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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ㅣ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나의 최애책, 지금 내 서가에 꽂힌 수천권의 책 중에 다 정리하고 10권만 남기라고 한다면 정말 어렵겠지만, 나는 5권 정도는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그 자리에 채우고 나머지 5권의 책을 고를 것이다. 사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한국편 12권, 일본편 5권, 중국편 3권, 기타 특별판 등이 있어서 이미 10권을 넘지만 그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소장할 것을 찾을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책은 인생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세상에 나온지 어언 30년이 지났고, 내 나이도 마흔을 넘겼으며 교수님은 어느덧 70대를 넘겼다.
교수, 공직자, 학자, 이후의 공적인 일로 또 누군가의 가족 등 사인의 역할까지 누구보다 다사다난하게 살아오시면서 이 대작업을 진행해 주신 교수님꼐 감사드린다. 하지만 중국편을 쓰면서 그것을 내비췄는데 우리의 국토와 문화유산은 국토 곳곳에 산재되어 있고 또 영원하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유한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넓디넓은 우리 국토박물관을 답사기로 담아내려면 책을 써 낸 만큼 더 써내야 하는데, 그간의 속도나 교수님의 상황을 봤을때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수님이 생각한 방법이 바로 이 책의 서술 방식인 것 같다.
국토박물관 순례는 그동안 안 가본 지역을 책으로 담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시대순으로 문화유적을 나열해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시대순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으로 책을 발간할 것이다.
이 책은 그 첫 번째로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다루고 있고, 이 책은 나의 실질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울산과 처가가 있는 부산 등이 나온다.
연말 집에 가게 되면 이 책을 벗삼아 그동안 익숙했던 부산, 울산을 다시 답사 할 생각이다.
책의 시작은 우리나라 구석기 시대 유적지 중 대표격인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유적부터 시작한다. 국사 시험에도 많이 나오는데, 이 연천리 유적은 세계 고고학 지도를 바꾸어 놓은 대발견이다. 발견된 유물만 약 8천점이라고 한다.
동두천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그레그 보엔은 아슐리안 주먹도끼를발견했다. 아슐리안 주먹 도끼는 약 1백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나 유럽, 중동, 인도까지 퍼져 나갔다.
이에 반해 동아시아의 자바원인, 베이징원인 등은 '찍개(Chopper)'를 사용했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에서 아슐리안 도끼가 발견된 것이었다.
우리 고고학계에 이름이 알려진 서울대 김원용 교수 주도하에 연천리는 무려 30여 년을 발굴했다. 그 속에서 안타까운 피해자도 나왔지만, 김원용 교수 역시 그 마지막을 보지 못해 유언으로 연천 전곡리 일대 자신의 유골을 뿌려 달라고 했을 정도라고 한다.
삼불 김원용 교수에 대해서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 나도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사촌동생이 있어 그 이름은 익히 들었다. 물론 나 자신도 역사와 고고학을 좋아해서 알고 있기도 했다.
미수 허목의 묘가 민통선 안에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지금 용인에 살면서(용인에는 정몽주, 이종무, 조광조, 채제공 등 많은 명사들이 묻힌 곳이다) 선인들의 묘를 방문을 많이 하는데(사실 와이프는 이게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통일이 되고 기회가 되면 미수 허목의 묘도 가보고 싶다.
다음은 신석기 시대로 부산 영도로 간다. 신석기 시대 유적지도 시험에 많이 나온다. 특히 구석기랑 신석기를 섞어서 어디가 맞냐? 는 식의 문제가 많았다. 역사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나도 가끔은 헷깔렸다. 신석기 유적지는 서울 암사동, 웅기 굴포리, 강원도 양양 오산리, 부산 영도 동삼동 유적 등이 유명하다.
부산 영도구는 원래 절영도였다. 지금은 발전한 도시지만 1934년 영도다리가 개통하기 전에는 말 그대로 부산 외곽의 낙후된 섬 절영도였다.
이 곳의 말이 유명해 절영마라고 불렀다고 한다. 삼국지 조조의 말이 절영마 인 것은 맞지만,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하는데, 사실 관련이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문자로 그림자가 끊어지는 빠른 말이라는 뜻이 우연히 겹쳤으리라.
영선동 패총 유적지 푯말과 동삼동 패총 전시관도 꼭 보러 가리라. 사실 고래와 해양생물을 좋아하는 아이 때문에 국립해양박물관은 종종 갔는데 미쳐 동삼동 신석기 유적지까지는 갈 생각을 못했다.
패총은 신석기인들의 쓰레기 하치장이었다. 그 때문에 여기는 생활 쓰레기로 깨진 토기 파편, 음식물 쓰레기가 들어 있는 것이다. 패총 곁에는 당연히 살림집 터가 발견되는데 여기에서는 연장을 비롯한 생활 도구와 팔찌를 비롯한 장신구가 발견된다.
동래에 복천동 고분군 역시 처가가 동래인데도 미쳐 못 가봤는데 꼭 가보리라. 교수님이 부산시민의 문화적 소양을 복천동 고분군을 아느냐, 모르느냐로 평가한다는데 꼭 가봐야겠다.
다음은 내 실질적 고향 울산으로 가서 신석기와 청동기, 초기 철기 시대를 말한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사실 나 역시 언양은 언양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 언양은 울주군의 중심 역할을 하는 말그대로 읍내였고, 울주군의 해당 지역을 대개 언양이라 불렀다. 언양은 조섢시대까지는 엄연히 다른 지역이었다. 포은 정몽주가 귀양온 곳도 언양이었다. 언양의 작천정 개굑에 가면 그 흔적이 남아있다.
울산도 꽤 많이 다녀가셨던데, 나도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언양읍성은 솔직히 울산이 고향이면서도 어디 있는지만 알았지, 나 역시 가보지 못했다. 한 번 가보리라. 사실 내가 살았던 스무살까지는 복원이 안됐을 것이고, 그 뒤 울산의 여러 유적이 복원을 많이 해서 내가 살았던 20년 전과 지금의 울산은 많이 달라졌으리라. 다시 한 번 울산 답사도 제대로 해야겠다.
울산에 살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모를 수가 없다. 학교 다니면서 너무나 많이 들어서 알고 있고, 그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지역이 바로 울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연댐에 수몰된 반구대 암각화를 실제 본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근처까지는 가본적이 있지만 보지는 못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고래가 그려져 있다. 울산 하면 또 고래가 유명하다. 작살을 맞은 고래가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고래잡이 부족 라마파와 라스코 동굴벽화까지 이어지는 해박함과 연결성에서 나의 문화답사기 아니 국토박물관 순례 책의 진가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다음은 고구려 1~3편인데, 재미있게는 봤지만 사실 갈 수 없는 지역에 대한 글이라 안타까운 마음에 역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따라가며 읽었다.
중국 만주족의 중심 심양에서 시작해 봉황산성을 거쳐 단동, 호산장성을 지나 압록강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과정이다. 봉황산성과 호산장성은 각각 고구려 오골성과 박작성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고구려 산성 문화를 잘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고구려 건국전설이 살아있는 환인지역과 환도산성 등을 답사한다. 고주몽 설화도 다시 볼 수 있다.
고구려의 여러 왕들과 광개토 태왕릉과 태왕비가 나온다.
국토박물관 순례를 쓰신 목적이 "즐겁게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도 겸하는 답사기를 쓰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책은 그런 목적에 매우 충실한 책이다.
역사를 좋아하고, 우리 땅, 우리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읽어보면 좋겠다.
나는 가제본을 받게되서 1권은 안 사도 되겠다 하는 생각에 2권만 구입했는데, 역시나 책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1권 역시 곧 사게 될 것 같다. 사실 요즘 책값이 많이 비싸져서 나같은 직장인이까지야 그래도 괜찮은데(물론 직장인도 나처럼 책을 많이 사면 도서가격도 많이 올라 한 권, 한권이 부담스럽다), 학생들은 좀 많이 부담스러울 것도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널리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이 책의가격을 조금 낮춰서 출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드려본다.
* 창비의 국토박물관 순례 가제본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