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론 -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
이한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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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문학 열풍이 불어서 경영자들도 인문학 강의를 듣고, 인문 정신으로 경영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회사에서 인문학이 바탕이 된 경영학 서적 읽기도 하고 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원이 된지 올해로 12년째다. 사실 입사하기 전만 해도 정말 멋지게, 폼나게 일하고 많은 리더들과 열띤 토론을 하고 프로젝트 하며 (나름 책을 많이 읽었던, 또 정약용의 인문학적인 소양과 창의성을 업무에 적용하는 방식을 면접 문제로 멋지게 풀고 입사했던) 내가 가진 지식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그런 직장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어도 내가 다닌 직장에서 그런 일은 많지 않았다.

첫 직장이었던 H그룹사의 금융사에서도, 지금의 전자부품회사 기획그룹에서도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면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후배들과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하는 경우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업무는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회사 생활을 하며 힘든 경우는 업무가 힘들거나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무능한, 또는 화를 조절할 줄 모르는, 또는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서 결정을 미루는 그런 상사나 동료 선후배를 만날 때 가장 힘들었다.

그런 선배나 동료가 되지 않기 위해 이 책 군자론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자, 한 때 공자를 죽여야, 살려야 나라가 제대로 간다는 책이 유행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지닌 동양사상가 중 한 명이다. 퇴계나 율곡이 정확히 무슨 사상을 주창했는지, 무슨 책을 저술했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도 논어가 공자의 저작이라는 것은 또 흔히 공자님 말씀이라는 관용어가 생길만큼 그의 말과 사상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유명하다.

 

공자는 흔히 정신과 사상, 도덕에 몰두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자야 말로 일을 성취하는 법, 자신을 다스리고 치국을 하는 일에 대한 법에 대한 수많은 언행을 남겼다.

성과 중심의 실사구시 리더로서 공자는 '군자상'을 제시한다.

공자는 오히려 안빈낙도나 안분지족 같은 책상앞에 앉아 지루한 이론 놀이를 하는 선비를 '소인 중의 소인'으로 이야기한다.

공자는 "선비는 말만 일삼고, 군자는 일이 되게 한다!"로 공자는 철저하게 일이 되게 하는 리더만이 군지이며, 일의 결과를 예측하는 경계심과 주도면밀함, 중용(中庸),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비로소 일하는 리더로서 군자의 자질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논어>를 공부하고 나서 맨 마지막에 풀어낸 숙제가 바로 문(文)은 '애쓰다', '애쓰는 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이해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진덕수의 <대학연의>를 번역하면서 거기에 바로 문의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서경> 요전(堯典)에서 요임금으 자질과 능력을 넉자로 "흠명문사(欽明文思)로 표현했다. 중국 역대 제왕중 성인으로 추앙받는 촤고의 정치가인 요임금을 표한 말이다.

 

"요임금의 제왕다움을 말하는 것입니다. 흠이란 삼가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고, 명이란 환하게 밝히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며, 문이란 안에 잠재되어 있던 것을 밖으로 멋지게 드러내 보여지는 것이고, 사는 똑뜩하고 생각하는 바가 깊고 멀다는 것입니다." ---p.35

 

즉, 문은 잠재된 것을 밖으로 남김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것으로 적합한 우리말을 "열렬하게 애쓰는 것"으로 저자는 해석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 공자가 한 말 중에 매우 유명한 구절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문(文)을 글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다 큰 어른이 글(단순한 학문의 조금 나은 정도)를 더 깨우쳐서 기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저자는 "문(애씀)" 내가 가진 잠재되어 있는 내 능력, 의지를 밖으로 멋지게 끌어내 보임을 말하는 것이다.

 

꽤 자세히 앞부분에서는 이 "문"과 공자의 사상이 결코 학문이나 예만을 숭상하는 것이 아닌 결국 일이 되게 노력하라는 것을 보여주는 설명을 하고 있다. 신선한 해석이었다.

공자의 정명(正名) 사상에 대한 것도 직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원리다. 일을 할 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다면 저렇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많았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비자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합니다."

저자의 직언하지 말라는 격언은 직장생활에서 불변의 진리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나라나 조직에서의 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직언이다. 저자가 오랫동안

<논어>를 강의하면서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직언하지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이었다. "군자의 몸가짐은 변할 수 없지만 말에 이르러서는 때로 감히 다하지 못하여 화를 피하는 경우가 있다." 화의 단서는 대부분 행동보다는 말에서 싹트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했다. "바르게 타이르는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잘못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완곡하게 에둘러 해주는 말을 기뻐하지 않겠는가? 그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뻐하기만 하고 실마리를 찾지 않으며, 따르기만 하고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내 그를 어찌할 수가 없다."

여기서 공자는 윗사람에게 간언하는 두 가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법어(法語)로 해주는 것이고 하나는 손어(巽語)로 해주는 것이다.

즉, 하나는 모범을 통해 곧바로 타이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에둘러서 공손하게 타이르는 것이다. 여기서 뛰어난 방식은 법어보다 손어다. 그래야만 윗사람과의 관계가 오래 지속 될 수 있다. 법어가 반복되면 윗사람은 점점 의심하게 된다.

그것은 역사가 잘 보여준다. ---p.75 ~ 76

 

한나라의 급암전을 예로 든다. 나도 직장생활을 10여년 하고 윗분을 모시는 일을 많이 했지만 이 말은 진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멋진 상사도 직언을 여러 번 하면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Fact를 이야기하거나 직언하면 결국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뒤에 정철의 이야기와 일맥 상통한다.

정철은 영의정 이산해와 우의정 유성룡과 건저의(세자 책봉)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는 바야흐로 1591년(선조가 1552년생으로 우리나이로 마흔살이 될 때였다)으로 마흔살인 임금에게 정실 왕비에게서 낳은 아들이 없었다. 신하들은 후사를 걱정했다. 

당시 평균 연령이 사십세 전후반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3정승이 이일을 걱정해서 모였고, 이산해는 우리가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냐 했다. 왕실의 인척이기도 했고, 좌의정으로 삼정승 중 실권이 강한 이는 정철이었기에 정철은 이 문제를 자신이 이야기하기로 한다.

하지만 같이 고민하고 받아줄 줄 알았던 선조가 "지금 내가 살아있는데 경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화를 냈다. 정철은 동인이었던 영의정 이산해와 우의정 유성룔을 바라봤지만 이들은 말이 없었다. 결국 정무적 감각이 떨어졌던 시인 정철은 유배를 간다. 유배를 가면서 사미인곡, 속미인곡 같은 뛰어난 가사문학을 남긴다. 

 

한나라 유학자 유향은 공자가 죽고 나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미언(微言)이 끊어진 것이라고 했다. 미언이란 뜻이 깊은 말로 공자의 말은 숨어있고 미미한 듯하면서도 그 뜻이 크고 깊다는 것이다. 그것을 미언대의 라고 했다. ---p.103

 

공자는 결국 선비처럼 일하는 방법을 오로지 도덕에 치우친 것이 아닌 일을 하면서 도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도덕주의는 옳지 않다고 했다.

논(論)하지 말고, 의(議)하라고 알려준다. 논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지만 의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신이 한 말에 일에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오늘날 리더와 군자, 정치인, 임원들이 할 일이다.

 

군자는 문질을 갖춰 일을 해야한다. 앞에서도 문은 애씀이었다. 애씀을 가지고, 말은 어눌하게, 일은 명민하게 하면서 중용의 미덕을 보여주는 것이 군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군자가 피해야 할 4가지는 고집불통, 교만함, 인색함, 서운함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예(禮)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도 직장생활을 했지만 정말 일을 잘하는 4가지 없는 후배보다 조금 일을 못해도(그렇다고 너무 못하면 안된다) 예가 바른 친구가 좋을 때가 많다. 예를 모르면 비명횡사한다는 말 그말은 정답이다.

왜냐면 열번 일을 잘하다가도 한 번 실수를 할 수 있는데 그 경우 평소 예가 없던 사람은 다친다. 하지만 일은 보통이라도 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실수를 선배들이 동료들이 앞장서 덮어주고 고쳐준다. 예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공자는 그러면서도 말했다. "사람이 멀리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 근심이 있다."

멀리 내다본다는 것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공의의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이는 <이인>에 나오는 공자의 말과 통한다.

"군자는 의리에 깨닫고 소인은 이익에 깨닫는다."

즉, 의리는 멀고 이익은 가깝다.

 

바야흐로 또 다시 선거철이 다가온다.

이번에는 군자같은 사람이 많이 정치권에 나가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 쌤앤파커스 출판사의 책을 뜻깊게 읽고 성실히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자가 자하에게 말했다. "너는 군자다운 유자가 되어야지 소인가은 유자가 되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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