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의 단편 '사랑에 대하여'(1898)는 그의 유명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부인)'(1899)과 쌍둥이 같다. 둘 다 여주인공의 이름이 안나.



Lady in Moscow, 1912 - Wassily Kandinsky - WikiArt.org


체호프 단편집 '사랑에 관하여'(펭귄클래식) 표지는 칸딘스키의 그림.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세요? 그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그녀의 눈, 내게 내미는 작고 우아한 손, 그녀의 실내복, 그녀의 방식으로 손질된 머리, 목소리, 발걸음에서, 난 늘 내 인생에서 새롭고 특별하고 매우 중요한 그 무엇이라는 인상을 똑같이 받곤 했습니다.

우리는 여러 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 생각에 잠겨 조용히 침묵하기도 하고, 그녀가 피아노를 쳐주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집에 없을 때도 안에 들어가 유모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이와 놀거나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거나 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안나 알렉세예브나가 돌아오면 현관까지 마중 나가서 그녀가 사 온 물건 꾸러미들을 받아 들고 엄청 행복하고 진지한 소년처럼 그녀를 따라가곤 했죠.

안나 알렉세예브나와 나는 가끔 같이 극장에 가곤 했는데, 갈 땐 늘 걸어서 갔고, 극장에서는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앉았어요. 그녀가 말없이 건네주는 작은 쌍안경을 받아들 때마다 그녀가 내 사람인 듯 친근하게 느껴졌고, 우리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공연한 오해를 살까 봐 극장에서 나오면 곧바로 작별 인사를 하고 낯선 사람들처럼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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