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 사람들마다 작든, 또는 정말 가까운 사람으로 크나큰 아픔을 겪었을 수도 있는 그런 이별의 순간이 있다.
하다못해 대학시절 연애하다 헤어진 연인을 생각해도 세월이 많이(또는 짧게) 지난 지금도 먹먹해질 때가 있다.
삶에 지쳐, 또 지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문득 내 인생의 추억을 돌이켜 볼 떄 순간순간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물며 저자처럼 반평생을 함께 살아간 아내와의 이별이라니...
저자는 여행을 가던 중에 의식없이 쓰러진 아내를 이별의 준비도 없이 영영 떠나보냈다. 꽤 금슬이 좋은 부부 같았는데 사실 아프다가 또는 준비할 시간없이 이별을 맞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 역시 부모님의 아들, 그리고 남편과 아버지, 또 가장으로서 또 누군가의 친구로 그렇게 여러 지위로 인생을 살아간다.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직장인으로 누군가의 아들, 남편, 아버지로 살아온 한 남자의 평범한 인생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인생은 아내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난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외환은행 지점장을 지낸 후 은퇴한 저자는 1991년 한국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사람들의 마음을 만지는 글을 써온 시인이다.
아내와 사별 후 아내와 같이 가자고 다짐했던 국제봉사를 위해 그는 떠났고, 걷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슬픔의 순간을 지내 온 방법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나라인 우즈베키스탄의 사막도시 누쿠스로 떠난 저자는 코이카KOICA 국제봉사단으로서 카라칼파크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그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을 통해 인생의 꿈을 노래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청춘들을 통해 살아갈 힘 또는 버티는 방법을 배웠다.
남편은 아내의 치아 세 개를 수습한 후 3일 지나면 어딘가에 묻자고 결심했으나 3일이 지났을 때 묻지 못한다. 49일이 지나도, 어느덧 1주기에 이르러도 그의 상의 안주머니에는 여전히 아내의 치아 세 개가 있었다. 우즈벡으로의 출국을 이틀 앞두고서야 그동안 한 몸이 되어 지내던 치아 세 개를 마침내 아내와 자신이 모두 좋아하던 특별한 장소에 묻고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했다.
사람마다 이별과 슬픔을 견디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저자는 걷고, 떠나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며 슬픔을 견뎌냈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늘 이별과 헤어짐의 순간을 준비해야 한다.
사실 그런 순간을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지만, 저자의 유려한 글쓰기에 잘 읽힌 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