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들의 산문집 '슬픈 인간'에 수록된 여성 작가 미야모토 유리코가 태평양 전쟁 패전 후에 쓴 '도서관'이 아래 글의 출처. 글 속 도서관은 우에노의 구 제국도서관이다.
일본 도쿄 우에노의 국제어린이도서관(구 제국도서관)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Children's Literature in Japan (former Imperial Library), at Ueno Tokyo Japan. 2008 By Wiiii - Own work, CC BY-SA 3.0
흘러간 세월을 느끼며, 시선을 옮겨 앞뒤좌우에서 기다리는 열람인들의 묵직한 얼굴을 둘러봤다. 청년이 많다. 그건 늘 그랬다. 하지만 지금 장의자에 앉아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얼굴 생김새를 보며, 나는 뭔가 달라졌다는 걸 깨닫고 적이 놀랐다.
전쟁은 산뜻하고 아름다워야 할 청년의 용모를 이렇게 바꿔 놓았다. 전쟁을 겪고 몇 년 만에 도서관에 와보니 그런 청년들 얼굴로 가득했다. 이 얼굴들이 인간다운 유연함, 예민함, 명확함이 흘러넘치는 모습으로 되돌아가길 갈망하고 있었다. 그 무언의 욕구가 여기 이 얼굴들을 모이게 했구나. 이 사람들이 오늘 읽으려고 하는 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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