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효석문학상 작품집'의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로부터 옮긴다.


[소설가 김연수 슬프지만 용기를 준다고 말한 소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11047521i 김연수 작가가 백수린 작가의 이 작품에 대해 말한다.

Woman with a Parrot (Henriette Darras), 1871 - Pierre-Auguste Renoir - WikiArt.org


올해 출간된 백수린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 첫 수록작인 이 단편(릿터 31호 발표)은 2022 이상문학상 및 김승옥문학상 작품집에도 실려 있다.





20분 정도 대기실에서 기다린 끝에 만난 젊은 의사는 앵무새를 기르는 방식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니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렇게 키우시면 안 돼요."

말투는 정중하지만 그가 비난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알아챘다. "앵무새는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동물이에요. 하루에 몇 번씩 새장 밖에 꺼내 주셔야 해요. 놀아도 주셔야 하고요."

"놀아 주라고요?" 그녀가 물었다.

"안 그러면 외로워서 죽어요."

앵무새를 목련 송이처럼, 조금만 힘을 주면 망가지는 봄날의 목련 송이처럼, 두 손 가득 조심스럽게 들어 무릎 위에 올려놓자 새가 그녀의 웃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처음 나와 본 세상이 무섭다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대신, 그녀의 품속으로.

"아이고, 간지럽잖아."

너무 간지러워 웃음이 났다. 한번 터지자 웃음이 계속, 계속 나왔다. - 아주 환한 날들(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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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살게 된 한국인 여성의 정착기 '나는 일상을 여행하기로 했다'를 읽었는데 아래 부분이  재미 있어 옮겨둔다.





어느 날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작가의 『작은 미덕들』을 ‘작은 미더덕’으로, 이화열 작가의 『서재 이혼 시키기』를 ‘처재 이혼 시키기’로 읽고는 깜짝 놀라 눈을 비비기도 했다.

외국에 오래 살다 보면 그 나라의 언어도, 모국어도 잘 안 나오는 시기가 온다던데, 그건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던가. 나처럼 외국어 실력이 처참해도 한 번쯤 그런 시기가 오긴 오는가 보다. - 나의 언어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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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추억'('만년' 수록)으로부터 옮긴 아래 글은 톨스토이의 '부활'에  대한 부분이다. 아이고, 오사무야...... 

고교생 다자이 오사무(1924)







나도 역시 뛰어난 소설을 남 일처럼 읽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 나는 그 두 사람이 미요와 나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금할 길이 없었다 . 내가 모든 일에 조금만 더 뻔뻔스러웠다면 그 귀족처럼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겁 많은 내 성격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답답할 정도로 좀스러운 성격이 내 과거를 너무 평탄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가 인생의 빛나는 수난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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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추억'(1933)은 첫 소설집 '만년'(1936)에 실려 있다.

The Lilacs, 1900 - Mikhail Vrubel - WikiArt.org






그런데 그 무렵에 나는 러시아 작가의 유명한 장편소설 ( 톨스토이의 소설 「 부활 」 을 말함 . - 역주) 을 읽고 다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 그것은 한 여자 수감자의 경력으로 시작하는 소설인데 그 여자가 타락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그녀 주인의 조카인 귀족 대학생이 그녀를 유혹한 것이었다 . 나는 그 소설의 훨씬 더 커다란 맛은 잊은 채 , 그 두 사람이 흐드러지게 핀 라일락 꽃잎 아래서 처음으로 입맞춤을 나누는 페이지에 가지째 꺾은 마른 잎을 끼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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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기 좋은 시절에 다자이 오사무를 읽다 (박찬일)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091 '쓰가루' 독후감이다.

쓰가루 고쇼가와라 역(2009년 1월) By Amiden






아직 더 쓰고 싶은 것이 이것저것 있지만 쓰가루의 생생한 분위기는 이제 거의 다 이야기한 듯싶다. 나는 허식을 부리지 않았다. 독자를 속이지도 않았다. 독자여 안녕! 살아 있으면 또 훗날. 힘차게 살아가자. 절망하지 마라. 그럼, 이만 실례. - 쓰가루

1944년 오야마 서점의 ‘신풍토기(新風土記) 총서’ 「쓰가루(津軽)」 집필을 의뢰받아 고향 쓰가루 지방을 여행하면서 보모였던 고시노 다케를 비롯 옛 지인들을 만남. 7월 「쓰가루」 완성. 11월 『쓰가루』가 ‘신풍토기 총서’ 제7권으로 오야마 서점에서 간행. -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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