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한글 제목이 어렵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나의 언어력은 바닥인가보다;;)

우선은 사전을 찾지 않고 책을 먼저 읽었다. 책을 읽다보면 제목의 뜻이 책 내용에 나오거나 어렴풋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마지막 10여 페이지를 남겨 놓고도 모르겠다.

사전을 찾으니 '야회'는 밤에 모임을 엶. 또는 그 모임. 특히 서양풍의 사교 회합을 뜻한다고 한다.

 

贄の夜會

 

이것이 일본어 제목이다. '지의 야회'로 '밤의 모임에서 범인 잡기'쯤으로 이해하련다.

 

총 650여 페이지의 두꺼운 추리소설이다. 보통 소설의 2권 분량인데 게다가 깨알같은 글자라니.

하지만 걱정없이 읽었다. 재미가 있으니까.

추리소설은 초반에 강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이 소설 역시 그런 임팩트 구성이 좋다.

 

'범죄 피해자 모임'에서 만난 두 여자. 공통점은 둘다 범죄를 당해 죽은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두 사람은 눈인사를 하다 모임 후 돌아가는 길에 더 이야기를 하자며 저녁을 먹으러 간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지 않은 두 사람은 시체가 된다.

한 사람은 목이 졸리고, 한 사람은 손목이 잘려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수사를 하던 경찰은 용의자로 손목이 절단된 하프 연주자의 남편이 지목된다.

오랜 경력의 형사들에겐 남편의 수상한 행동이 금방 보였다.

남편인 메도리마에 대해 조사하자 메도리마 미나미의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자신의 과거 신분을 모두 세탁한 것이다. 게다가 아내 미나미의 시신을 확인하자 곧 행방을 감춘다.

 

 

또 다른 용의자도 나타난다. 범죄 피해자 모임에 있었던 변호사였다.

 

나카조 겐이치는 과거 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았음에도 딱 몇 년 만에 사회에 돌아와 전과도 붙지 않고 과거에 살인을 저지른 사실이 누구에게도 알려진 적도 없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 남자에게 살해당한 소년의 인생은 열네 살로 끝나서 그 다음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소년법의 이념이 구현된 결과라는 건다. (p.100) 

 

변호사 나카조 겐이치는 14살에 여러 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동급생의 목을 잘라 교문 위에 올려두었던 잔인한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실제 일본에 일어났던 청소년 범죄로 대표적인 것이다. 소설에서 이 범죄를 쓴 것은 아마 소년법으로 죽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쓴 것 같다. 소년법이 옳은 것인가 아닌가...소년법이 실시되고 난 뒤의 소년 A의 인생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또 다른 실화 사건 하나더 더 나온다.

 

"그런 말도 안되는......아무리 그래도 그런 무법한 일이....."

"형사님은 당시의 오키나와의 상황을 몰라서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점령하의 오키나와에서 미군들은 저희를 인간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

"유일한 희망은 일본 경찰이 이 모자를 발견해서 보호하는 것이었지만, 아마 그들 또한 개입하지 말도록 미군 쪽에서 압력을 받았겠죠. 게다가 만일 경찰이 발견했다고 해도 당시 상황에서 그 소년은 그대로 미군에 넘겨져 엄청난 중형을 받은 게 아닐까요." (p.234~235)

 

요즘 미군들의 범죄가 자주 뉴스방송에 나오는데 일보 역시 미군이 주둔하는 몇 안되는 국가중의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미군의 폭력이나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메도리마 미나미는 오키나와 출신으로 겨우 5살에 미군에게 성폭력을 당하게 된다. 어른들도 모른척 했던 상황에 11살 꼬마가 미군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소설의 사건은 현실의 사건을 그대로 비추고 있지 않을까.

 

 

무슨 의미일까. 아까부터 슬쩍슬쩍 엿보이는 이 자신감은 무슨 근거일까.

'투명한 친구'의 존재가 머리 한구석을 스쳐갔다. 어딘가 가까운 곳에 공범자가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나카조를 구해내기로 한 걸까.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불길한 생각이 드는 바암에 허둥지둥 털어냈다. 터무니 없다. 많은 수사원들이 나카조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다. 그런데 저 자신감은 뭘까.....

(p.455)

 

약간의 스포를 붙이자면, 메도리마가 신분을 세탁한 이유는 그가 프로 킬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를 잔인한 엽기 살인마 나카조가 관련이 있다. 프로와 프로의 만남.

 

소설이 범인의 행방을 찾지 못한 채 형사 두명과 주인공 오코우치 형사의 사촌형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용의자들을 감시만 할 뿐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런데 소설이 끝나기 5~60 페이지 전에 범인이 제3의 인물로 확신을 한다.

생각보다 빨리 범인이 나타나는 것 같아 혹시 속임수가 아닐까 했지만 역시 범인이었다.

이렇게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빠른 전개와 흡입력으로 이끌어왔는데 쉽게 범인이 노출되어 약간 의외였다. 끝까지 범인이 다른 사람이길 바라는 반전을 꿈꾸었지만 그건 나의 꿈일 뿐, 작가의 꿈은 아니었다. 아쉽다. 제3의 인물이 범인인 것은 좋았지만 살인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정신과 교수도 나오지만 왜!!! 정상인 사람은 이해 할 수 없는 뭔가가 있나...

사이코패스도 뇌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는데 왜 이 범인은 이유가 없는 것인가.

 

 

진짜 충격적인 일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실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지. (p.609)

 

  

 

아내와 헤어진 다음 읽기 시작한 문고판 요시카와 에이지 전집을 모두 읽어서, 야마오카 소하치로 옮겨보았더니 기대 만큼 빠져들지 않아서 어떻게 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63) 

 

책속에서 최근에 본 작가의 이름이나 책제목이 나오면 왠지 기분이 좋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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