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ㅣ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평점 :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책을 짓고 캐릭터를 창조해 낸 코넌 도일을 《씨네 21》의 이다혜기자가 홈즈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런던에서부터 우대한 이야기의 창조자 도일의 세계가 탄생한 에든버러까지 소설과 현실의 풍경이 겹쳐지는 그 곳, 영국에서 이야기한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거장"이라고 칭찬했으며, 존 르 카레가 "이야기의 완벽함"이라고 치켜세운 셜록 홈즈 시리즈의 창조자 코넌 도일. 그의 삶은 영국 역사상 가장 번영을 구가하던 빅토리아 시대와 중첩된다. 하지만 당시 영국 인구의 3분의 1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았을만큼 범죄와 치안 부재에 노출되어 있었다.
도일은 정치, 경제, 과학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내는 사회의 다양한 풍경을 날카로운 필치로 그려냈는데, 그 중심에 셜록 홈즈가 있었다.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와의 두뇌 싸움에서 승리하며 완벽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홈즈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문득 이 책을 보면서 런던도 런던이지만 스코틀랜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에든 버러를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코틀랜드의 칼턴힐에서 도보로 10분가량 걸리는 곳에 있던 코넌 도일의 생가는 현재 헐려 없어졌고, 그 자리에 셜록 홈즈 동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코넌 도일과 셜록 홈즈와 관련된 8개의 Spot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번째는 에든버러의 피카디플레이스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도일이지만 아버지의 알코올의존증으로 집안 경제가 위태로워지면서 순탄치 않은 유년을 보내게 된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들려주는 모험 이야기에서 훗날 작가로써의 자양분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생가는 남아있지 않다.
두번째는 에든버러 대학이다. 도일이 공부한 곳이고 스승인 조지프 벨 교수에게서 영감을 받아 훗날 홈스틀 탄생시켰다. 그는 대학에서 만난 이들을 모델로 삼아 홈스 외에도 여러 작품의 주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홈즈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천재 과학자 챌린저 교수의 모델이 되는 러더퍼드 교수를 만난 곳도 에든버러 대학이다.
세번째는 햄프셔의 포츠머스이다. 우리에게는 포츠머스 조약으로 더 잘 알려진 그곳이다. 1882년 병원을 개업했고, 환자가 없을 때 소설을 썼다. 그의 첫 장편소설 <주홍색 연구>도 이곳에서 쓰여졌다. 심령술을 처음 알게 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네번째는 스위스 마이링겐의 라이헨바흐목포이다. 도일은 자신의 삶이 오히려 홈즈에게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사건>에서 그를 없애버렸다. 숙적 모리아티 교수와 몸싸움을 하다가 죽은 장소로 알려진 곳이 바로 이 폭포다. 이 곳 역시 코넌 도일과장이 조성되어 있고 홈즈 동상과 박물관이 있다.
다섯번째는 런던의 셜록 홈즈 박물관이다. 셜로키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팬이 많았던 사람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박물관의 실제주소는 239번지이지만 작품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베이커스트리트역 부근에 소설 속 가상 주소인 221B번지로 운영하고 있다.
여섯번째는 런던의 라이세움 극장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있었던 단편소설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과 <마지막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연국 <셜록 홈즈>의 공연이 이루어진 곳으로 이 연극 각색에 도일이 공동 참여했다. 그의 장편소설인 <네사람의 서명>에도 등장하는 장소로 극장 앞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일곱번째는 데빈의 다트무어이다. 황량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다트무어를 산책하며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곳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 <바스커빌 가문의 개>다 불가사의한 지옥 개의 전설이 내려오는 베스커빌 가문의 연이은 비극을 다룬 이 작품은 다트무어의 황무지 속 분위기와 어울려 몰입감이 배가 된다고 한다.
마지막 여덟번째는 코넌도일이 잠든 햄프셔의 민스테드교회 묘지이다. 1930년 심령론을 알리는데 힘쓰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떠난다. 도일의 시신은 윈들셤 자택의 장미 정원에 묻혔다가 뉴포레스트의 민스테드교회 묘지에 이장되었다. 그의 묘비에는 '강철처럼 진실하고 칼날처럼 곧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저자는 셜록홈스의 소설을 보며 자랐고, 그의 소설에 열광했다. 국내 완역본이 나올 때마다 그것을 기념해(?) 계속 읽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CCTV가 한 집 건너 다 설치되어 있고, 차량 블랙박스, 컴퓨터, 과학수사기법 등이 발전한 오늘은 이제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다. 과학을 무시한 전개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런 면에서 셜록 홈즈는 시대를 잘 타고 났다. 한 때 '셜록 홈즈'라는 이름 자체가 '추리하다'와 동급인 적이 있었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는 많은 픽션과 논픽션에서 홈즈를 언급한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플라워 문>에서 1920년대 미국 중남부 도시에서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았던 인디언들이 수년에 걸쳐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논픽션에서 홈즈의 이름이 다섯 번이나 나온다.
사립 탐정의 수사관행을 설명하기 위해 "셜록홈즈처럼"이라고 하고, 셜록홈즈의 좌우명("불가능한 것을 배제하고 남는 것이 바로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해도 말이지요")을 인용하며, 실제 사건과 홈즈 소설을 비교한다. 도일이 사립탐정 윌리엄 J. 번스에게 "미국판 셜록 홈즈"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셜록 홈즈 시리즈가 만들어져서 인기를 얻는 과정을 영국이라는 나라의 발전과 함께 봐야한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 1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생활하게 됐고, 이 도시에서 제대로 된 주거나 복지, 치안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니 잔악한 범죄가 많이 발생했다.

(영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잭 더 리퍼 사건을 그린 그림)
결국 이러한 잔혹한 범죄에서 영감을 얻어 정의의 사도처럼 만든 것이 코넌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였고, 홈즈는 창조된 인물이었지만 소설 속 어떤 캐릭터보다 생생함과 멋짐을 폭발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왓슨의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결국 이 책은 코넌 도일과 셜록 홈즈를 함께 따라가는 여정이다. 이 둘은 뗼레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셜록 홈즈 박물관이다. 오늘도 수많은 셜로키언들이 찾고 있는 명소다.
코넌 도일은 에든버러 의대를 졸업한 후 많은 돈을 제안한 친구의 병원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곧 그곳을 떠나 포츠머스로 건너가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의사로서도 작가로서도 새로운 분기점을 맞는다. 포츠머스에서 도일은 말년에 심취하게 되는 심령술을 처음 접했고, 루이자를 만나 결혼했으며, 무엇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셜록 홈즈를 창조했다.
셜록 홈즈는 어찌 된 영문인지 이 최고의 캐릭터를 죽인다. 주인공이 죽는다. 그것도 거의 전지전능한 사건 해결 능력을 보이던 홈즈가 말이다.
1893년 4월 감기에 걸린 도일은 불가에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고 나서 마지막 홈스 이야기를 쓰고 있음을 어머니에게 밝힌다. 편지에 따르면 홈즈는 이미 미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그의 명성으로 인해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계속 새로운 더 멋진 이야기를 창작해야 하는 고통이었으리라.
홈즈를 죽일 방법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을 무렵 스위스를 방문했고 라이헨바흐 전망대에서 폭포를 보면서 영감을 떠올렸다.
코넌 도일은 첫번째 부인 루이자와 투병 중이던 1897년 두번째 부인 레키를 만났고 루이자가 죽기전인 1906년, 10여년간은 정신적 관계를 유지했다고 도일이 밝히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도일의 이야기다.
전설적인 악당 모리아티 교수는 애덤 워스라는 실존했던 범죄자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범죄계의 나폴레옹이라고 불렸던 워스는 독일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었는데, 천재성 뿐 아니라 작은 키에더 있었다고 한다. 워스는 남북전쟁에 참전했다가 행정 오류로 사망자 처리되자, 이름과 직업을 바꾸면서 북미와 유럽을 돌아다니며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뉴욕에서는 범죄 수법을 학습해 더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결국 워즈는 홈즈의 어둠의 쌍둥이 같은 존재로 지킬박사와 하이드같이 서로의 천재성을 다투는 인물이다.
홈스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굳히게 만드는 패짓의 삽화와 함께 홈즈 특유의 이미지를 잘 그려냈다. 홈즈는 이 삽화의 위력을 빌린 것도 있다. 그렇게 홈스는 성공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새로운 스타일의 잡지와 그에 어울리는 이야기, 캐릭터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삽화. 소문은 즉시 퍼졌다.
도일의 이름이면 《스트랜드》는 10만 부는 거뜬히 더 찍을 수 있었다. 1891년, 홈스의 인기는 즉각적이었다.
여튼 홈즈의 부고는 신문에 실릴만큼 유명했다고 한다. 후에 홈즈를 되살려내기는 하지만 말이다.
홈즈를 따라 런던여행, 에든버러를 누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얼른 끝이 나길...

이후 책은 도일의 삶과 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어머니, 그의 소설 세계, 홈즈를 창조하던 영국 배경 등이 펼쳐진다. 홈즈는 시대의 산물이었다.
홈즈를 좋아하는 셜로키언이라면 그 배경이 될 코넌 도일의 인생을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책을 사서 보면 어떨까?
코넌 도일의 시대는 과학수사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은 탓에 증거들은 오염되거나 유실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도일은 당시 경찰도 모르던 개념을 홈스를 통해 지문, 발자국, 혈흔 등이 실제 사건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음모론을 보면 도일이 그런 범죄자였기 때문에 잘 알 수 있었다는 황당무계한 가설까지 있을 정도로 코넌 도일의 캐릭터 셜록 홈즈의 과학수사 기법은 당시 획기적이었다.
현장에 남겨진 자그마한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밝히는 방식은 1887년 도일이 셜록 홈스즈시리즈의 첫 장편소설인 『주홍색 연구』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었다. 한 발 더 나아가 1890년에 발표한 『네 사람의 서명』에서는 지문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도 그렸다. 가히 천재라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고 나서야 수사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도일이 작품에 선보인 추리법과 관찰은 실세계에 영향을 주며 현대적인 수사법을 탄생시켰다.
도일은 1880년대 후반부터 빠져들기 시작한 심령술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 홈스는 증거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합리주의자이지만 동시에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직관이나 추론도 적절히 이용했다. 도일은 삶의 마지막 10여 년간 실제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모은 자료를 영매의 손에 넘기곤 했다. 그는 나름대로 영매를 신중하게 시험해보고 철저하게 선택했다고 알려졌지만, 애초에 영매를 믿었다는 자체가 결국 결말을 보게 만든다.

마지막 다시 한 번 정리를 해준다.
코넌 도일의 문학 키워드는 ① 빅토리아 시대로 당시 영국은 대영제국의 번영 속에서도 빈민은 너무나 가난하고 힘들게 또 복지의 사각지대속에 살았다.
② 어머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대신애 어머니는 그의 지지자였으며 동반자였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의 창작에 모티브가 된다.
③ 독서다. 코넌 도일은 열정적인 독서가였다. 책을 통해 많은 소재를 얻고는 했다.
④ 스포츠다. 도일은 볼링, 권투, 크리켓,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사회생활을 익히고 사교계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⑤ 셜록홈즈다. 두 말하면 입아픈 코넌 도일의 최고 캐릭터다.
⑥ 생계형 작가다. 글쓰기가 자신이 읽어온 책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알고 있었고, 또한 이러한 부수입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도일은 <셜록홈즈의 명성>으로 부와 명예를 얻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⑦ 심령술이다. 말년에 심령술에 취해 그는 부와 명성에 흠집이 가게 된다. 하지만 그의 신념은 죽을 때까지 계속 되었다.
세기의 추리소설 대작가로 그는 여전히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통해 영원히 살아가고 있다.
"내 이름은 셜록 홈즈, 다른 사람이 알아내지 못하는 것을 알아내는 일이 내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간명한 명대사이지 않을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언제나 읽어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단점이라면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든다고나 할까? 나중에 이 책과 함께 런던의 홈즈 자취를 따라가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