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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09년 6월
평점 :
체코의 역사 속 위대한 작가 '쿤데라'는 현존 하고 있는 현재 나이 90의 사람이다.심오한 제목과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문체는, 젊음을 사유하게 하고 철학 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그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보다 15년 앞선 이 책은 나의 초창기 블로그님의 추천작이다.
총 7부로 나누어진 이 장편 소설은 '시인의 탄생', '자비에르', '수음을 하는 시인', '도망치는 시인', '질투하는 시인', '중년 남자', '시인의 죽음'으로 구성된다.
주인공인, 시인 '야로밀'의 탄생과, 어른이 되는 과정, 시인이 되는 과정, 그리고 사랑과 죽음을 일직선상에 놓고 거기에 어머니와 몇 명의 여인, '자비에르'라고 하는 '야로밀'의 서사시의 주인공이자, 제2의 자아, 그리고 중년 남자가 등장한다.
이름 한번 나오지 않는 '야로밀'의 어머니는 젊은날 기사와 사랑에 빠지고, 임신을 하게 된다. 그는 쾌활하고, 자유분방하며 매혹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그녀의 마음과 몸을 얻었지만, 사랑의 모험은 탐욕한데 비해, 인생의 모험은 두려워하였기에 그녀가 잉태한 생명을 제거해 주길 바란다.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던 어머니는 혼전임신을 환영했고, 그래서 그 기사와 결혼을 한다. 그녀의 집에 트렁크 두 개만으로 입성한 남편은 그녀의 세계를 거부하는 암시로 '아폴로 입상'을 가져다 놓았는데, 반감을 품었던 그녀는 어느새 '아폴로 입상'을 좋아 하게 되고, 뱃속의 아이가 '아폴로'를 닮기를 소망한다.
그녀의 언니는 무희이고, 프라하의 일류 양장점 에서 일을 하고, 테니스를 치면서 사람들의 관심 을 받는 존재이다. 그런 언니의 속물스러움에 반발심을 가진 그녀는 음악, 문학이 가진 감상 적인 진지성을 사랑하게 되고, 의학도와 사귀었으나 자신의 육체에 대한 우울함만을 얻게 되어 철학과를 지망하게된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인 활달한 젊은 기사와의 육체적 사랑에 눈을 뜬다.
그녀는 임신으로 인해 여인의 육체에서 어머니의 육체로 변모되는 기쁨과 성스러움에 눈뜨고, 사랑을 쫓는 육체가 아닌 헌신하는 육체로 거듭남에 따라 자존심을 찾고 자부심까지 갖게 된다.
그녀의 아들 '야로밀'이란 이름은 '봄을 사랑하는 남자', '봄의 사랑을 받는 남자'라는 뜻으로 봄철에 탄생한다. 말이 터지자 주위의 어른들에게 그 아이의 말이 운율로 들리고, 칭찬 반응에 힘입은 아이는 어휘를 연구하게 되고, 재능 있고, 감수성이 강하고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있다고 여겨진게 된다. 지나친 모성애에 감싸진 아이는 2학년으로 바로 입학하고 학교 행사에서 시 낭송을 하기도 하지만 어른의 관심을 의식하고 유발하려고 애쓰는 잘난체하는 아이가 된다.
'야로밀'의 친구는 약국과 향수가게를 소유한 부자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알리코'라는 개, 그리고 관리인의 아들인 학교 친구 하나 뿐이다.
-중간 생략-
한 여인이 더 이상 여자, 사랑의 객체가 아닌, 어머니가 되는 과정, 그리고 사랑을 포기한 대신 얻게 된 책임과 의무와 희생하는 사랑에 대해, 한 소년이 어머니의 품 안을 떠나 어른이 되고자 하는 욕망, 그 욕망 속에 깃든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인과의 사랑, 그리고 한 사람이 시인이 되는 과정, 체코의 근대화 속 젊은이들의 방황과 '쿤데라'의 서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소설, ' 쿤데라'는 이 소설의 제목을 '서정 시대'라고 하려다가 바꿨다고 한다. 실제로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시인이기도 했던 '쿤데라'는 이 소설속에 여러 시인들의 이름과 삶을 등장시킨다. '생은 다른 곳에 있거나 아니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소설 의 주제이다. 그리고 오해와 진실, 착각과 현실의 대조를 팽팽하게 전개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 위대한 밀란 쿤데라ᆢ한 소녀에 내재 된 여성성, 그리하여 눈뜬 그녀는 어머니가 되고, 그가 잉태한 아들은 역시 소년속에 내재된 남성성을 추구하게 되는 수레바퀴 같은 인간의 생ᆢ내게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었다
서정시는 어떤 진술도 당장 진리가 되는 그런 영역이다. 시인이 어제는 ‘인생은 눈물의 골짜 기‘라고 하고, 오늘은 ‘인생은 미소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두 경우 모두 그는 옳다. 모순은 없다. 서정시인은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유일한 증거는 시인 자신이 가진 감정의 강렬함뿐이다. 서정 시인의 천재성은 경험 부족의 천재성이다. 시인은 세상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지만, 그의 존재로부터 흘러나오는 어휘들을 수정(水晶)처럼 조형 있는 구조로 배열한다. 시인 자신은 성숙 하지 못했지만, 그의 시는 가가 경탄하며 마주 보 고 서 있는 예언의 궁극성을 가진다. 243
- 인간의 몸으로부터 슬픔이나 기쁨이 눈에 보이 지 않게 발산되는 하나의 방식으로, 순수하고 소박한 눈물이 스스로를 위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눈에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이 눈물의 순진성에 대한 방패가 전혀 없었고, 그래서 영혼 깊숙이 감동을 받았다. 324
- 그리고 이제는 꿈과 현실, 시와 인생, 행동과 사고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제거할 때가 온 것이다. 자비에르와 야로밀 사이의 균열을 막기 위해서는 둘이 단 하나의 존재로 결합해야만 했다. 환상의 인간은 행동의 인간이 되고, 꿈의 모험은 삶의 모험이 되어야 한다.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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