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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베스트셀러 <종이약국>의 작가 니나 게오르게가 돌아왔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세기의 명작인 조지 오웰의 <1984>,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자들의 도시>, 로베르토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 등의 실제 책으로 인간 내면의 상처를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전개하면서 에로티즘이 빛을 발하는 러브스토리를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이번 『꿈의 책』은 니나 게오르게가 오랫동안 이야기
해온 용서와 화해, 사랑과 치유라는 주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은 "이 꿈 같은 소설을 다 읽고 '깨어난' 독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나이 마흔 즈음에 접어드니 그런
생각을 요즘 부쩍하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
주변과의 관계속에 살아간다는 것이 모두 고맙고 기적같다는 생각을 한다.
책은 아프고 슬픈 이야기로 시작한다. 헨리 스키너는 종군기자였다. 그는 전쟁터를 누벼가면서 만난
시절에 한 여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평생 아빠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샘과 그 아들의 존재를 알고 아들을 만나러가는 헨리. 하지만 헨리는
불의의 사고로 결국 이 둘은 만나지 못하고 코마상태에 빠진다.
사고를 당한 주인공 헨리가 깊은 잠 속에 빠져서 꾸는
꿈 그속에서 상실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살아남은 이들 간의 과거와 현재가 만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불의의 사고인지, 또는 신의 뜻인지 헨리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의 아들 샘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아빠를
만났다.
하지만 병상에 누워 있는 채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러면 지금 거의 죽은 상태인 건가요?" 샘이 십대
변성기의 걸걸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면서 동심원들의 맨 가장자리에 외로이 있는 작은 십자 표시를 가리킨다.
닥터 사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샘. 하지만 네 아빠는 살아 있어. 다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을 뿐이란다. 알아듣겠니? 코마도 삶이야. 다만 독특한 방식의 삶일
뿐이지. 경계상황이란다. 위기, 그래 그렇다고 너나 나나 탐린 부인이 살고 있는 삶보다 덜 중요한 삶은 아니야.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코마로
살고 있다고 말한단다. 고마로 누워 있다고 말하지 않아."
"하지만 이
이틀은......'영원'의 시작이 아닌가요?" ---p.98
또 아빠의 옛 연인 에디와 다른 병동에서 아빠처럼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해 있는 또래 여자아이 매디를 만난다.
코마상태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없는 헨리를 곁에 두고,
아들 샘과 아빠의 연인 에디는 아빠에 관한 옛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된다. 에디는 한 때 아름다웠지만 가슴 아팠던 아빠 헨리와 기억을 샘에게
이야기한다.
샘은 타인의 영혼을 볼 줄 아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아빠 헨리와 자신이 첫눈에 좋아하게 된 발레리나
매디의 꿈속을 돌아다니며 경계가 불분명해진 두 세계에서 상처의 이면을 상실의 바깥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헨리를 통해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김리를 유려한 문체, 아름답지만 슬픈 문체로 그려낸다.
"내가 가끔 당신 꿈을 꾼다고 말하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거야?"
그의 몸을 어루만질 때마다 내 삶이 팽창한다. 나는
느낀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싸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이 에전보다 더 아름답다.
그러나 그는 대답이 없고 여전히 잠들어 있다.
불의의 사고로 꿈속에 영원히 갇혀버린 한 남자가
남겨진 자들의 슬픔 앞에 흩뿌려놓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나는 삶과 죽음이 만나는 경계에 대해, 그 두려움과
초월의 감각에 대해 쓸 필요가 있었다”는 작가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실 이 소설은 작가가 갑작스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뒤 사랑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치유하려 했던 필사적 노력의 산물이다.
《꿈의 책》은 작가가 자신의 최근 작품들에 직접 이름
붙인 ‘삶과 죽음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