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지금, 너에게 간다
박성진 / 북닻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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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이 북으로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사실 나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집에 서재를 가끔씩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다들 놀란다. 아마도 내가 알기로 내 주변에서 나보다 종이책을 많이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의 제공으로 처음부터 ebook으로 제작되었고, ebook으로만 볼 수 있었다. 


 

소설은 소방관 김수일과 애리의 연애 이야기에 소방관의 힘든 삶을 녹여냈다. 

문득 지금보다 어렸던 10여년 전 내가 연애할 떄도 떠오르고 이런저런 추억을 불러 일으킨 책이다. 

 

사랑에 서툰 남자 소방관 수일은 학교 선생님이었던 애리는 어느 보육원의 봉사로 인연이 되어 연인이 되고 3년간을 사귄다. 하지만 늘 출동대기상태에 불안한 직업이었던 수일과 애리는 말다툼 끝에 헤어지고 난 후 3년 뒤, 맞선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건 운명인걸까?

하지만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수일과 그런 그에게 서운함만 생기는 애리는 오해가 쌓이며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이한다.

결국, 반복된 기다림에 지친 애리는 수일에게 이별을 고하고 떠나게 된다. 

 

이 소설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사실 2003년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화재가 나기 정확히 일주일전 그 시점 대구 지하철을 이용했다. 집이 대구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 화재사건이 다른 사람일 같지 않았다. 

나는 서울에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방학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서울에 학교를 무슨 일로 갔다가 대구 경북대에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를 대구 시내였던 중앙로(동성로라고도 한다) 만나고 그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에 내려서 집인 울산행 버스에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 뒤 정확히 일주일 뒤 화재 사건이 일어난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겠냐만은 아무리 자신이 불행하다고 해서 자신의 목숨을 그르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사실 하면 안되는 일이다. 

 

수일은 소방관이고, 지하철 방화사건의 현장에 애리가 있었다.

“수일아! 야, 김수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희미하게 들려오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뚜렷하게 들려왔다.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 분명 날 찾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마지막 통화 내용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미안하고 고마워. 그리고 행복했어.’
그녀와의 통화는 그렇게 끊어져 버렸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 분명 울고 있었다. 그리고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발끝부터 차오른 공포와 절규가 날 덮쳐왔다. 감정을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버티는 것뿐. 단지 그뿐이었다.

소설리뷰는 스포일러를 하면 안되기에 이정도로 하고. 

 

소설이 슬프다. 그리고 슬픈 현실속에 우리 소방관들의 힘든 삶도 드러내고 있다. 

문득 2011년의 내가 떠오른다. 나는 소방관은 아니지만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그때만 해도 토요일 출근이 다반사였고, 특히나 임원보좌역할에 자료 만들기 담당이었던 내 업무 특성상 

주말에 매번 불려나와서 OO전략 자료를 만들었다. 임원과 부장님들과 함께 골방 회의실에 들어가서. 항상 컴퓨터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긴장한 상태여서 휴대폰 보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토요일에 약속을 잡은 날 매번 회사에서 늦게 마치고, 약속시간에 늦고 사정을 설명하기를 반복했고 그렇게 헤어진 사람도 있었다. 문득 젊은 시절 내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슬픈 소설을 만났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소설을 잘 안 읽게 되고 읽어도 이런 슬픈 소설은 더더욱 안 읽게 된다. 현실이 각박해서일까. 

냉정과 열정사이도 떠오르면서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올랐던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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