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은 '나의 할머니에게'(윤성희,백수린,강화길,손보미,최은미,손원평 공저) 마지막 수록작 '아리아드네 정원'(손원평)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Ariadne, 1890 - George Frederick Watts - WikiArt.org


손원평 작가가 참여한 작품집 '몬스터'를 발견하고 담아둔다. 다른 참여작가들도 쟁쟁하다.





손원평의 「아리아드네 정원」은 기억 속 혹은 지금 여기의 할머니가 아닌, 근미래의 할머니를 그린다. 이때 ‘할머니’는 단어에 담기기 마련인 온기나 질감을 잃고, 그저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워진 "늙은 여자"(199쪽)를 지칭할 뿐이다.

청소와 말동무를 해주러 유닛에 방문하는 20대의 복지 파트너들은 떨어진 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이민자 수용 정책을 펼치며 생겨난 이들의 자녀다. 바로 그러한 처지 때문에 차별받는 젊은 그들이 말한다.

"가장 답답한 건 젊다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젊음은 불필요한 껍데기 같아요. 차라리 몸까지 늙었으면 좋겠어요. 남아 있는 희망도 없이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건 절망보다 더한 고통이니까요."(219쪽) - 발문_황예인 · 아직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대사회에서 유닛의 존재는 필연적이다. 민아가 머무는 유닛 D의 정식 명칭은 ‘아리아드네 정원’이다. 각각의 유닛엔 다채로운 이름들이 있고 그 누구도 유닛을 대놓고 A, B, C, D로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예전 임대 아파트들의 이름이 그랬듯, 아리아드네 정원은 명칭을 듣는 순간 D 등급으로 각인되는 곳이다.

"할머니만은, 할머니만큼은 우리에게 정말 가족 같은 분이셨어요. 뵙지 못해도 기억 속에 언제까지나 좋은 분으로 남아 있을 거예요." 유리가 덧붙였다.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맙다는 눈빛으로.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도 조금의 시간이 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마지막 얘기를 들려주세요. 멋진 사랑 얘기를요. 현실을 잊을 만큼 아름다운 얘기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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