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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글쓰기, 이 말만 들어도 아마 몸서리 쳐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말보다 글이 더 편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확하게 또는 멋있게 표현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책을 읽고 리뷰를 많이 작성하는데, 내가 느끼고 배운바를 리뷰로 작성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무엇보다 나는 직장에서 하루종일 글쓰기만 하다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글쓰기를 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10년째 하고 있으면서도 어렵다.
사실 글을 길게 나열해서 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만 핵심을 담아서 그렇다고 빠지는 것 없이 요약해서 쓰는 것이 어렵다.
"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라고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말하고 있다. 사람이 책을 읽고 일련의 토론과 글쓰기를 누구나 거치는데 그것에 대해서 정확히 표현한 말 같다.
우리 한국사회는 많이 읽고 강의로 많은 정보를 전달하지만, 토론과 글쓰기가 빠졌다. 그래서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많은 반면, 그것이 실제 생활에 도움이되거나 또는 국회로 치면 정책이, 기업으로 치면 창의적인 창작물이 나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 저자를 당연히 서울대 국문과 교수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과 교수님이다. 하지만 저자는 지난 7년간 서울대에서 '글쓰기'를 강조하는 전공수업을 진행했고, 서울대 명강의로 소문이 자자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많은 글쓰기 책이 작문 중심이었고, 실증적 연구와 무관하게 오래된 수사학적 권고만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과학 글쓰기는 또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에는 많은 유형이 있지만, 이 책에서 주로 알려주고 있는 글쓰기 방법은 '주장이 담긴 논리적인 글'이다. 주장이 담긴 논리적인 글이란 주로 지적 탐구의 산물로, 다른 사람의 글을 바탕으로 그 분야의 지식을 체계화하거나 확장하는 글을 말한다.
우리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면서 그것을 정리해서 토론하거나 글쓰는데 조금은 떨어져 있다.
목이 마르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체할 수 있듯이 무턱대고 많은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은 논리적 사고와 지식의 체득에 크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 대신 읽거나 관찰한 내용을 자신의 글로 정리하면서 다시 읽고 토론해야 한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우리가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시작한다. 현재 우리의 잘못된 교육 예컨대, 학생과 교수가 참여하는 설문에서 두 집단 모두 글쓰기 능력을 졸업생에게 기대되는 중요한 능력으로 간주했고, 그 중요성을 5점 만점에 각각 4.45점과 4.5점으로 높게 매겼다. 하지만 글쓰기 교육이 실제로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응답에서 학생은 3.3점, 교수는 2.75점으로, 각각 4.14점과 4.0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전공 지식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고 한다. 많은 지식을 전수받지만 그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훈련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학생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읽다보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담긴 글을 찾기 어려운 것은 둘째 치고, 틀린 곳이 너무 많아 도대체 어떻게 Feedback을 주어야 할 지 모르는 글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2장에서는 논리적 글쓰기의 목적을 '청출어람'으로 특정짓고 관련 자료를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절하지 않으면서 독창적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표절하지 않는 것이다.
| 새롭고 쓸모있는 주장이 담긴 글, 곧 독창적인 글은 정직성이 전제된 가운데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정직성은 공동체가 지켜야 할 도덕적인 규약이나 윤리적 정책을 의미한다. 특히 학문의 세계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행위로는 남의 생각을 훔치기, 실험 자료를 가짜로 만들어내기, 평가 시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훔쳐보는 행위, 과제를 스스로 하지 않고 다른 동료가 한 것을 베끼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추가하여 글을 쓸 때 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사용하여,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표현을 결과적으로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는 행동도 포함되는데, 이를 표절이라 한다. ---p.62 안타깝게도 대학 글쓰기에서 표절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글쓰기 과제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표절이 얼마나 부도덕한 일인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지 않다.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인 학위 논문 표절문제는 이런 낮은 인식에서 비롯된다. ---p.67 |
좋은 글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특징은 아래 네가지다.
첫째, 제목이 중요하다. 진부한 것보다는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목에서 이어지는 도입부에 흥미로운 이야기나 도전적인 질문, 혹은 예리한 분석 등을 제시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가능하면 글쓴이만이 알고 있는 개인적 일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일화는 글쓴이의 솔직함을 드러내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수록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넷째,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사례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글쓴이 자신도 그 추상적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p.74 ~ 75
3장과 4장에서는 다른 글의 주장을 요약하고, 나아가 그 주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살펴 보고 있다. 글쓰기 트레이닝의 구체적 스킬을 보여준다.
5장에서는 3장과 4장에서 확장된 여러 개의 주장들로부터 독창적 주장을 뽑아내는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서로 다른 부분을 찾아내서 비교하고, 또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것은 지식의 축적 외에 비판적으로 꼼꼼하게 읽으면서 깊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이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는 일이 많다. 제대로 낸 아이디어 한 방이 그것을 열심히 찾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를 줄 수 있다.
6장에서는 본격적인 초고 글쓰기를, 7장에서는 글쓰기와 관련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퇴고를 다루고 있다. 글을 '내용'과 '표현'으로 나눠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소개한 다음에 실제 대학생들이 쓴 글을 고치는 연습을 해볼 수 있다.
글에서는 특히 첫문장과 끝문장이 중요하다. 첫문장은 무척이나 쓰기 어렵다.
리뷰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잘 된 글은 초반에 이미 그 임팩트를 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우선 논리적인 흐름이나 내용전개에 치우치는데 이후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잘 읽힐 수 있도록 표현을 다듬고 글의 디자인을 선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 8장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훈련해야 할 '평가'와 '코멘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자기 글을 스스로 평가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가 쓴 글보다 다른 사람의 글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고는 하는데 이에 착안하여 다른 사람의 글을 직접 평가함으로써 동료로부터 배우고 건설적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책에는 글쓰기의 매 단계마다 생각하면서 쓰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33개의 ‘글쓰기 트레이닝’이 담겨 있다.

저자의 설명과 안내에 따라 차근차근 연습하다 보면 글쓰기에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충실히 옮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길잡이와 같은 책이다.
지적 탐구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는 동시에 이들을 더 낫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적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은 지적 기초 체력을 다지는데 유용한 코치나 감독이 되어 줄 수 있다.
우리는 선수다. 우리는 다시 쓰고, 고치고, 다시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최근 기업마다 파워포인트의 비주얼에서 벗어나 아마존과 도요타 같이 워드 3~4장 이내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토론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우리회사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파워포인트 스킬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글쓰기를 잘해야 '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다른 의미로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유용한 책이었다.
* 쌤앤파커스의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를 읽고, 활용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는 지식이 많은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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