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20대, 나도 누군가를 좋아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솔직하게 말해서 결혼을 해서 아이가 태어나길 기다리는 지금 이 시점의 30대 중후반 아저씨에게
이 책에서 보여준 감성이 100% 전달되지는
않았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간 사랑이나 그 사람들보다 그런 내 마음상태에 더 슬펐던 것 같다.
이 책 『참 좋았다, 그치』는 사랑의 모든 순간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작은 판본에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진 예쁜 책인데, 내용은 아름다우면서도 조금은 슬프다.
작년에 꽤 재미있게 봤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올해 봤던 <봄밤>을
보면서 정해인의 마음에, 손예진의 눈물에, 한지인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봤다.
나이들었나 보다.
확실히 책보다...드라마나 영화가 더 와
닿는다.
사실 역사책이나 소설책이 영화화 되면 영화보다 책이 더 와 닿았는데, 사랑에세이에 조금 덜 공감이 간
것 보면 확실히 나이 들었다.
예전 내가 20대 봤던 이 책과 장르에서 유사한 책인 <그남자, 그여자>나 <파페포포
메모리즈> 같은 책을 봤을 때는 정말 많이 공감하고, 들킬까봐 겁났던 약간의 눈물도 나었는데 말이다.
우리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은 바로 연애를 시작할
때의 그 설렘이다.
이불 뒤집어 쓰고 문자를 보낼 때, 닭살스러운 문자를 보냈을 때, 집에 가다가 망설이고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는데 그(녀)가 반갑게 맞아줄 때 가면서 나도 모르게 점프를 하고, 주먹을 쥐었고, 자면서 킥킥
거렸다.
살면서 가장 슬프면서도 지나고 보면
아름다웠던 순간은 바로 이별이다.
이별의 순간이 아름다웠던 기억은 거의 없다. 일부 있기는 했지만, 이별하고 나면 차였던, 또는
반대였던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힘들었다.
싸이의 노래 "이 와중에 배가 고픈거 보니 내가 미쳤나보다."
가사가
임창정의 슬픈 발라드가 모두 내 이야기 같은 그 순간
말이다.
이 책은 그와 작가가 공유하던 순간의 아름다우면서도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은 바비킴의 노래처럼 왔을때나 갈 때나 아무 말도 없이 찾아오고
떠나간다.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이 옅어짐을 느낄 때, 떠나는 모습을 차마 붙잡지 못하고 그 뒷모습을 지켜만 봐야
할 때, 그동안 모든 행복은 아픔이 되어 심장을 도려낸다.
사랑은 더많이 사랑한 사람이 더 아프다...이 말 나도 절실히 느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픔의, 이별의 시간은 또 과거로 흐르고, 어느 날 문득 잔잔한 마음으로 그사람이 떠오를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과 함께한 모든 사랑의 순간을 보듬을 수 있다.
작가의 절절한 사랑의 마음, 이별의 순간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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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 수 있는 시간이
백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다행이다 싶었다.
너도 사라져버린 지금
자주가던 곳들이, 함께 걷던 거리가
모두 변해버리고 나면
그렇게 여러번
또 다시 혼자가 되거든
사무치는 그리움은
어떻게 감당해내.
조금만 더, 다들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었음
좋겠다.
백 년까지는 바라지도 않을테니.
---p.122 <그리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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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네가 떠올랐는데
더 이상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너라는 사람이 무뎌지는 날이 오다니,
놀라다가도
나보다도 훨씬 전에
이처럼 차가워졌을 너의 가슴을 떠올리니
조금은 분했고
많이 가여웠다.
사랑을 잃은 채로
사랑인 척
너도 참
수고 많았다.
---p.187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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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별 후 자신의 시간을 되짚으면서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사랑의 시작과 끝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 사랑의 순간, 행복했던, 슬펐던 때를 잘 그려낸 이이영 작가의 그림까지 더해져 더욱 책을 가치있게
만든다.
놓아주자,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을 했다. 그걸로 됐다.
이별을 겪은 사람은 좀 시간이 지나면 보고,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아니 조금 사랑의 시간에 대해서 문득 제 정신이 든 사람이면 이 책을
읽어보라.
다시 사랑이 불타오르고, 이별을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20대의 사랑의 감성, 이별의 아픔을 다시금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었다.
* 쌤앤파커스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