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깊은 산속에 어떻게 사과나무가 있을까.
꿈을 꾸거나 환영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그 환영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파리 하나하나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과나무였다. 가지가 쭉쭉 뻗어 있었고, 그 가지마다 잎이 무성했다. 조건 반사처럼 누군가 농약을 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것이 사과나무인 한, 농역을 안 치고는 저렇듯 건강하게 잎이 무성할 리 없다......
거기까지 생각한 기무라 씨는 정수리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바빡 들었다.-155쪽
그해 가을, 기무라 씨는 탁구공만 한 크기의 사과를 산더미처럼 수확했다.
사과 열매를 크게 만들려면 꽃을 솎아 내어 열매 수를 적절히 줄여 주는 꽃따기 작업이 필수다. 그 꽃따기 작업을 어중간하게 해버린 것이다.
사과 꽃은 한 송이에 꼿이 다섯 개 핀다. 그중 네 개를 따고 한 송이에 꽃 하나만 남긴다. 거기까지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나무 상태를 고려해 나무 한 그루에 열매를 어느 정도 맺게 할지 결정해서 꽃을 더 따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데 그것까지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9년만에 핀 꽃이었다. 꿈에서까지 나타난 사과 꽃이었다. -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