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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저자는 말한다. 아니 나 역시 오늘을 살아가며 절절히 느끼고 있다.
우리 인류는 오늘 역사상 가장 품위없고, 약육강식, 도덕불감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품위란 거창한,고결한 것이 절대 아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조금 피곤하더라도 노인들을 위해 서서 가는 것, 시간적 여유가 없어도 틈을 내어 아픈 친구를 방문하는 것, 내가 정말 급하더라도 대기 줄에서 새치기하지 않는 것 등부터 말한다.
이렇듯 별것 아닌 단순한 일들을 한 번이라도 몸소 실천하는 것이 품위 있는 삶 아니냐고 저자는 묻는다.
저자는 민주주의, 세계화시대에 더 이상 이런 사회규범이 품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연한 이기주의와 사회갈등, 예와 도덕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다.
요즘 연일 늦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다. 하지만 몸보다 더 피곤한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의 배려없음이나 자신이 편하기 위해 일을 던지는 것들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늘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 배려없이 무례함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날 때 특히 더 그러하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한동안 타인과 공존하는 방법을 고심하지 않았다고.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 사는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더불어 지내야 하는지 공론화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라고 이제는 그 때가 왔다." 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1981년부터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기자와 르포 작가 그리고 <쥐트도이체 차이퉁 매거진>의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최고의 보도 기사에 주는 ‘에곤 에르빈 키슈상’, 독일의 퓰리처상에 해당하는 ‘테오도르 볼프상’, 최고의 언론인에게 주는 ‘요제프 로트상’ 등을 수상한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많은 일들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의 결정과 무관하다. 그것들은 마치 자연 현상처럼 진척되는데 그럼에도 그 뒤에는 익명의 얼굴없는 추진체가 있다. 아마존,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변화의 바람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쳤으며 계속해서 우리에게 밀려들고 있다. ---p.57
지금 우리는 지극히 복잡다단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공간과 세계화라는 시대적 현상 속에서 무수한 것들이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뭐든 서로 ‘쉽게 쉽게’ 다루고 넘어가려 한다. 상대와 마주 앉아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컴퓨터 앞에 허리를 수그리고 앉아 타자를 치며 뒷공론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후자는 이런 저런 반론의 댓글을 남긴 다음, 커피를 끓이거나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본인이 쓴 글을 잊는다. 그러는 동안 그 댓글을 읽은 상대방은 인종 차별주의적인 발언에 타격을 받고는 얼음찜질로 상처를 어루만지거나 분노로 거품을 물며 새로운 댓글을 달게 된다. 그러나 이 댓글은 읽히지 않는다. 방금 말했듯이 분노를 유발한 당사자는 자신이 쓴 댓글을 까맣게 잊은 채, 커피를 내린 다음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후로도 그는 철물점에 가서 사야 할 물건들 생각에 빠져 있을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뉘앙스 같은 미묘하고 세부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모든 것이 0 아니면 1이다.
극단적이고 차가운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림자도 짙고 서늘하다. ---p.83 ~ 84
이 책은 온라인과 익명에 숨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우리 인류의 비열한 속성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막말과 갑질, 혐오와 차별을 넘기 위한 그 담대한 여정의 작은 고민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 미디어의 발전, 그리고 빨라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점점 더 품위를 잃어가고 무례해져 가고 있다.
내가 친구에게 물었다.
"내 인생에 원칙이 하나 있다면 '다른 사람을 대할 땐 무조건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기'라고 할 수 있어. 이러면 인생관이 너무 단순해지나?"
"넌 아까 이야기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문장들을 이미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었네. 그가 그랬잖아. '네가 흔들림 없이 호의를 베푼다면 아무리 약한 인간이라도 어떻게 너에게 해를 가하겠는가.' 문득 생각 났는데 호의의 친절에 관해선 앙켈라 메르켈도 빠지지 않는 것 같아. 그는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런말을 하기도 했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는 친절한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지금 그게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면서 사과까지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이야."
"나는 조금 다르지. 내가 말한 호의는 '긴급상황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야.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호의적인 자세로 대하려 하거든."
"왜 그래야 하는거지?"
"어쩌면 그게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수 있으니까. (중략) 너 스스로 세상을 보다 호의적으로 대한다면 아주 작은 티끌만큼이라도 세상은 더욱 나아지게 될거야." ---p. 227 ~ 228
책은 작고 얇은 편에 속하지만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다. 사실 나도 많이 생각해 본 주제였고, 걱정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그런 무거운 책이었다.
“각각의 인간은 다른 모든 이들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저자가 좋아하는 표현처럼 이 문구에서 모든 인간이란 우리가 잘 이해하는, 우리와 닮은, 우리가 좋아하는, 우리가 공감하는, 우리와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사는, 우리와 겉모습이 같은 사람들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뿐 아니라 비열하고, 불안하고, 무례하고, 몰염치하고, 어리석고, 시끄럽고, 조용하고, 고집스럽고, 생경하고, 낯선 사람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이제는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 인간다운 품위와 예절, 서로에 대한 배려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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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두고, 사람을 생각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다같이 공존하는 세상말이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친구와 함께 주점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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