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의 '깜빡이'는 웹진 비유 2022년 발표작. https://www.sfac.or.kr/literature/epi/A0000/epiView.do?epiSeq=856 (전문)

사진: UnsplashSandra Seitamaa



가까이서 보면 대책 없다 싶은 동생이, 화면 속 인물처럼 멀리서 다가오면…… 정처 없다…… 쟤는 왜 가엾게…… 어디 딱 붙은 데가 없이…… 마음도 육신도…… 그런데 육신이란 말은…… 어쩐지 욕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들어 혜진이 급격히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느꼈지만 혜영은 절대 그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자신만이 혜진과 세상을 이어줄 유일한 밧줄인 걸 아니까. 그런데도 쉽사리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육신…… 육신…… 그 말이 자꾸 입안을 맴돌았고, 니 육신…… 내 육신…… 하면 왜 더 심한 욕 같은가…… 그런 생각만 들었다.


엄마 진짜 귀신같지 않냐?
혜진이 말했고 혜영은 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진짜 귀신같은 게, 내가 언제 약간 행복해지고 내가 언제 약간 기분좋아지는지를 딱 노리고 있다가, 딱 재 뿌리는 시점을 엄마는 귀신같이 아는 것 같아.
엄마가 무슨…… 뭘 그렇게 노리고 뿌리고…… 그러다 혜영은 쿡 웃었다. 그럴 만큼 남의 일에 부지런한 분 아니야.
그러니까 귀신같다는 거지. 의도가 없는데도 딱 그렇게 하니까. - 깜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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