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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워드
조나 버거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문제는 경제야' 이 한 줄의 카피로 어떤 미국 대선은 끝나버렸다. '너 자신을 알라.', '신은 죽었다.' 같은 명언부터 '꺼진불도 다시보자.' 같은 올드한 카피가, '연결의 힘을 믿습니다.', '진심이 짓는다.', 우리의 대표 브랜드, 삼성.', '잘자, 내꿈꿔.' 같은 광고카피, '그런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입니까?' 의 노무현대통령의 사자후까지...
명언부터 광고의 강렬한 카피 한 문장, 대통령선거에서 내뱉는 웅혼한 사자후, 혹은 공익포스터까지 한 마디의 말이 모든 것을 끝내버린다. 오래 기억에 남고, 강렬한 이미지를 만든다.
언어는 마법이다. <매직워드>의 저자 조나 버거는 일과 삶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마법 같은 여섯 가지 말하기 기술을 마케팅 대가의 관점에서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항상 논리적 설득이자 감성적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가족과 대화하며 설득한다. 어떤 옷을 입을까? 양치해야 이가 안 썩는다 등 누군가를 설득하는 가장 큰 힘은 언어다.
일터에서 아이디어를 팔고, 내 관점을 설득시키려 애쓰고, 마음을 얻고 싶은 상대에게도 나의 흥미로운 면을 보여주며 앞으로 이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기대를 끌어내게 하는 것이 바로 언어의 힘이다.
심지어 점심 메뉴를 고를 때에도 언어의 힘,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이 들어간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 아니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해장국을 먹자는 등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말이다. '말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말 한마디에 천냥을 잃을 수도 있고, 빼앗길 수도 있다. 말의 힘은 강력하지만 무섭기까지 하다.
『매직 워드』에서 조나 버거는 실증적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같은 내용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예시와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언어의 힘을 말해준다.
수많은 TV 프로그램 대본 및 수천 편의 영화 대본, 25만 곡 이상의 노래 가사와 고객 서비스 상담 녹취, 언론 기사 등 엄청난 양의 문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키워드를 만들어냈다. 또한 수만 개의 학술 논문을 연구하고 수백만 개의 온라인 리뷰를 분석하면서 지난 몇십 년간 이 분야에서 진행된 놀라운 연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 조나 버거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다.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수십 편에 달하는 글을 발표했으며, 2017년에는 미국마케팅협회에서 지난 5년간 마케팅이론, 방법론, 실무에 가장 중요하고 오랜 공헌을 한 논문에 수여하는 윌리엄 F. 오델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하루에 1만 6천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하고, 이메일을 쓰고, 고객을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친구나 동료, 부모님과 이야기한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언어에 할애하는데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데이트나 결정적 순간 등을 제외하면 말이다. 물론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만 이를 전달할 때 사용하는 특정한 단어는 그만큼 신경쓰지 않는다.
하버드대 연구팀의 무엇이 타인을 설득시키느냐에 관한 연구다.
복사기를 사용하는 장소에서 "실례합니다. 제가 다섯 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먼저 써도 될까요?" 와 "실례합니다. 제가 다섯 장만 복사하면 되는데요. 먼저 써도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좀 바쁘거든요." 라고 이야기하게 했다.
두가지 접근법은 거의 차이가 없다. 단지 후자가 '왜냐하면'이라는 단어를 한마디 덧 붙였다.
그러자 먼저 복사하라고 양보하는 경우가 5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딱 한 단어 때문에 50퍼센트나 많은 사람이 설득당했다니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뒤에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서 그랬다고 할 수 있다.
세번째 부탁은 이렇게 했다. "실례합니다. 제가 다섯 장만 복사하면 되거든요. 먼저 써도 될까요? 왜냐하면 복사를 해야 하거든요."
이 말은 앞의 말의 중복으로 사실 복사기를 먼저 사용해야 하는 의미가 없다. 그냥 복사해야 하는데 또 '왜냐하면'이라고 하고 한 번 더 이야기했다.
하지만 의미없는 이유를 추가해도 설득 당하는 빈도가 더 늘었다. 결국 "왜냐하면"의 힘이 상대방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섯가지 유형의 매직워드를 다룬다.
1) 정체성과 능동성을 북돋우는 단어, 2) 자신감을 전달하는 단어, 3)올바른 질문을 던제는데 효과적인 단어, 4) 구체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단어, 5)감정을 자극하는 단어, 6)유사성(과 차별성)을 활용하는 단어다.
예를 들면 1) 정체성과 능동성을 북돋우는 단어에서는 "돈을 절약하는 다섯가지 팁"이라는 게시물이 눈에 들어올 경우, 그게 내게 참고할만한 내용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여기애 "당신"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당신이 돈을 절약하는 다섯가지 방법"으로 바꾸면 갑자기 게시물은 훨씬 개인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내용처럼 느껴진다. 일반적인 정보가 아니라 당신이 유용하게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게시물에 담긴 정보 자체는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당신"이라는 단어는 관심을 끌고, 관련성을 높이며, 누군가가 직접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P.62
2) 자신감을 전달하는 언어에서 어떤 식당의 음식이 "맛있었다." 와 "맛있다."라고 과거형과 현재형으로 말할 때 듣는 사람이 후자일 때 더욱 그 식당에 갈 확률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4) 구체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단어에서는 홈쇼핑 방송 등에서 그냥 '상의'보다 '회색 티셔츠'라고 칭하면 판매량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식이다.
유명한 연설가를 들라고 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들지는 않을 것이다. 로마의 유명한 대 정치가 키케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가로 꼽힌다.
좋은 연설가란 신중하면서도 유창한 어조로 절도있고 위엄있게 논지를 전달해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윈스턴 처칠같은 연설가도 명확하고 논리적인 주장, 설득력있는 사고, 합리적 아이디어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니다. 중언부언하고, 핵심이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그가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왜 그럴까? 트럼프는 사실 사업가요, 영업 전문가다.
그의 연설은 비록 단어나 수준이 고상하지는 않지만 확신에 차 있고 설득력이 뛰어나고, 특히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청중을 독려하는 데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조리 있게 말하려면, 즉 명확한 의도와 배려를 담아서 소통하려면 올바른 단어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며 무언가를 행동에 옮기도록 설득하기란 무척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상상력을 북돋우며 사회적 유대감을 쌓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단어는 놀라운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단어가 언제, 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면 누구나 단어를 활용하여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단어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독자든, 단순히 단어의 작동 기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매직 워드는 “아브라카다브라” “열려라, 참깨!” 같은 마법의 주문이 아니다. 인간 행동과 심리에 기반을 둔 강력한 영향력의 말이다.
청중을 대상으로 한 말하기, 비즈니스 협상 및 고객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으로 성공하기(스티브 잡스를 벤치마킹 해보자), 까다로운 상황에서 설득하기, 낯선 사람과 빠르게 친밀감 형성하기 등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야 하는 한 단계 높은 응용 기술 등을 알려준다.
끝으로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다”
약 25만 건의 아마존 도서 리뷰를 분석해 보면 현재시제로 작성된 리뷰의 영향력이 더 높았다. 과거시제로 작성된 의견은 특정 개인이 특정 시기에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현재시제는 그보다 일반적이고 지속적일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현재형의 표현이 의견에 대한 확신을 더 줄 수 있다.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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