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경험을 담은 '말하기 위한 말'이란 책을 읽었다. 1928년 생 프랑스 여성인 저자는 소개를 보면 48년에 수도 파리에서 학사 학위를 땄다. 아래 옮긴 글은 여학생으로서 저자가 처했던 구체적 시대상을 보여준다.

사진: Unsplash의Andrea Tummons






당시 나는 철학 학사과정을 마친 뒤 아리스토텔레스를 주제로 한 학위논문을 도와줄 논리학 교수를 찾고 있었다. 수학을 좋아했던 나는 철학과 학생이 으레 그러듯 현학적인 허세 때문에 수학 과목을 선택했다. 특히 여학생들이 그랬다. 우리는 모두 교수 자격시험을 통과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걸 알았다. 백 명 중 둘도 되지 않았다. 그 공부에 매진한다는 건 우리에게 종교에 입문하는 것, 다리와 팔과 머리카락이 달린 철학 그 자체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수학을 좋아했지만, 가족들은 수학이 여성스러운 학문이 아니라고 했다. 수학을 하는 여자는 ‘결혼 못할’ 여자 혹은 수학 교사와 짝이 될 여자라 보았다. 어려운 앞날이 예정된 셈이었다. 반면 철학을 하면 논리학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수학을 공부하더라도 문학적인 형태로……"

그러면 여의치 않을 때 이공계 출신, 해병대 장교, 심지어 은행가까지 잡을 수 있었고, 수학 교사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렇게 나는 논리학으로 나아가거나 아니면 이공계 출신 남자를 만나 결혼하겠다는 생각으로 철학 학사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논리학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 시절에도 벌써 심리학이나 사회과학 등이 인기였다. 그래서 나는 그 과목들을 모조리 수강했다. 일단 수료증을 손에 쥔 후에 논리학 학위를 받고, 박사논문을 쓸 생각이었다. 나는 숫자들의 명백한 엄밀성 속으로 파고들 꿈에 부풀었다. 그곳에서라면 커다란 발견에 마음껏 빠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