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한글 제목이 어렵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나의 언어력은 바닥인가보다;;)

우선은 사전을 찾지 않고 책을 먼저 읽었다. 책을 읽다보면 제목의 뜻이 책 내용에 나오거나 어렴풋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마지막 10여 페이지를 남겨 놓고도 모르겠다.

사전을 찾으니 '야회'는 밤에 모임을 엶. 또는 그 모임. 특히 서양풍의 사교 회합을 뜻한다고 한다.

 

贄の夜會

 

이것이 일본어 제목이다. '지의 야회'로 '밤의 모임에서 범인 잡기'쯤으로 이해하련다.

 

총 650여 페이지의 두꺼운 추리소설이다. 보통 소설의 2권 분량인데 게다가 깨알같은 글자라니.

하지만 걱정없이 읽었다. 재미가 있으니까.

추리소설은 초반에 강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이 소설 역시 그런 임팩트 구성이 좋다.

 

'범죄 피해자 모임'에서 만난 두 여자. 공통점은 둘다 범죄를 당해 죽은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두 사람은 눈인사를 하다 모임 후 돌아가는 길에 더 이야기를 하자며 저녁을 먹으러 간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지 않은 두 사람은 시체가 된다.

한 사람은 목이 졸리고, 한 사람은 손목이 잘려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수사를 하던 경찰은 용의자로 손목이 절단된 하프 연주자의 남편이 지목된다.

오랜 경력의 형사들에겐 남편의 수상한 행동이 금방 보였다.

남편인 메도리마에 대해 조사하자 메도리마 미나미의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자신의 과거 신분을 모두 세탁한 것이다. 게다가 아내 미나미의 시신을 확인하자 곧 행방을 감춘다.

 

 

또 다른 용의자도 나타난다. 범죄 피해자 모임에 있었던 변호사였다.

 

나카조 겐이치는 과거 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았음에도 딱 몇 년 만에 사회에 돌아와 전과도 붙지 않고 과거에 살인을 저지른 사실이 누구에게도 알려진 적도 없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 남자에게 살해당한 소년의 인생은 열네 살로 끝나서 그 다음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소년법의 이념이 구현된 결과라는 건다. (p.100) 

 

변호사 나카조 겐이치는 14살에 여러 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동급생의 목을 잘라 교문 위에 올려두었던 잔인한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실제 일본에 일어났던 청소년 범죄로 대표적인 것이다. 소설에서 이 범죄를 쓴 것은 아마 소년법으로 죽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쓴 것 같다. 소년법이 옳은 것인가 아닌가...소년법이 실시되고 난 뒤의 소년 A의 인생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또 다른 실화 사건 하나더 더 나온다.

 

"그런 말도 안되는......아무리 그래도 그런 무법한 일이....."

"형사님은 당시의 오키나와의 상황을 몰라서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점령하의 오키나와에서 미군들은 저희를 인간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

"유일한 희망은 일본 경찰이 이 모자를 발견해서 보호하는 것이었지만, 아마 그들 또한 개입하지 말도록 미군 쪽에서 압력을 받았겠죠. 게다가 만일 경찰이 발견했다고 해도 당시 상황에서 그 소년은 그대로 미군에 넘겨져 엄청난 중형을 받은 게 아닐까요." (p.234~235)

 

요즘 미군들의 범죄가 자주 뉴스방송에 나오는데 일보 역시 미군이 주둔하는 몇 안되는 국가중의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미군의 폭력이나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메도리마 미나미는 오키나와 출신으로 겨우 5살에 미군에게 성폭력을 당하게 된다. 어른들도 모른척 했던 상황에 11살 꼬마가 미군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소설의 사건은 현실의 사건을 그대로 비추고 있지 않을까.

 

 

무슨 의미일까. 아까부터 슬쩍슬쩍 엿보이는 이 자신감은 무슨 근거일까.

'투명한 친구'의 존재가 머리 한구석을 스쳐갔다. 어딘가 가까운 곳에 공범자가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나카조를 구해내기로 한 걸까.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불길한 생각이 드는 바암에 허둥지둥 털어냈다. 터무니 없다. 많은 수사원들이 나카조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다. 그런데 저 자신감은 뭘까.....

(p.455)

 

약간의 스포를 붙이자면, 메도리마가 신분을 세탁한 이유는 그가 프로 킬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를 잔인한 엽기 살인마 나카조가 관련이 있다. 프로와 프로의 만남.

 

소설이 범인의 행방을 찾지 못한 채 형사 두명과 주인공 오코우치 형사의 사촌형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용의자들을 감시만 할 뿐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런데 소설이 끝나기 5~60 페이지 전에 범인이 제3의 인물로 확신을 한다.

생각보다 빨리 범인이 나타나는 것 같아 혹시 속임수가 아닐까 했지만 역시 범인이었다.

이렇게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빠른 전개와 흡입력으로 이끌어왔는데 쉽게 범인이 노출되어 약간 의외였다. 끝까지 범인이 다른 사람이길 바라는 반전을 꿈꾸었지만 그건 나의 꿈일 뿐, 작가의 꿈은 아니었다. 아쉽다. 제3의 인물이 범인인 것은 좋았지만 살인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정신과 교수도 나오지만 왜!!! 정상인 사람은 이해 할 수 없는 뭔가가 있나...

사이코패스도 뇌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는데 왜 이 범인은 이유가 없는 것인가.

 

 

진짜 충격적인 일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실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지. (p.609)

 

  

 

아내와 헤어진 다음 읽기 시작한 문고판 요시카와 에이지 전집을 모두 읽어서, 야마오카 소하치로 옮겨보았더니 기대 만큼 빠져들지 않아서 어떻게 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63) 

 

책속에서 최근에 본 작가의 이름이나 책제목이 나오면 왠지 기분이 좋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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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잘 모르는 작가의 책. 구보 미스미.....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끌리며 읽었던 이야기.

 

이 책에선 '결핍'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세 사람의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그런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 바닷가에 밀려온 고래를 보러 떠난다.

 

'고래'는 세 사람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뜬금없이 그들이 고래를 보러 가다니. 고래에 대해 전혀 관심 없었던 세사람이다.

그런데 바다에 고래가 나타났다는 뉴스를 보고 그냥 떠난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유타의 이야기다.

작은 시골의 농가에서 태어난 다미야 유타. 위로는 형과 아래로는 여동생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형이 가족들과 말을 하지 않고 혼자 방안에서만 지내게 된다.

그런 형이 너무 안쓰럽고 걱정인 엄마. 나중엔 나머지 가족은 전혀 돌보지 않고 오직 첫째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유타는 자연스럽게 집안의 장남 아닌 장남이 된다.

유타는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지만 형에게 모두 빼앗기고 도쿄로 대학을 진학한다.

그렇지만 유타에겐 우울증이라는 병이 찾아온다. 여자친구도 생기지만 헤어지고 더욱 심해진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변함없이 낚시터의 물 뒤섞는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취기 때문이었는지 그제야 유토는 깨달았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왜 안정감을 느꼈는지. 찰싹, 찰싹 하는 소리가 모내기를 시작하는 논에 천천히 물을 대는 소리와 비슷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놈이 도쿄에 온 것부터가 잘못이었어 하고 유토는 생각했다. 알루미늄 패키지에서 약을 한 개씩 꺼내 바닥에 한 줄로 늘어놓았다. 몽땅 먹는다 한들 죽지는 않겠지하고 생각하면서 '죽음'이라는 글자 모양으로 약을 늘어놔봤다. (p.75)

 

두번째 등장 인물은 노노카이다.

노노카는 어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어부인 아버지와 어머니에 매일 아이들에게 '생선 냄새가 나'라는 말을 들었던 노노카. 그때부터 그녀는 어촌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을 보면 절대 떠날 수 없이 평생 그곳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엄마처럼 생선 통조림 공장을 다니며.

그림을 잘 그리던 노노카는 화가가 되고 싶다는 진로 상당 카드로 담임에게 공짜로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고2 여름 방학동안 그림을 배우던 노노카는 미술선생이었던 히데노리와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안 노노카의 엄마는 지역의 유지 아들이었던 히데노리와 결혼을 시킨다.

노노카는 딸을 낳지만 이상하게 모성애가 없다. 아이가 자신의 아이같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딸을 두고 멀리 도망가 버린다.

 

노노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서 자랐는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캐묻는 사람은 없었다.

'바다 건너'라는 말도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말없이 공부하며 산처럼 많은 과제를 묵묵히 해내고 언제나 좋은 점수를 받는 노노카를 사람들은 순순히 칭찬해주었다. 그런 사람들 틈에 섞여 지내면서 비로소 노노카는 도쿄에서도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p.170)

 

세번째는 마사코다. 아직 10대로 사춘기의 절정인 나이다.

하지만 마사코는 여름날, 자고 있는 부모를 두고 가출을 한다.

마사코는 원래 언니 이름이다. 태어난지 1년도 되지 않아 언니가 뇌수막염으로 죽었다.

그런데 엄마는 둘째 딸의 이름도 마사코라고 짓는다. 아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마사코가 숨을 쉴수 없을 정도로 간섭을 한다. 게다가 친구 시노부가 죽음을 맞이하고 마사코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참았던 것들이 폭발한다.

 

결핍을 가진 세 사람이 고래를 보러 가는 길에 만난다. 서로의 결핍을 말하지 않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그들이 보려는 것이 '고래'가 아니라 희망이라는 것을.

누군가 자신을 잡아 주기를. 누군가를 의지해서 살아가고 싶다는 무언의 행동인 것을.

 

고래는 신비의 동물이다. 포유류지만 바다에 살고 몸집도 커 무척이나 신기한 동물이다.

유니콘이나 불새가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들과 같이 고래도 인간의 이상향을 담은 동물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에 본 '모비딕'의 향유고래가 생각난다.

 

연탄을 피워 죽으려 했던 노노카에게도, 팔목을 그은 마사코에게도, 그리고 약을 먹고 간단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려 했던 자신에게도 그저 '죽지마' 그러면 그만이었겠구나.

그저 그 말이면 됐던 거였구나.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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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정리의 기술 - 손봉석 회계사의 빚 자동 관리시스템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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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재태크나 경제책을 100권 읽으려고 목표를 세웠지만 2월이 지나고 3월이 되면서 경제분야 책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읽고 싶은 책이 적어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새 책이 눈에 보이면 얼른 읽어보고 싶다.

이번 책은 읽기 초반에 내용이 좋아 저자를 다시 한번 보니 이름이 낯익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의 저자인줄 알았더니 그 유명한 '홍대리'시리즈의 회계부분 저자였던 것이었다.

그 시리즈의 저자라면 이미 실력은 확인된 것 아닌가 싶다.

 

'빚=부채'가 가정이나 나라에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부채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들이 나와 있는데 빚을 적게 또는 빨리 갚기 위해서는 우선

'빚=부채'의 개념을 확실하게 잡고 넘어가야 한다. 그 전에 빚 때문에 발생하는 근원부터 알아봐야 할 것이다. 이런 의식의 전환이 빚을 줄어들게 할 것이다.

 

첫번째, 빚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두번째,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 빚을 지는 경우다.

세번째, 빚을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네번째, 빚을 탕감받거나 갚어다고 똑같은 실수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p.5~8)

 

우선 우리가 대출금 외에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카드이다. (중략)

신용카드는 사용시점부터 결제 전까지 카드회사 돈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즉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즉시 카드회사에 빚을 지게 된다. 신용카드 결제일이 돌아오면 우리는 빚진 돈을 갚아야 한다. (p.17~18)

 

빚을 지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카드빚은 빚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빚은 소비 당시 자신이 현금으로 지불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빚=부채'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카드빚을 빚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생각한다. 갚을 만큼만 쓴다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능력보다 많이 쓴다면 독이 되지 않을까. 카드회사에서 본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현명한 소비와 경제 생활을 하는데 흐릿한 잣대와 판단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월급 받는데 왜 나는 돈이 안 모일까? 산수만 할 수 있다면 원인이 딱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을 모으려면 수입이 늘거나 지출이 줄어야 하는데 수입이 같다면 지출이 많다는 것이다. 즉 돈에 대해 가장 먼저 우선순위를 두고 봐야 할 것은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이다. (p.138)

 

주위에도 이런 지인들이 있다. 월급을 많이 받지만 알고보면 저축이 별로 없는 경우.

나같은 경우는 투자의 재테크 방법보다는 원시적(?)이고 답답한(?) 방법으로 저축을 한다.

그러면서 기다리고 인내하고 자제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것~

아는 사람들은 그 맛을 알 것이다. 지출은 필요하다. 지출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지출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오늘부터라도 필요한 지출만 하고 통장 잔고를 늘여보기를. 홧팅!!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다 써버리고 빈털터리가 되지 않으려면 저축할 돈과 소비할 돈을 나눠놓는 것이 기본이다. 내 통장에 소비할 수 있는 돈만 남겨 놓아야 그 예산 내에서 쓰기가 쉽다. 그러나 저축통장과 소비통장만으로 부족하며 빚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은 확실한 의무이므로 빚을 내는 동시에 빚 상환용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p.216)

 

재테크 책에서 본 적이 많은 통장의 세분화, 몇개의 통장을 용도에 따라 만들어서 사용해라하고 한다.

나도 그렇게 사용하는데 편리하다. 각각의 통장에 일정 금액을 나눠 넣어두면 한달 동안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젠 자신이 갚을 빚 통장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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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IN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살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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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의 신간.

읽어보고 싶었는데 읽으면서 이거 정말 기리노의 작품이 맞나 싶었다.

우선 추리 소설이 아니다.

그녀의 전작들도 꼭 추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계속 읽으면서 추리를 했다.

어떻게 된 사건이지...라며 하지만 사건은 없다.

'아임소리마마''그로테스크''암보스문도스''아웃''다마모에'등등의 대부분의 소설들을 다 읽었지만

이건 좀 다르다. 그냥 소설이다.

 

작가가 꼭 추리소설만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어쩌면 내가 작가에게 추리소설을 기대했나 보다.

그런 기대없이 보기를.

 

주인공 스즈키 다마키(본명 유미코)는 소설을 쓰는 작가다.

이번 작품으로 1970년대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발표한 <무쿠비토>에서 나오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인 '인 IN'을 완성하려 한다.

 

'인 IN'의 특징은 소설 속에 또 소설이다. 액자식 소설인가...

하지만 그렇다기 보다는 무쿠비토의 세 남녀와 '인 IN'의 다마키 커플이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마 같은 길에 같은 끝을 맺는 남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월이 지나도 남녀의 사랑은 다 같은가 보다. 

'연애 말살(抹殺) 소설' 취지로 쓰여지는 '인 IN'은 여느 로맨스 소설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쪽이 소설이고 어느 쪽이 소설 속의 소설인지....

 

하지만 소설이란 원래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물건 아닌가? 미도리카와는 자신의 치부와 욕망을 숨김없이 고스란히 드러내 '무쿠비토'란 소설에 섬뜩한 존재감을 부여했지만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편의 진실, 아내의 진실, 애이느이 진실, 아이들의 진실. 각자의 진실이라고 믿는 것의 집합이 사실이라는 이름의 지나간 시간이다. 미도리카와는 이 소설이 진실이라고 밝힌 적은 한번도 없다.

(p.147)

 

다마키는 잘나가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책 몇권을 출판했고 다시 책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예전에 관계를 가졌던 편집장 아베 세이지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불륜이다. 둘 다 가정이 있었지만 가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일로 만나 밀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도 서로의 가정에 알려지고 점점 멀어진다.

 

"나 너 좋아해."

"나도 당신 좋아해."

5층에 도착했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선'을 넘어서 새로운 방을 얻은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괜찮다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복도를 나와 겨우 얼굴을 마주보게 된 다마키와 세이지는 또 웃었다.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세이지가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런 모습을 누가 보았다면 끝장이지."

"맞아."

다마키는 제정신이 들어 두려워졌다. 두 사람은 한 폭로 잡지의 레이더에 걸려 의심스러운 관계로 기사가 나간 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였다. (p.175~176)

 

픽션에 등장하는 인물이 육체를 지닌 한 남자로 연결된 놀라움 때문에 다마키는 혼란스러웠다. 오리혀 지금이 현실이 허구 속으로 빨려들어 말 그대로 현실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소설 속에서는 젊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든 치요코와 토모노, 성장한 미치코, 그리고 일반인보다 훨씬 큰 미도리카와의 머리를 뜬 브론즈 상. '무쿠비토'에 넋을 빼앗겨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탐독한 나는 지금 어느 세계에 속해 있는 걸까? (p.337)

 

기다리고 기대하던 기리노의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꼭 추리 소설이 아니더라도 읽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이 소설을 추리소설의 범주안에 넣는다면 '무쿠비토'의 소설속 00코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미스터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00코'가 누군가인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궁금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분명하다. 소설 '무쿠비토'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고 유부남의 파격적인 외도가 문제가 된 작품으로 나온다. 게다가 소설속 '00코'를 제외하고 모든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고, 그 인물들이 모두 작가 미도리카와의 가족과 지인들 이름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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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는 포유류와 파충류 - 동식물 저학년 Steam 스쿨 2
백명식 지음 / 다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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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쓰고 통에 두세요~"

"의자 끝에 엉덩이 닿게 예쁘게 앉으세요~"

"다 본 책은 책상에 두세요~"

이렇게 몇마디만 해도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에겐 '왜~요?'라는 말만 듣게 된다.

아이들에게 '왜?'란 무엇일까? 고민도 해 보았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

한창 의문이 많을 시기라 무엇이든 '왜라는 의문점을 가진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의문점에 완벽하게 의문점을 해결해 주는 답을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그건....'이라는 말로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계속해서 '왜요?'를 꼬리에 꼬리를 물듯 말한다. 사실 꼭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은 아니기도 하다.

하기 싫다는 표현이리라. 그래도 꾸준히 답을 해 줄 것이다. 의문점이 풀리는 그날까지.

 

그렇게 딱히 답이 없는 의문점도 있지만 이렇게 확실한 답이 나오는 의문점들도 있다.

자주 접하지는 못하는 자연이나 동물, 식물에게 품을 수 있는 의문점들은 풀기 쉽다.

하지만 그것도 눈으로 직접 보아야 풀기 쉬운 의문점들이다.

책을 통해서 풀 수 있는 방법이 제일 쉽고 빠르게 풀 수 있는 것 같은데, '토끼와 거북이...'가

'며느리 방귀는 수소가 한가득' 편에 이어 동식물에 관한 의문점을 해결한다.

 

'소가 된 잠꾸러기'라는 전래동화를 통해 '동면'하는 동물을 소개하고 있다.

시기도 적당하게 겨울을 막 벗어나는 시기라 동면에서 깨어나는 동물들에 관한 공부를 더 하면 재밌게 사고 전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번째 '당나귀 알'은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다. 당나귀 알인줄 알고 산 수박을 부화시키기 위해 이불 속에 두었다가 그만 수박이 썩어버린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몸 속에 있는 미생물로 이야기가 전환되어 발효식품까지 공부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음식 중에 발효 음식이 많은데 실생활과 연결지어 음식을 먹었던 경험을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아이들의 표현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식물이나 무생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땅벌로 군수 자리를 얻은 사람'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벌과 곤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장수말법이나 전갈, 독이 있는 곤충까지 공부할 수 있다.

 

이 책을 계속 읽다보면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저학년 STEAM 스쿨'이라고는 하지만 저학년의 교과서보다는 3~5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또한 과학적인 사실도 3학년부터 공부하는 과학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아직 1~2학년에겐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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