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독서로부터.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프루스트) 역자해설이 아래 글의 출처.

마르셀 프루스트 1887 (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 사진가 Paul Nadar의 작품.


프랑스 사진의 어제와 오늘展 https://v.daum.net/v/19921202162900170


Paul Nadar (Getty Museum) https://www.getty.edu/art/collection/person/103KF3





‘어느 존속 살해범의 편지‘는 미치광이도, 천성적으로 흉포한 자도 아니며 프루스트 자신처럼, 우리 모두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던 이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하는 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살해’라고 함은 물리적이며 직접적인 죽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잔인하게 대하거나 걱정을 끼치면서 그 사람을 매일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이해해야 한다. 프루스트의 지인이자, 프루스트가 보낸 편지에 무엇보다 따뜻함과 배려심이 그대로 느껴지는 답신을 보내기도 했던 반 블라랭베르주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는 큰 충격을 받는 한편 결코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꼈다.

어머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었음에도, 체질적으로 허약하고 의지도 부족하며 제대로 된 직업도 없어 어머니에게 근심을 안겨준다고 생각했던 프루스트였다. 특히 그는 자신의 동성애를 어머니가 알게 될까 늘 염려하며 자식은 부모를,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매일 조금씩 죽음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무자비하고, 잔인하리만치 가혹한 말과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역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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