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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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작가의 소설을 종종 읽는 편이다.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특히 요 네스뵈의 소설을 친구로부터 추천 받아서 읽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읽었던 프랑스의 베르베르나 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영미소설이나 고전 들과는 다른 매력으로 북유럽의 눈내리는 경치와 어울려 신비한 분위기를 주었다.

『실버 로드』는 스웨덴 작가 스티나 약손의 데뷔작이자 2018년 스웨덴 범죄소설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신인 작가가 데뷔작으로 이 상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스웨덴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와 평단의 찬사를 받은 이 소설은 2019년 북유럽 최고의 장르문학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북유럽 출판계에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사실 소설은 리뷰를 잘 써야 한다. 너무 자세히 쓰면 스포일러가 되기 쉽다. 특히나 이런 범죄 스릴러에는 더하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 위주로 리뷰를 짧게 쓴다.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북유럽 소설 마니아라면 읽어봄직하다.

『실버 로드』는 스웨덴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의문의 소녀 실종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한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시작되면 렐레는 낡은 볼보 승용차를 몰고 밤마다 실버 로드를 달린다. 스웨덴 동부 해안에서 노르웨이 국경으로 이어지는 95번 국도. 일명 실버로드라고 불리는 이 길은 3년전 렐레의 딸이 버스를 기다리다가 감쪽같이 실종된 곳이다. 목격자도 단서도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렐레는 무능한 경찰만을 바라보지 않고 직접 딸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어두운 숲과 안개 낀 습지, 인적 드문 농가와 폐가를 샅샅이 수색하던 그의 눈에 수상쩍은 용의자들이 하나씩 포착된다.

숲속의 폐가에 숨어 사는 퇴역군인, 딸의 남자친구, 포르노 수집광인 늙은 남자, 강간 전과자, 밀주를 판매하는 쌍둥이 형제까지. 렐레는 그들의 혐의점을 찾기 위해 한 사람씩 차례로 접근한다.

한편, 렐레가 사는 스웨덴 북부의 적막한 마을에 열일곱 살 소녀 메야와 그녀의 엄마가 이주해온다. 메야의 엄마에게 얹혀 살 수 있는 새 애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딸이 집에 있든 말든 애인과 거침없는 엄마로부터 메야는 벗어날 기회만을 엿본다.

 

그런 메야 앞에 인근에 사는 삼형제의 막내 칼 요한이 나타난다.

그의 가족은 기술문명과 교육을 거부하고 숲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간다.

얼마 전 읽은 베스트셀러 산골에서 모든 문명을 거부한 모르몬 교도 아버지의 밑에서 모든 문명을 거부하고 자라다가 후에 옥스포드까지 진학하는 타라 웨스트 오버의 <배움의 발견>이 생각난다.

렐레는 정체를 숨기고 사는 그들에게 차례차례 접근한다. 그런데 사건 발생 3년만에 또 다른 열일곱 살 소녀가 실종되며 마을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진다.

역시 목격자도, 단서도 없다. 렐레는 이 사건이 딸의 실종과 연관됐음을 직감하고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진전이 없다.

실버 로드에서 사라진 소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렐레는 실종된 딸을 찾아 외로운 수색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만약 범인이 버스 정류장에서 리나를 납치했을 때 차에 기름이 가득 찼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었을지 이미 계산해보았다. 차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산속 깊숙이, 아마 노르웨이 국경까지 갔을 것이다. 그러니까 실버 로드를 계속 달렸다는 가정하에. 지나다니는 차량이나 집이 없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더 작은 길로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은 그날 저녁에야 리나가 실종됐다는 걸 알았다. ---p.36 ~ 37

 

 

 

렐레는 몸을 돌려 벽난로 장식장 위에서 여전히 웃고 있는 리나를 힐끗 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아까 하는 말 들었지? 또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모양이다."

렐레가 식탁에 앉아 커피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을 때 하산이 돌아왔다. 하산은 문간에서 서서 얼룩이 묻은 옷을 들어올렸다. 렐레는 옷을 바라보았다. 어제밤에 입었던 셔츠였다.

"앞좌석이 전부 피범벅이야. 대체 무슨 짓을 한건가. 렐레?" --- p.183

 

북유럽의 분위기와 경치, 자연 환경 등이 많이 나온다. 아마도 저자의 향수를 달래주는 또는 그의 경험이 담겨 있는 장면이리라.

저자 스티나 약손은 1983년생으로 스웨덴 북부의 작은 도시 셸레프테오에서 성장했다. 20대에 남편을 만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고향을 무대로 한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이 바로 데뷔작 『실버 로드』다. 노르딕 서스펜스의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그는 현재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음 작품은 아마도 좀 더 진보되어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조금 성인적인 내용도 많고, 아이들이 읽기엔 좀 부적절한 장면도 있다.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또한 음울한 분위기도 있고, 10대의 이야기도 있다.

특히 10대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엄마와 그 애인의 행위 등이 여과없이 나온다.

번역은 매우 잘 된 편 같다.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사실 외서는 번역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다른 한밤중에도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의 한여름 밤, 실종된 딸을 찾아 3년째 실버 로드를 뒤지고 다니는 한 남자의 숨 막히는 추적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으로 지금까지 읽은 책과 다른 것을 기대하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

북유럽의 정취를 물씬 먹은 소설로 390 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빠르게 넘어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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