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개시일을 담은 '12월 8일'은 열림원 다자이 오사무 컬렉션 '여학생'에 실려 있다.
다자이 오사무(1940)
딴 출판사의 다자이 오사무 전집 5권 '정의와 미소'수록작이다.
"이제부터는 힘들어지겠네요."전쟁 얘기를 하려 했는데, 이웃 아줌마는 며칠 전, 통장이 된 얘기인 줄로 안 모양이다."아, 아뇨,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질 못했어요."부끄러운 듯 말하는 바람에 나는 그만 쑥스러워졌다.
이웃 아줌마도 전쟁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통장의 무거운 책임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듯싶다. 이제부터 통반장 일도 힘들어질 것이다. 연습 때와는 달라질 테니까. 막상 공습이라도 당하게 되면 그 지휘의 책임은 중대해질 것이다.
목욕탕에 갈 때에는 길이 밝았는데 돌아오는 길은 이미 어두컴컴하다. 등화관제(燈火管制)를 하는 것이다. 연습이나 훈련이 아니다. 마음이 묘하게 긴장된다. 하지만 너무 어두운 게 아닐까. 이렇게 어두운 길은 이제껏 걸어본 적이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더듬거리듯 나아가고 있지만, 갈 길은 멀고 어둠은 더욱 짙어간다. -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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