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날에는 비가 퍼부었다. 11시가 되자 비옷을 입은 남자가 잔디 깎는 기계를 끌고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개츠비가 보낸 사람이었다.
빗줄기는 세 시 반쯤부터 가늘어지더니 축축한 안개로 바뀌었고, 이따금 이슬비도 내렸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라일락나무 아래로 대형 오픈카 한 대가 올라오더니 멈춰 섰다. 연보랏빛 삼각 모자를 쓴 데이지가 밝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오빠, 정말 여기서 사는 거예요?"
빗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는 상쾌한 청량제 같았다. 나는 잠시 동안 리듬감 있게 오르내리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녀의 한쪽 뺨에는 젖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마치 푸른색 페인트로 죽 그어 내린 것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손은 빗물에 젖어 번들거렸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