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소설집 '여름의 빌라'와 2019년 젊은 작가상 작품집에 실린 단편 '시간의 궤적'으로부터
Le Jour où la pluie viendra — Wikipédia (wikipedia.org) '시간의 궤적'에서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강사가 틀어준 샹송이다. 소설에서는 남자 가수가 부른다.
사진: Unsplash의Marcel Strauß
언니가 나에게 말을 건 날에는 비가 흩뿌렸다. 그날을 떠올리면 비 때문에 어둑어둑해진 강의실에서 〈비 오는 날Le jour où la pluie viendra〉이라는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바싹 깎은 짧은 머리에 푸른색의 커다란 원석 귀걸이를 차고 있던 젊은 강사는 화이트보드에 마커로 "Le jour où la pluie viendra/Nous serons, toi et moi/Les plus riches du monde"라고 가사를 적었다. 비 오는 날, 그대와 나,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사람이 될 거예요.
사실 대단한 노래는 아니었다. 그냥 오래된 샹송이었고 강사의 아버지가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곤 했다는 노래일 뿐이었다. 하지만 배경음악처럼 깔리던 빗소리 때문이었을까?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어쩐지 그리운 이들로부터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떨어져 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같은 날엔 추억의 명곡을 들어야지!" 언니가 신청한 〈비 오는 날〉이 조용히 흘렀고, 창문을 타고 석양이 넘실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언니와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흘렀는지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네가 없었다면 나는 파리에서 정말 외로웠을 거야." - 시간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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