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판본도 이쁘다. 여행시 또는 코로나 시대에 어딘가 떠나고 싶은 느낌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은 독서를 할 때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 편하다)
인문지리 시리즈로 차차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일곱 번째는 군산이다. 최근 지방 여행이 많이 유행이 됐고 그 중에서 Hot place로 뜬 곳이 바로 군산이라 이 책을 보기 전에도 가야지, 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가고 싶어졌다. 특히 군산은 내가 좋아하는 역사의 도시다. 100년이 넘는 건물과 마을이 특히 적산가옥이라해서 일본인들이 광복 후 쫓겨가면서 버리고 간 집들이 잘 보존되어 있고, 특히 일제가 곡창지대인 전라도 지역의 미곡을 약탈해 가던 수탈의 역사가 도시 곳곳에 남아있어서 반드시 한 번 가볼만한 곳이다.
전 세계 유일의 철새 군무를 볼 수 있는 강 하굿둑, 문화재로 지정된 서해 비경의 섬까지. 군산은 자연과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야구팀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도 빠지면 섭할 것 같다.
이 책은 군산출신은 아니지만 군산사람인듯, 군산사람같은 배지영 작가가 썼다. 열아홉살 겨울 군산에 와서 입시를 치르고 국도극장, 이성당, 조선은행 건물(당시는 나이트)를 누볐다고 한다.
군산의 본격적 매력을 느낀 것은 만경강 하구에서 투망을 던져 망둥이와 숭어를 잡는 시아버지 때문이었다. 군산의 현대사를 쭈욱 이야기해 주던 시아버지였다.
비옥한 들과 조창이 있다는 이유로 더 가혹하게 수탈당했던 군산의 근대사는 바로 우리의 아픔 그 자체였다.
군산에서 서른 번째 봄을 보낸 배지영 작가는 이제 군산사람이었다.
군산은 수탈의 도시였다. 일제는 오사카와 군산을 잇는 뱃길을 만들었다.
1908년 군산에서 전주를 오가는 신작로가 뚫렸다. 1912년에는 익산과 군산을 오가는 철도가 개통됐다. 한강 이남 최초로 3.1운동 만세를 부른 곳이 바로 군산이다.
내항의 정미소에서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는 미선공들과 메가리공들은 일본인 업주의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옥구 농민들은 부당한 소작료에 저항했다. 군산은 정의와 저항의 상징이었다.
1930년대 군산은 어찌보면 지금보다 더 전성기였다. 일본인이 지은 미나카이 백화점, 사진관, 고급요리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는 도시였다.
그 이전에도 군산은 조창이 있어 한양까지 쌀을 실어보냈다.
군산땅의 옛 이름은 진포다. 고려 후기부터 그놈의 쌀 때문에 왜구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다. 최무선 장군과 나세 장군이 화포를 사용해 왜구를 소탕한 진포대첩이 바로 군산이었다.
진포와 달리 애초에 군산이라 불리던 곳은 바다위에 있었다. 선유도, 무녀도, 야미도, 신시도 등 16개의 유인도와 수십개의 무인도가 군산(群山)을 이루고 있어 군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