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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평점 :
대학시절, 읽었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전권을 17년여만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시리즈물로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이전에는 3~4권 정도 어느메쯤 읽다가 멈췄던 것 같다.
책을 5월 연휴 지나고 받아서 한달만에 봐야했기에, 또 나는 5월을 너무나 바쁘게 보냈기에 책장을 조금 빠르게 넘겼다.
사실 내가 대학생이었던 시절 책을 좋아하면 이윤기 작가의 글을 한 두편 정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윤기 작가는 탁월한 번역가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어렵기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고전으로 이름을 떨치는 <그리스인 조르바>, 신화 이야기인 <변신 이야기> 등을 번역하면서 유려한 번역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리스로마신화는 삼국지나 수호지같은 동양의 명 고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수많은 판본이 존재하고, 이야기는 변형에 변형을 낳아서 어느 것이 정본인지조차 모를 정도다. 흔히 토마스 볼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를 정본으로 삼지만 각 문화권과 언어권에 걸맞게 또 번역자와 학자들의 이해에 따라 다양한 평역본으로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윤기작가의 따님 역시 아버지와 같이 번역을 하면서 나는 <춘아춘아 옥단춘아...>라는 책에서 딸과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번역과 인문정신의 창의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고는 했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신화를 흐름으로 읽게 하지는 않는다. 사실 내가 대학생 시절에도 이윤기파와 그의 신화책이 여기저기 왔다갔다 해서 신화의 흐름을 읽는데는 부적절하다고 한 친구들도 있었으나, 나는 사실 역사책이 아닌 신화인 만큼 그런 흐름보다는 이윤기 작가님이 분류한 12가지 주요 키워드를 통해 이야기하듯이 들려주는 이 신화가 좋았다. 특히 읽기에 수월한 책이라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윤기 작가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읽기 좋은 맛깔스러운 글로 그리스로마의 신들을 소환해서 여러가지 테마로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라든지 '사랑의 두 얼굴', '노래는 힘이 세다', '술의 신은 왜 부활했는가' 등등으로 우리가 어슴프레 이름만 기억하는 여러 신들의 내력에 구체성을 부여해 준다.
항상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그 잔인한 장면에 또는 우리 윤리로 보면 어울리지 않는 장면에 또 황당하기만 하고 맥락이 잡히질 않아 포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키워드로 접근하는 이윤기 작가가 해석한 그리스 로마신화가 안성맞춤일 것 같다.
책은 미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크레타 왕 미노스가 미궁을 만들 것을 명했고, 미궁은 어떤 사건에 잘 해결되지 않을 때 미궁에 빠졌다는 말을 사용하고는 한다.
영어 labyrinth가 바로 여기서 유래한 어원이다.
사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으면 영어나 여러 인문학적 용어의 어원을 알 수 있게 된다. 마치 우리가 사기나, 삼국지를 읽으면서 4자성어의 원 뜻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교합하여 아들 여섯과 딸 여섯을 낳는다.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교합할 때 밤의 여신 뉙스가 밤의 장막으로 이 둘을 가려주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낳은 열두 남매가 바로 티탄족(Titan), 거대한 신들의 족속(거신족)이다. 천하장사를 뜻하는 '타이탄'이 여기에서 나왔으며, 빙산에 부딪쳐 침몰한 거대한 배 '타이타닉(Titanic)'의 이름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p.43
엣 그리스에는 테이레시아스라고 하는 장님 예언자가 있었다. 테이레시아스라는 말은 '조짐을 읽는 자'라는 뜻이다.
이 테이레시아스가 한창 예언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을 당시, 강의 요정 리리오페가 아들을 낳았다. 요정은 이 용한 예언자를 불러 아들의 운명을 점쳐달라고 부탁했다.
아기를 보는 순간 예언자가 말했다.
"아주 오래오래 잘 살 겁니다.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 말이지요."
자신의 얼굴을 보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뜻이 아닌가? 이 아기가 바로 수선화 전설로 유명한 나르키쏘스(Narcissos)다. 나르키쏘스는 호수에 비친 제 얼굴에 반해 먹고 마시는 것도 잊은 채 굶어 죽어 수선화가 된 청년이다. 자화자찬을 뜻하는 영어 'Narcissism'은 바로 이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이다. ---p.237
너무 학술적으로 치우쳐서 장황한 연대기적 구성과 서술로 인해 포기하지 않게 만든다. 이론적인 신화에 대한 비평과 해석으로 치우치지도 않는다.
또는 이야기 자체로 서사의 장점이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간단한 몇 줄 요약으로 건너뛰는 일방통행도 없다.
저자의 그리스 로마신화와 유럽 문명과 문화에 해박한 지식과 작가로서의 잘 읽히는 문체로 서양 상상력의 원천 그리스 로마신화를 누벼보자.
이 책은 진정 벽돌책의 위용을 자랑한다. 2권도 빠르게 읽어나갔다.
2권부터는 '사랑의 테마로 읽은 신화의 12가지 열쇠'에서 보는 것처럼 주제별 신화 읽기를 시도한다.
사랑을 테마로 성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통해 신화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전히 이윤기 작가의 입답은 살아있다.
인간에게 가장 강렬하면서도 잊지 못하는 경험은 성적인 경험이다. 자신의 사랑을 찾는 과정은 과거나 현재나 같다.
신에게나 인간에게도 같은 것 같다.
이번 책에서는 황소를 사랑한 여왕 파시파에 이야기, 여장을 했던 영웅 헤라클레스 이야기, 아버지를 사랑해서 어머니를 살해한 엘렉트라 이야기, 양성을 동시에 경험한 이피스, 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된 나르키쏘스(나르시시즘) 등이 나온다.
그리스로마신화에는 놀랍게도 동성애코드, 매춘 등 오늘날 기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이 역시 인간의 숨겨진 진짜 모습이리라.
엄청난 벽돌책으로 읽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5권이었던 이 책의 시리즈를 한 책에 모았다. 겉표지도 이쁘고, 책 속 디자인도 너무 좋다.
이윤기 작가의 뛰어난 필력 역시 여전하다. 주제로 읽기 때문에 신화를 흐름 자체로 읽는 것은 조금 힘들 수도 있다.
현대적 감각으로 선별된 살아있는 신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 책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이 많이 줄었다. 아마 한 권으로 모으려다 보니 그랬나보다. 하지만 뭐 적당히 있는 것도 좋다.
신화를 통해 상상력의 크기를 키워보자!
3편은 저자가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이뷔코스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뷔코스는 신들에게 경건하고 믿음이 깊은 시인이었다. 그 이뷔코스가 어느 날 길을 떠났다. 코린토시 지협에서 열리는 이륜차 경기와 음악 경연에 참가하려는 참이었다.
이뷔코스는 예술의 신 아폴론으로부터 노래하는 재주와 꿀같이 달콤한 시인의 입술을 얻은 사람이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두루미를 향해 말을 걸었다.
"친구같구나. 두루미 떼여, 너희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바다를 건널때부터 나와 더불어 왔구나. 이 같은 길조가 어디 있으랴. 우리는 먼 길을 함께 와서 묵을 데를 찾고 있으니, 아무쪼록 너희나 나나 타향의 길손을 지켜줄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구나!"
이뷔코스는 산 너머로 코린토스에 도착했다. 걸음을 재촉하여 숲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강도 둘과 좁은 길 한가운데서 마주쳤다.
강도들은 이뷔코스를 찔렀고 그는 쓰러졌다.
이뷔코스는 마지막으로 "두루미들아, 내 하소연을 사람들에게 전해다오. 내 하소연에 화답하는 것은 오직 너희가 우는 소리뿐이구나."
결국 이뷔코스는 강도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처참하게 찔린 시체로 발견된다.
친구 코린티스는 울었다. 축제에 모인 사람들은 이뷔코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 범인들을 잡아 복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표적(증거)가 없었다.
원형극장(1~3만명을 수용하는)에서 같이 즐기고 있을 것이었다. 복수의 여신들은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죄인을 찾기를 기원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맨 위층 좌석에서 부르짖었다.
"보게, 보게 이 사람아! 이뷔코스의 두루미 떼야!"
신들은 이뷔코스를 좋아했다(신들을 연구하다보니 저자는 이 사람은 신들이 좋아할 사람인가 아닌가를 연구했다고 한다)
저렇게 말하고 이뷔코스가 죽은 것을 아는 사람은 이뷔코스 자신과 강도들 뿐이었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 이뷔코스의 죽음과 자신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해버린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인가??
이 책 역시 믿음과 오만, 신의 은총, 신의 약속, 신들의 여러가지 이야기 향연으로 가득차 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가 집에 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읽어봐야 하는데...
그 <변신이야기>는 '몸 바꾸는 이야기' 책이다. 이 책에는 꽃이나 나무나 짐승이 사람으로 몸이 바뀌는 이야기, 사람에서 꽃이나 나무나 짐승이나 돌로 몸이 바뀌는 이야기가 무수히 실려 있다. 돌로 빚어졌던 갈라테이아는 퓌그말리온 믿음 덕분에 사람으로 몸을 바꾸었다. 돌이 된 인간은 없었을까? 있다. 바토스 노인이다. ---p.517
얼마 전 파울로 코엘료가 두번째 산문을 냈다는 소식을 봤다. 저자의 책에 파울로 코엘료와 이윤기 작가가 동갑이라고 고백한 장면이 나온다.
좋은 분이었는데 너무 일직 세상을 떠나셨다. 더 왕성한 활동과 번역작업을 하실 수 있었을텐데...애석하다.
이번 3권은 '신의 마음을 여는 방법'이라는 테마로 '신들이 좋아하는 인간'과 '신들이 싫어한 인간'의 대표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퓌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이다. 성적으로 문란한 키프로스의 여인들에게 혐오감을 느껴 여인들을 멀리한 채 조각을 하는 데만 몰두했다.
이상적인 여인 그 자체인 갈라테이아 조각상을 만들었고 자신이 만든 그 조각상을 사랑하게 된다. 그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간절히 바랬고, 그 조각상은 실제의 여인으로 바뀌고, 퓌그말리온은 이 여인과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이야기로 심리학 용어 피그말리온 효과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동양은 사기, 초한지, 삼국지 등을 읽어야 사자성어 기원을 알 수 있고, 서양의 용어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이해해야 더욱 깊이 그들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악기 연주 실력이 더 낫다고 아폴론에게 대결을 요청했다가 온몸의 가죽이 벗겨진 마르쉬아스는 신들이 싫어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받아 사랑하는 여인을 얻게 되었지만, 신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아 말로 변해버린 히포메네스 등의 신의 미움이 이야기된다.
3권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재미있고, 뒤에 올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특히 신탁이라는 말처럼 신의 선택이 인간에게 중요한,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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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또한 알려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4권의 내용은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대서사를 품고 있는 영웅 헤라클레스다.
헤라클라스에 대한 이야기로만 한 권을 채우고 있다.
이윤기 작가님은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이야기를 다루면서 하늘의 12별자리와 헤라클레스 신화와의 관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헤라클레스를 흉내 낸 이유, 또 베르사유 궁전 안에 헤라클레스 방이 있는 까닭 등을 다루고 있다.
헤라클레스 이야기에는 그리스 신화와 서구 문화의 밑바탕을 관통하는 여러가지 코드가 숨어 있다.
헤라클레스 코드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사는 사람들의 인생과 운명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공을 초월해 역사상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의 영감을 자극한 그리스 신화의 최고 영웅 헤라클레스.
물뱀 휘드라와의 사투,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 구해오기, 죽음의 신 하데스의 세계인 저승으로 여행 등 그의 파란만장한 12가지 과업은 더욱 흥미진진하고 풍부해진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영웅이 필요한 시기! 헤라클레스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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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5권이다. 솔직히 고백하는데 5권 부분은 아직 미쳐 다 읽지 못했다. 지난 2주간 회사에 큰 프로젝트가 있어서 너무나 바빠서 도저히 읽을 시간이 없었다.
이 책은 이 시리지의 마지막 권이자 저자의 유작이 됐다.
이올코스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이아손과 아르고 원정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올코스의 왕자 이아손은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를 내쫓고 왕이 된 숙부 펠리아스를 피해 펠리온 산에서 현자 켄타우로스 케이론의 손에 길러진다. 장성한 이아손은 스승의 조언에 따라 나라를 되찾기 위해 산을 내려와 이올코스로 향한다.
펠리아스는 이아손에게 콜키스 땅의 금양모피를 찾아오면 왕위를 넘겨주겠다고 말한다. 이아손은 머나먼 땅 콜키스로의 모험을 위해 그리스 전역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소집해 아르고 원정대를 꾸리고, 역사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인생의 풍랑과 암초에 부딪쳐 쉽게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저자가 마지막으로 보내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무조건 소장각이다.
#이윤기 그리스로마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