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오늘, '시스터 아웃사이더'(오드리 로드)를 완독했다. 마지막 글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흑인 여성, 혐오, 그리고 분노'에 주역(역경)이 네 번 인용되는데 아래 옮긴다.

Vase of Hollyhocks, 1886 - Vincent van Gogh - WikiArt.org





어떤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없을 때는 가만히 있는 것이 지혜로운 행동이다.

힘이 커지면 그에 맞서는 힘도 커지는 법이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이 무르익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자연은 저마다의 독특함을 자랑하며, 차이는 점점 더 분명해져 간다.

시간의 성격을 존중하면 가식으로 공허함을 가릴 필요가 없다. -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흑인 여성, 혐오, 그리고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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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도쿄'를 읽으려다 전자책이 없고 또 품절이라 그 후에 쓴 책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을 읽었다.

교토(일본) 사진: UnsplashMarius Kriz


독립출판물 '임경선의 도쿄 - 나만 알고 싶은 도쿄여행'(마틸다)는 중고가가 높은 편이라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다. '거침 없는 여자가 아름답다'는 아래 글에 나오는 일본 작가 하야시 마리코의 책으로서 원제는 '미녀입문'이다. 올해의 신간인 '교토의 방식'은 우리 나라 지리학자가 썼다.




일본인 소설가 하야시 마리코의 중편소설 『교토까지』에는 ‘교토 남자’와 ‘도쿄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도쿄에서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는 30대 초반 여성 ‘구니코’는 오사카에 출장 가서 만난 교토 출신의 연하 남성 ‘다카시’와 장거리 연애 커플이 된다. 구니코는 주말마다 신칸센 열차를 타고 교토로 다카시를 만나러 가지만 그것이 전혀 수고스럽지 않다.

어느 날 가혹하리만큼 치열하고 바쁜 도쿄 생활에 심신이 지친 구니코는 다카시가 사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교토로 아예 이사 가기로 결심한다. 이 소식을 듣고 다카시가 기뻐해줄 줄 알았건만 웬걸, 다카시는 도리어 정색하며 구니코에게서 뒷걸음질을 친다.

"난 지금 곤란한 상황이야. 구니코 씨가 교토에 산다고 할 때부터 나는 어쩔 줄을 모르겠어.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와 다른 느낌이 될 텐데 그걸 생각하면 혼란스러워."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서 보니, 반듯하고 순수한 모범생으로 생각했던 다카시는 그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스스로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의지박약의 유약한 교토 토박이 도련님이었던 것이다. 소설 『교토까지』는 이렇게 도쿄 사람들이 교토에 대해서 품는 애먼 환상의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는 재미가 있다. - 23. 교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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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츠지 히토나리 저/김훈아 역)로부터 옮긴다.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가 양국 카페 문화를 두고 다투는 중이다. 이 소설의 초판은 2005년에 나왔는데 이제는 한국도 1인1음료 주문필수인 곳이 다수인 것 같다.

THE CAFE of Miyakoshiya Coffee in Sapporo, Hokkaido prefecture, Japan By 663highland - Own work, CC BY-SA 4.0






"홍, 좀 응석이 심한 거 아니야?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 때문에 싸웠다고 하지만, 난 마리코가 너를 모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찻집에서 케이크만 시키는 일본인도 많다고."

"그렇지 않아. 준고가 항상 절약해야 한다고 해서 난 케이크만 시켰어. 그랬더니 마리코가 음료도 같이 시키는 게 일본에서는 보통이라고 하는 거야. 한국에서는 케이크만 시켜도 다들 친절한데."

"일본도 마찬가지야! 나도 케이크만 시킬 때가 있다고!"

"누가 준고 생각을 물었어? 난 일반적으로 말해서 한국과 일본은 문화가 다르다고 한 것뿐이야."

"그렇지만 네가 문제를 비약시키잖아. 케이크와 음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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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Long Ling






얘들은 말이다, 우리가 세운 도시와 유적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뭘로 먹고살고 있겠니? 그 은혜를 생각하면 나한테 연금이라도 줘야 하는데, 꼬박꼬박 세금까지 받고 있으니. 그걸 생각하면 기가 막힌 일이지.

나오미의 톨레랑스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튀어나오지.

오오, 그렇지 않아. 우리가 아니었으면, 얘들은 여전히 짐승과 다를 바 없이 살고 있을 거야.

하도 잘난 척을 하기에, 우리도 일본이 점령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결과가 어쨌든 그건 옳지 않다고 말하자 나오미는 빨간 입술을 딱 벌렸다. 보라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보라, 일본과 우린 다르단다. 일본은 나쁜 짓을 너무나, 너무나 많이 저질렀지. 나도 알아. 일본은 나치와 다를 바가 없어. 그렇지만 우린 이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인간의 삶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었어. 그때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았으면 얘들은 여전히 바벨탑이 무너졌을 때처럼 버벅거리며 살고 있을 거야.

아랍 사람도 베르베르도 다 자기들 말이 있어, 나오미. 프랑스어보다 더 오래전부터 있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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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나 -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 중 고 정미경 작가의 말로부터 옮긴다. 최근 나도 보르헤스와 비슷한 생각을 했기에 반갑다. 와우 포인트!

사진: UnsplashFern Cheng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다녀온 여행을 좋아할 뿐입니다." 보르헤스를 읽다가 이 문장을 만났을 때 저는 그가 천재임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여행에 대한 내 태도와 가치관을, 왜 나는 지구 반대편의, 그것도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입을 빌려서야 또렷이 정의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 짧은 두 문장 사이에 여행의 비밀이 대양처럼 출렁입니다. 하여튼 저의 여행에 대해서는 보르헤스의 이 말에 한마디도 더하거나 빼고 싶지가 않군요. - 정미경(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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