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 버락 오바마 대통령 회고록 1
버락 H. 오바마 지음, 노승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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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면서 한 인물의 자서전이나 회고록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원서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11월에 나왔다. 나는 출간되자마자 호기롭게 원서로 읽어볼 거라며 바로 샀지만 채 50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미 제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재임시절 회고록은 이런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었다. 사실 오바마의 재임기가 이미 역사가 됐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대톨령의 재임시절 직접 한 생각, 순간의 고뇌, 판단 등을 그의 목소리로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서전 읽기는 재미있고, 의미를 많이 준다.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아, 저런 유명인사(회고록이나 자서전이 나올 정도면서 내가 사서 읽을만한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거나 유명한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의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사람이 저 위치까지 오르는데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을까?"를 따라가다 보면 비록 올해 마흔에 접어들며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 13년차의 쌍둥이 육아에 바쁜 아빠, 남편이지만 뭔가 해보고 싶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 적어도 올해는 영어공부를 해서 좀 더 유창하게 말해보자! 같은 도전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은 현실에 치여 꿈을 접었지만 예전부터 나 역시 "모두가 함께 아니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며 사는 세상"을 위해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입신양명해서 이 세상에 제가 살다간 흔적을 아름답게 남기고 싶다는 꿈이 있었던 점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십대와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대통령 회고록이나 정치인 자서전도 즐겨본다. 한국 대통령은 자서전을 남기지 않은 대통령과 5.18로 문제됐던 분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의 재임시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읽고 소장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링컨 평전, 케네디 평전에 이어 아들 부시, 클린턴 부부, 이번에 오바마 부부까지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모두 읽어보고 소장하고 있다. 

많은 회고록과 자서전을 읽어봤지만 이번 책은 유려한 문장, 마치 미국 대통령이 되어 같이 일하는 듯한 묘사, 솔직한 생각의 표현, 불과 10년도 채 안 된 현장감 등으로 최고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제 44대 대통령이자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만 48세의 젊은 대통령이었다. 당시에도 경륜이 부족하다는 세평이 있어서 경륜이 풍부한 조 바이든 부통령을 런닝 메이트로 했는데, 그 조 바이든이 한국 나이로 80세에 대통령을 시작한 것을 보면 오바마는 정말 젊을 때 대통령이 되었고, 그만큼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또 권위를 많이 내려놓은 배리(가족들이 부르는 그의 애칭) 형같은 리더십을 보여준 대통령이었다. 
 

나는 그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던 2009년 추운 겨울을 잊을 수 없다.

2008년에 펼쳐진 대선, 아니 그 이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발하는데 있어서도 그는 바이든이나, 힐러리 같은 쟁쟁한 인사를 그의 명 연설로 떨쳐냈고, 쟁쟁한 상원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과정이 드라마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백인과 흑인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갈등이 아직도 존재하는 미국에서 말이다.  

마치 한국에서 사회적, 정치적 비주류였던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연상케 하는 그 과정보다도 어찌보면 더 드라마틱했다. 

 

책에도 나오지만 2009년 그의 취임 연설을 생중계로 또 영어공부를 위해 당시 나는 취업준비를 하던 대학 4학년이었고 슬프게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금융위기 시절이라 금융권 취업 준비를 하던 앞이 안 보인 시절이었다. 

나는 그의 명쾌하면서도 웅혼한 연설에 매료되었고, 그의 일대기 (나의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보며 힘을 얻었고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 

My Fellow Citizens.

I stand here today humbled, by the task before us. 로 시작하는 이 연설, 그가 전국 무대에 본격 데뷔하게 된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찬조연설 등으로 그는 중요한 시절마다 가슴을 울리는 명연설로 흑인, 경력이 부족한 정치인의 핸디캡을 가지고서도 대통령에 당선된 과정이 너무나 감동적이었고, 힘을 주었다. 

 

책은 초반 오바마의 출근 길로 시작한다. 백악관 생활관에서 집무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의 짧은 묘사도 정말 작가가 한 것처럼 잘 묘사했고, 대통령 출근길을 같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500페이지 정도로 다 쓸 것 같았다는 그의 재임시절은 920페이지에 집권 2년차까지 밖에 말하지 못하고 끝난다. (사실 앞 부분에 더 할 말이 많을 것 같았지만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라는 자서전이 있어 매우 짧게 터치하고 정치인 오바마로 넘어간다)

이번 자서전 역시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이전 자서전에서 이미 이야기 했기에 비교적 짧지만 핵심만 전달하면서 오히려 더욱 재미있고, 그가 컬럼비아 대학시절, 하버드 로스쿨 재학시절 왜 정치에 뜻을 뒀으며, 미쉘 오바마와 결혼한 이야기, 초기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육아와 자신의 Career 사이에서 고민한 젊은 오바마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한국 맞벌이 부부들에게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버락은 스와힐리어로 "신의 축복을 받은 자"라는 의미로 버락 후세인-사실 이 이름이 이라크 독재자 이름과 겹쳐서 꽤나 강력하게 다가온다-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광역시의원(또는 도의원)선거처럼 유권자가 별 관심없고 자신의 정치 세력으로 이기거나,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선거에서 이름 때문에 손해 볼 거라고 한 자신의 참모말처럼이나 악조건의 무슬림인 조부 이름을 딴 것으로 9.11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깊숙한 경계심이 있던 미국인들에게 이 이름을 가지고도 압도적으로 이긴 것은 그가 분명 대단한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친부의 이야기는 매우 짧게 나온다. 나는 그의 자서전 <나의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봐서 자세히 알고 있는데 오바마의 아버지는 오바마 어머니와 사이에서 오바마를 낳고 얼마 후 이혼을 하고, 케냐로 돌아간다. 또한 오바마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해 한 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살기도 하다가 하와이에 있는 외조부모 집에서 자라고 학교를 나오게 된다. 

이런 점이 아마도 오바마의 정치 철학이나 다양성을 존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을 것이다. 여동생 마야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복여동생 마야와 사이도 좋아서 2008년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오빠에 대한 지지연설을 한다.

 

마야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책을 할 때는 슬펐다. 

 

그 병실에 어머니와 동생 둘만 있었다. 나는 원대한 포부를 이루느라 바빠서 (임종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 순간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음을 알았다. 슬픔과 더불어 지독한 부끄러움이 치밀었다.  ---p.55

 

젊은 시절 이야기는 나의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많이 이야기해서 핵심만 이야기하고 넘어간다. 옥시덴탈 칼리지를 거쳐 컬럼비아대학교로 편입했고 여기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정의하고 나아갈지 또 히피 문화로 인해 셔츠 5벌만 제외하고 옷을 사지 않고, 참치와 계란을 먹으면서 지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졸업 후 지역 사회 운동가로 활동했고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 로리뷰(법률 학술지)의 편집장으로 활약한다. 

 

하버드 로스쿨을 다니면서 인턴으로 시들리 앤드 로스틴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있던 지금의 미쉘 오바마를 만나서 연애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오바마와 백인 어머니와 사진, 미쉘과 결혼 사진, 말리아와 샤샤의 어린시절 등이다)



 

결혼 후 얼마 있지 않아 정치인으로 활약하면서 가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치와 육아를 다 잘할 수는 없다. 그때가 오바마와 미쉘의 위기 순간이었고 많이 다퉜다고 했다. 

나또한 30대 후반 아이를 낳았고(그것도 쌍둥이를) 회사에서는 과장급의 중간 또는 부서에서는 여전히 막내라...일을 하면서 육아를 같이 잘해내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오바마도 힘들어했다는데 나같은 사람이 힘들 수 밖에 없구나. 위안도 삼았다. 

정치인들이 많은 성추문이나 바람으로 이미지를 망치는데 비해 오바마는 그런 면에서는 깨끗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책에도 미쉘과 말리아와 샤샤에게 책을 바친다고 하면서 가정적인 모습이 많은 여성팬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는 과정이나 그의 선거 전략 등을 보면 재미있다. 

1998년 재선에 성공해서 2000년 일리노이주 연방 하원의원 후보에 도전했지만 상대편인 보비 러시에게 완패한다. 몇 달간 우울하게 살다가 미쉘에게 더 잘하겠다고 하고 자신 역시 정신을 차려 일한다. 물론 그는 여전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다.  

 

나는 마흔이 다 됐고, 빈털러리였고 굴욕적 패배를 당했고 결혼 생활은 삐걱거렸다. 난생 처음으로 내가 잘못된 길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활력과 낙관주의, 잠재력이 허무하게 소진되어버린 듯 했다. 더 암담한 자각은 따로 있었다. 이번 출마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타적 희망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내 선택을 정당화하거나 아집을 만족시키려는, 아니면 내가 못 이룬 것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질투심을 달래려던 것임을 깨달았다. 

말하자면 나는 더 젊은 시절에 그렇게는 되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경고한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소질도 별로 없었다. ---p.64

 

48세에 대통령이 되는 오바마가 40세까지는 작은 성공은 이뤘지만 여전히 자신의 이상과 현실에서 고민하고, 좌절하고 실패의 경험을 겪으면서 자신을 단련시킨다. 

 

2001년 둘째 샤샤가 태어났다. 2002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재선하여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며 시카고 로스쿨 강의도 계속 나간다. 

2004년 시카고 지역 언론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흑인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에 52%라는 투표차로 압도적으로 당선되고,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본인 회고로는 '무대 분장을 한 나는 말도 안 되게 젊어 보이며, 처음부터 비치는 긴장한 기색,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린 부분, 약간 어색한 몸짓에서 미숙함이 드러난다 ---p.81

고 하지만 '담대한 희망'으로 불리는 명 연설로 전국적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한다. 

상원의원이 되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이라크, 케냐까지 가서 친부의 생가를 찾으면서 그 자신이 스타인 것을 실감한다. 

버락 오바마의 인기는 올라갔고, 어느덧 유명인사가 되어 평온한 삶, 군중의 삶이 없어지면서 미쉘과 다투기도 한다. 미쉘은 상원의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 출간 정도로 만족하면서 그에 맞춰 평온을 찾으려던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바마는 상원의원 초선에 불과한 40대 중반의 나이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다. 

여기서 미쉘이 한 말이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오바마가 우리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하자,

 

"당신 우리라고 했어? 그건 당신이라는뜻이잖아. 버락. 우리가 아니라고. 이건 당신일이야. 내가 당신을 줄곧 지지한 건 당신을 믿기 때문이야. 내가 정치를 혐오하더라도 말이야. 나는 정치가 우리 가족을 노출시키는 것을 혐오해. 당신도 알잖아. 그런데 지금, 겨우 간신히 안정을 좀 찾았는데...내가 바라는 만큼의 정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그런데 이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하느님 맘소사, 버락.....언제가 되어야 충분한거야?" ---p.105

 

사실 이부분에서 버락의 남자로서의 야망, 좋게 말하면 국가에 대한 사명감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한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2006년 TV를 통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뒤 2007년 2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을 공식 선언하고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Yes, We can!" 오바마의 선거 구호로 유명하다. 간명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면서 그를 선거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퇴임시에도 이 말을 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초선 상원의원인 그가 인지도 추가 정도 차원에서 나왔다고 생각했고, 대부분은 힐러리 클린턴을 우세하다고 봤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혈전을 치루면서 이것이 흥행요소로 올라갔고, 무엇보다 그의 중저음 목소리로 상대를 여유있게 받아치는 TV토론과 연설로 그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 

 

이후 미국 대선에서는 상대편 매케인 의원이 메시지가 정확하지 않았던데 비해 오바마는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경제위기,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기를 잃던 부시 행정부의 실책으로 이변없이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다. 

오바마의 혁신 중 하나로 많은 미국 정치 분석가들이 극찬한 최고의 캠페인으로 일반 시민에게 후원금을 모았고(이것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기업이나 유력인사로부터의 지원으로 나중에 거기 얽매이지 않은) 연방 정부 지원금까지 거절하면서 일반 국민 후원으로 매케인의 두배를 기부금으로 벌어들이면서 선거 과정의 승리, 결과의 승리를 모두 이끈다. 

 

오바마는 선거 중에도 이후 국무위원 지명에서도 포용을 보여주며 새로운 정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경쟁자였던 당시로는 친분이 덜하던 조 바이든 상원의원을 러닝 메이트로 지명하며 자신의 선거 본부에 안정감을 더하고, 포용을 보여준다. 

국무장관으로 민주당 가장 큰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명하면서 다시 한 번 승부사의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미국 재무장관 지명 과정 등 미국 정치 막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엽관제라는 말이 있듯이 미국은 대통령 선거 승리자가 수많은 행정, 관련기관 관직 자리를 독차지하는 임명권을 가지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 

 

오바마 케어 이야기가 책 중반에 꽤 길게, 심도있게 나온다.

사실 오바마 하면 미국의 문제점인 의료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한 오바마 케어의 도입을 위해 연설하고 설득한 일이 많이 떠오른다.

비록 절반의 실패로 끝났지만. 

 

[ 영어공부에 도전해보고자 그의 원서, 그의 오디오 CD까지 다 구매해서 번역본, 원서, 오디오 북 1회독씩을 실천해보려고 한다. ]

 

번역본은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검토본을 보내주셔서 그걸로 읽고 있는데 정식 판매본을 너무 사서 읽고,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다.

정말 감사하다. 사실 출간된 양장본이 너무 소장하고 싶다. 

대부분은 부자가 아니고 책값에 부담을 느끼는 나같은 소시민 입장에서 이야기 해 보자면.

보통 300page 내외 단행본(양장본의 경우 더 비싸다)이 18,000원 정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책은 무려 920 페이지다. 세 배 정도의 두께라면 가격이 산술적으로 5만원까지 근접해도 되는데 33,000원에 인터넷 할인가로 29,700원이라 그나마 합리적 가격 같다. 

비록 회사생활에 이 책 말고도 다른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업무를 해서 리뷰 작성시간인 약속시간까지 900 페이지를 전부 다 읽고 리뷰를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너무나 좋은 내용에 정말 쓸 내용이 많을 것 같고, 그의 본격 집권기인 2권도 너무 기대된다.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바로 명에와 부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명예와 부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이야말로 패가망신하고 자신의 이름을 더럽게 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물론 그렇다고 나라일을 하는 사람이 아예 생계를 내팽겨치고 돈이 없이 살라는 말은 아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편법이나 자신의 권세, 권력을 이용하지 않고 돈을 벌면 된다. 

또 벌어서 더욱 좋은 일에 쓰기도 해야하고, 더 큰 활동으로 이어지면 된다. 

무릇 나라 일을 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부와 영달보다 청사에 맑은 이름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내년이면 한국에도 대선이 펼쳐진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명예를 쌓으면 지금 제가 읽고 있는 <약속의 땅>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자신의 일을 책도 쓰면서 정당하게 돈을 벌 수도 있다.

그 인기가 전제된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그의 삶, 생각, 철학이 궁금할 것이니까 말이다. 

 

혹자는 말한다. 버락 오바마는 흑인 첫 대통령 이후로 뚜렷하게 무언가 한게 없다고. 

떠오르는게 많이 없다. 번지르르한 연설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버락은 합리적인 생각, 철학을 가지고 내가 아는 선에서는 깨끗한 정부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서 그가 보여준 탈권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절반의 실패로 끝났다고 봐야할 <오바마 케어> 같은 부분은 그의 노력이요, 해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떠나고 도널드 트럼프 같은 기인이 대통령이 되어 4년간 전 세계를 시끄럽게 만든 것을 생각해 보면 그의 치세가 더욱 그립고, 생각날 수 있었다. 

 

트럼프에 관한 이야기가 책 후반부에 나온다. 그리고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음모론(미국은 대통령 후보 자격을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나야 미국 시민권이 자동 부여된다)에 대한 해명 등도 나온다. 

 

책의 마지막은 넵튠 스피어 작전으로 알려진 테러리스트로 악명 높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으로 끝을 맺는다. 그가 이 작전에서 보여준 지휘력과 사령관 옆에서 쭈그려서 듣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900 page의 그림 하나 없는 (정식 판매본은 원서처럼 오바마의 사진 일부가 있을 것이다)

압도적 벽돌책으로 코로나 시대 홈캉스가 대세이면서 꼭 실천해야 하는 요즘 그냥 책 한권으로 바로 보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특히나 번역본, 원서, 오디오CD까지 꼭 세 권 다 완독하면서 영어실력을 길러보고, 미국 대통령 재임을 함께 해볼 생각이다. 

 

책을 읽고 나서 역시 뛰어난 연설가요, 뛰어난 작가였다. 

현장감과 유려한 문장, 그리고 생생한 묘사와 대통령 시절 느꼈을 고민, 생각, 판단, 결정을 여과 없이 모두 보여준다.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의 과정과 첫 임기 2년 반을 놀랍도록 성찰적으로 서술한다. 이 빼어난 책은 대통령 회고록 분야에서 단연 군계일학이라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찬사가 허투로 하는 말이 아니다. 

 

올해 만난 최고의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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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과 그 부지의 모든 땅과 홀과 랜드마크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웨스트 콜로네이드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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