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두 번 괴물이 된다 https://v.daum.net/v/20200227100957058
괴물이 주제인 두 권의 소설집 중 '몬스터: 한낮의 그림자' 수록작 '해변의 묘지'(백수린)로부터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97XXXXXXX736
창문을 열어놓고 살기 시작한 이래 다희의 집에 달라진 변화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할 즈음마다 열어놓은 창문을 타고 어김없이 클래식 음악이 들려온다는 점이었다. 클래식 음악은 모렐 부인 건너편 집에서 흘러나왔다. 그 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도로의 폭이 넓지 않아 다희의 집에서 내려다보면 집 안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70대쯤 되어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었다. 다희는 학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연보라색이나 연두색 잔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베레모를 쓴 채 앞 건물에서 걸어 나오는 노인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고, 저녁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18세기 정물화의 일부처럼 소파에 앉아 오후를 보내는 단정한 노인. 피에르가 집에서 자고 가는 밤이면 그들은 저런 노인이 아랫집에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 백수린, 해변의 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