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다. 춥지만. 아무튼, 입춘대길!


박완서 작가가 쓴 '엄마의 말뚝' 수록작 '창밖은 봄'(1977)으로부터 옮긴다.

탐라국 입춘 굿 놀이 중 오방각시춤(2008년2월4일) By leigh cooper - CC BY-SA 2.0


올해의 신간으로 박완서 산문집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을 담는다.





강추위는 한 달을 넘고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신문의 만화란에선 삼한사온을, 석 달 춥고 넉 달 따뜻하기로 새롭게 풀이했다. 이런 방정맞은 말장난은 뜨뜻한 구들목에서 자고 난 사람들이나 읽고 좋아할 것이지 신문을 보지 않는 정 씨나 길례하곤 상관 없는 일이었다.

신문에는 또 시내 곳곳에서 수도관이 동파되어 물난리를 겪고 있단 보도와 함께 수도국에선 쇄도하는 고장 신고의 반의 반도 나와봐 주지 못할 뿐더러, 기껏 나와봤댔자, 한다는 소리가 봄을 기다리는 하느님 같은 소리가 고작이라는 비꼬는 기사도 났다.

추위가 석 달째로 접어들었다. 아무도 겨울 다음엔 봄이라는 걸 믿으려 들지 않았다.

수도관은 사방에서 매일매일 얼어 터지고, 수도국만이 봄에의 믿음으로 겨우겨우 그 체면을 유지하려 들었다. - 창밖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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