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7
배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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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 앞서 나는 아직 군산을 가보지 못했다. 친가, 외가, 처가가 모두 경상도인 나는 어렸을 때는 당연히 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우리 시절에는 지금처럼 아버지와 많은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생계에 바쁘시기도 했고), 커서도 광주나 목포, 전주 같은 다른 전라도의 큰 도시는 방문해봤지만 군산까지는 미쳐 가보지 못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코로나19고 뭐고 간에 바로 군산가는 열차를 끊고 달려가고 싶었다.

아이만 어리지 않았다면 이번 주말에 무조건 군산으로 갔을 것이다. 집에서 아이들이 올라오기 전에 많은 집안일을 해야 되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아기들이 조금 더 크면 데리고 떠나볼 생각이다.

(책의 판본도 이쁘다. 여행시 또는 코로나 시대에 어딘가 떠나고 싶은 느낌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은 독서를 할 때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 편하다)

인문지리 시리즈로 차차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일곱 번째는 군산이다. 최근 지방 여행이 많이 유행이 됐고 그 중에서 Hot place로 뜬 곳이 바로 군산이라 이 책을 보기 전에도 가야지, 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가고 싶어졌다. 특히 군산은 내가 좋아하는 역사의 도시다. 100년이 넘는 건물과 마을이 특히 적산가옥이라해서 일본인들이 광복 후 쫓겨가면서 버리고 간 집들이 잘 보존되어 있고, 특히 일제가 곡창지대인 전라도 지역의 미곡을 약탈해 가던 수탈의 역사가 도시 곳곳에 남아있어서 반드시 한 번 가볼만한 곳이다.

전 세계 유일의 철새 군무를 볼 수 있는 강 하굿둑, 문화재로 지정된 서해 비경의 섬까지. 군산은 자연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야구팀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도 빠지면 섭할 것 같다.

이 책은 군산출신은 아니지만 군산사람인듯, 군산사람같은 배지영 작가가 썼다. 열아홉살 겨울 군산에 와서 입시를 치르고 국도극장, 이성당, 조선은행 건물(당시는 나이트)를 누볐다고 한다.

군산의 본격적 매력을 느낀 것은 만경강 하구에서 투망을 던져 망둥이와 숭어를 잡는 시아버지 때문이었다. 군산의 현대사를 쭈욱 이야기해 주던 시아버지였다.

비옥한 들과 조창이 있다는 이유로 더 가혹하게 수탈당했던 군산의 근대사는 바로 우리의 아픔 그 자체였다.

군산에서 서른 번째 봄을 보낸 배지영 작가는 이제 군산사람이었다.

군산은 수탈의 도시였다. 일제는 오사카와 군산을 잇는 뱃길을 만들었다.

1908년 군산에서 전주를 오가는 신작로가 뚫렸다. 1912년에는 익산과 군산을 오가는 철도가 개통됐다. 한강 이남 최초로 3.1운동 만세를 부른 곳이 바로 군산이다.

내항의 정미소에서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는 미선공들과 메가리공들은 일본인 업주의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옥구 농민들은 부당한 소작료에 저항했다. 군산은 정의와 저항의 상징이었다.

1930년대 군산은 어찌보면 지금보다 더 전성기였다. 일본인이 지은 미나카이 백화점, 사진관, 고급요리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는 도시였다.

그 이전에도 군산은 조창이 있어 한양까지 쌀을 실어보냈다.

군산땅의 옛 이름은 진포다. 고려 후기부터 그놈의 쌀 때문에 왜구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다. 최무선 장군과 나세 장군이 화포를 사용해 왜구를 소탕한 진포대첩이 바로 군산이었다.

진포와 달리 애초에 군산이라 불리던 곳은 바다위에 있었다. 선유도, 무녀도, 야미도, 신시도 등 16개의 유인도와 수십개의 무인도가 군산(群山)을 이루고 있어 군산이라고 했다.

시마타니 금고의 이야기는 마음 아프면서도 한 편으로는 고소했다. 결국 우리 유물을 지켰으니까. (물론 정말 좋은거 몇개는 가져가지 않았을까?)

채만식의 탁류도 이곳이 고향이다.

군산은 짬뽕의 고향이기도 하다. 전국의 짬뽕 숭배자들은 이곳 군산에 들러 군산의 '짬봉거리로'를 와봐야 진정한 짬뽕매니아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군산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좋은 곳이었으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GM의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말그대로 군산의 경기는 좋지 않다.

군산세관 건물은 서울역, 한국은행 본점과 함꼐 우리나라 3대 서양 고전주의 건축물로 손꼽힌다. 군산세관에서 화려했지만 아픈 영화와 지금은 추억으로 간직한 쓸쓸함을 함께 보게 되었다.

재밌게 본 영화인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 사진관도 있다. 추억돋는다. 요즘 세대는 모를거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그 명작을.

'8월의 크리스마스’ 제작진은 사진관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았다고 한다. 번번이 허탕을 친 그들이 군산 월명동까지 닿은 어느 날, 잠시 쉬러 카페에 들어갔다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차고를 봤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제작진은 주인에게 촬영이 끝난 후 원래대로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차고를 헐었다. 세트장 느낌이 나지 않도록 진짜 사진관을 지었다. 어떤 사람들은 착각해 증명사진을 찍으러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다시 사진관을 복원해 놨다.

이성당을 잠실롯데타워에서 사먹어봤는데 사실 기대했던 그맛은 아니었다. 군산의 본점에 가보면 달라질까? 꼭 가보리라.

군산에 다녀오면 블로그에 방문기를 남겨야겠다.

짬뽕, 통달 등 군산은 먹을거리가 많다. 비옥한 들과 바다가 어우러졌는데 어찌 맛이 없을소냐!

나중에 군산가면 꼭 맛보고 싶다. 중국음식을 좋아해서 70년 전통의 빈해원!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특히 군산은 일본식 적산가옥과 구도심 등을 여행하며 100년 전 일제시대를 간접체험해 볼 수 있다. 물론 그때의 아픔을 우리가 온전히 느끼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모르고 찾았거나, 또는 전라도에는 광주, 전주, 목포 등만 기억나는 사람에게 1900년대의 영화와 아픔을 동시에 간직한 군산의 역사 현장을 생생히 느껴볼 수 있는 동시에,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역사 이야기에 콧등이 뜨거워지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로 한국의 땅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고는 한다. 고마운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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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북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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