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 천 년간 풀지 못한 한국어의 수수께끼
향문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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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에 있어 중요한 언어에 초점을 두는 책이다. 사실 언어는 매우 중요한 역사의 분야인데, 그동안 역사 연구에서 조금은 소홀하게 다뤄져 있던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언어의 변천이 어느 하나로 특정되지 않고, 오랜 시간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관습적으로 변화하고,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역사적 기원이 불분명한 것도 이유일 것이고, 또 음운, 어원, 어근 등을 분석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흥미가 덜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어 기원과 계통을 둘러싼 오해와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 역사적 사건들과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어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지 밝혀가는 책이다. 
언어학자 앙드레 마르티네에 따르면 언어변화의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음소적 변별, 그 다음은 언어의 경제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채에서는 언어 변화의 수많은 동기 중에서도, 언어 교류에 초점을 두고 설멸하고 있다. 
언어교류는 서로 다른 두 언어 및 방언이나 동일 언어내에서 여러 형태의 접촉에 의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이 중 외적인 언어접촉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단순히 인접지역에 둘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지리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무역,외교, 전쟁, 물질문명 교류 등의 정치적,사회적 요인도 있다. 

외적인 언어접촉은 다양한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는, 어떠한 집단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했다고 여겨지는 문명의 문화적 요소를 받아들이면서 자연히 그것을 가리키는 언어적 표현까지 들여오게 되는 것이다. 
전 근대의 한국어가 중국어로부터 수많은 한자어를 차용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수평적인 통합 혹은 수직적인 종속에 의해 상호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수평적 통합의 경우, 몽골어족 언어와 튀르크족 언어가 유목 집단을 형성하면서 상호간에 대량의 어휘를 차용한 것이 적절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부족의 통합과 분리가 자주 일어났던 유목민의 삶을 그들의 언어에서 엿 볼 수 있는 것이다. 
수직적인 종속의 경우는 일본제국에 병합된 조선의 언어가 35년간 일방적으로 일본어의 언어적 요소를 받아들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듯이 '언어는 강한 언어에서 약한 언어로 훌러간다' 는 일반적인 인식이 어느 정도 옳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늘 그렇지도 않는 것이 사실이다. 언어 접촉에 의해 촉발되는 언어 교루는 서로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한반도에서 바라본 언어사이의 저촉과 교류의 생생한 역사를 고대에서 근대 이후에 이르기까지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역사상 위대한 또는 강력한 민족이 있었다. 주로 동북아시아의 동북쪽 변방에서 일어난 거란족이나 여진족, 후의 만주족 청나라까지 그들은 한족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소수의 인원으로 결국 중원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의 명성은 역사책에나 존재한다. 그들은 결국 한족과 동화되어 무엇보다 그들의 말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그들은 중국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한국어에 얽힌 오해로 한국어는 '신라어'의 후예라는 오해, 일본어가 백제어에서 전래됐다는 믿음 등 한국어에 관한 오해를 밝히고, 대륙과 일본에 두루 미친 고대 한국어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신라 금관총의 이사금의 의미와 Korea에 얽힌 숨겨진 수수께끼를 돌아본다. 격변하는 근대에 탄생한 신문명 어휘는 누가 어게 만들어냈고 어떻게 통용되었는지 살펴본다. 

이 책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르고 특별한 역사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저자 향문천은 언어학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 유튜버로  주요 관심 분야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거란어, 여진·만주어 등 동아시아 역사·비교언어학이다. 
문명 간 접촉, 전쟁, 교역, 조우 등 역사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언어 교류와 그로 인해 촉발되는 언어의 변화에 흥미를 느껴 동아시아 해양 표류 문학, 종교 전파가 낳은 선교 언어학, 격변하는 근대에 탄생한 번역어와 신조어, 실크로드가 피워낸 돈황학 등 ‘교류’에 초점을 두고 탐구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고 한다. 

메주와 미소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거란이나  여진어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특히 한반도의 주변에 있던 거란과 여진은 한국어에서 흘러간 많은 언어가 차용된 면이 많다. 
신라 왕호중 하나인 이사금의 진짜 의미를 밝혀낸 것도 흥미롭다. 그동안 이가 많은 사람이 현명하다는 다소 의아한 내용으로 알려져 있는 것을 '자비로운 지배자'라는 임금의 의미와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가는 과정 등이 재밌다. 

한국어의 기원에서부터 근대 이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리고 관심사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었던 언어에 관한 역사적 사실부터 흥미진진한 가설과 이야기까지, 한국어사에 얽힌 크고 작은 순간들을 알려주는 새로운 인문 교양서다.
한국어 기원과 계통을 둘러싼 오해와 통념을 바로잡고, 역사적 사건들과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어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지 추적하는 책이다. 

오랜만에 새로운 지식이 머리에 쌓이는 경험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향문천의한국어비사 #김영사 #역사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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