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잘 모르는 작가의 책. 구보 미스미.....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끌리며 읽었던 이야기.

 

이 책에선 '결핍'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세 사람의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그런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 바닷가에 밀려온 고래를 보러 떠난다.

 

'고래'는 세 사람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뜬금없이 그들이 고래를 보러 가다니. 고래에 대해 전혀 관심 없었던 세사람이다.

그런데 바다에 고래가 나타났다는 뉴스를 보고 그냥 떠난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유타의 이야기다.

작은 시골의 농가에서 태어난 다미야 유타. 위로는 형과 아래로는 여동생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형이 가족들과 말을 하지 않고 혼자 방안에서만 지내게 된다.

그런 형이 너무 안쓰럽고 걱정인 엄마. 나중엔 나머지 가족은 전혀 돌보지 않고 오직 첫째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유타는 자연스럽게 집안의 장남 아닌 장남이 된다.

유타는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지만 형에게 모두 빼앗기고 도쿄로 대학을 진학한다.

그렇지만 유타에겐 우울증이라는 병이 찾아온다. 여자친구도 생기지만 헤어지고 더욱 심해진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변함없이 낚시터의 물 뒤섞는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취기 때문이었는지 그제야 유토는 깨달았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왜 안정감을 느꼈는지. 찰싹, 찰싹 하는 소리가 모내기를 시작하는 논에 천천히 물을 대는 소리와 비슷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놈이 도쿄에 온 것부터가 잘못이었어 하고 유토는 생각했다. 알루미늄 패키지에서 약을 한 개씩 꺼내 바닥에 한 줄로 늘어놓았다. 몽땅 먹는다 한들 죽지는 않겠지하고 생각하면서 '죽음'이라는 글자 모양으로 약을 늘어놔봤다. (p.75)

 

두번째 등장 인물은 노노카이다.

노노카는 어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어부인 아버지와 어머니에 매일 아이들에게 '생선 냄새가 나'라는 말을 들었던 노노카. 그때부터 그녀는 어촌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을 보면 절대 떠날 수 없이 평생 그곳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엄마처럼 생선 통조림 공장을 다니며.

그림을 잘 그리던 노노카는 화가가 되고 싶다는 진로 상당 카드로 담임에게 공짜로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고2 여름 방학동안 그림을 배우던 노노카는 미술선생이었던 히데노리와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안 노노카의 엄마는 지역의 유지 아들이었던 히데노리와 결혼을 시킨다.

노노카는 딸을 낳지만 이상하게 모성애가 없다. 아이가 자신의 아이같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딸을 두고 멀리 도망가 버린다.

 

노노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디서 자랐는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캐묻는 사람은 없었다.

'바다 건너'라는 말도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말없이 공부하며 산처럼 많은 과제를 묵묵히 해내고 언제나 좋은 점수를 받는 노노카를 사람들은 순순히 칭찬해주었다. 그런 사람들 틈에 섞여 지내면서 비로소 노노카는 도쿄에서도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p.170)

 

세번째는 마사코다. 아직 10대로 사춘기의 절정인 나이다.

하지만 마사코는 여름날, 자고 있는 부모를 두고 가출을 한다.

마사코는 원래 언니 이름이다. 태어난지 1년도 되지 않아 언니가 뇌수막염으로 죽었다.

그런데 엄마는 둘째 딸의 이름도 마사코라고 짓는다. 아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마사코가 숨을 쉴수 없을 정도로 간섭을 한다. 게다가 친구 시노부가 죽음을 맞이하고 마사코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참았던 것들이 폭발한다.

 

결핍을 가진 세 사람이 고래를 보러 가는 길에 만난다. 서로의 결핍을 말하지 않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그들이 보려는 것이 '고래'가 아니라 희망이라는 것을.

누군가 자신을 잡아 주기를. 누군가를 의지해서 살아가고 싶다는 무언의 행동인 것을.

 

고래는 신비의 동물이다. 포유류지만 바다에 살고 몸집도 커 무척이나 신기한 동물이다.

유니콘이나 불새가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들과 같이 고래도 인간의 이상향을 담은 동물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에 본 '모비딕'의 향유고래가 생각난다.

 

연탄을 피워 죽으려 했던 노노카에게도, 팔목을 그은 마사코에게도, 그리고 약을 먹고 간단히 이 세상에서 사라지려 했던 자신에게도 그저 '죽지마' 그러면 그만이었겠구나.

그저 그 말이면 됐던 거였구나.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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