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제, 「0%를 향하여」(『Axt』 2020년 1/2월호) https://moonji.com/monthlynovel/23491/


영화를 전공한 서이제 작가의 단편 '0%를 향하여'로부터. 


[지평선] 영화 ‘미망인’ https://v.daum.net/v/20240604180010714









스물한 살 때 중앙극장에서 봤어. 전쟁으로 미망인이 된 여자가 젊은 청년하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였어. 내가 젊을 때 영화를 진짜 좋아했거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그 영화 뒷이야기를 항상 상상하고 그랬다고. 영화는 끝났지만, 나한테는 끝난 게 아니었어. 망상이 들끓어서 글을 배워볼까 소설을 읽고 쓰고 그랬지. 그리고 그냥 시집가서 살았어. 그래도 애 낳고 잘 살았다고. 남편이랑 같이 영화도 보러 다니고 그랬지. 그러다가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데 그 영화가 나오는 거야. 그 미망인 나오는 영화. 세상에, 박남옥이라는 여자가 찍은 영화라는 거야. 그 사람이 그 영화 찍으려고 친언니랑 지인들에게 제작비를 빌리고, 스태프와 배우도 직접 구하고, 촬영장에서 사람들 밥도 먹이고, 애를 업고 그걸 다 했다는 거야. 그 여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라. 지금껏 나는 왜 감독이 될 생각을 못했을까. 어째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한 거야.

야, 이거. 나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죽기 전에 영화 한번 찍어봐야겠다 했지. 그래서 나 영화 찍었고, 지금 편집 중이야.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우수생이야. - 서이제, 0%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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