하는데
이 소설들 만큼이나, 인상적여서 옮겨본다.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 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 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대로 세계를 볼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쟎아, 꽥꽥 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