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의 사색. 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이명현 역) 하권이 출처. 이 달에 세 권짜리 새 에디션으로 (재)출간되었다(표기를 '카레니나'로 바꿈).

Pixabay로부터 입수된 Анна Иларионова님의 이미지


왜방풍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4XXXXX53512


〈그래,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해.〉 눈앞에 불쑥 솟은 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 개밀 줄기를 따라 오르다가 왜방풍 잎사귀에 가로막힌 녹색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레빈은 생각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 그는 딱정벌레를 방해하는 왜방풍 잎을 걷어 내고는 다른 줄기를 구부려 벌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면서 생각했다.

〈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어. 다만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재인식했을 뿐. 나는 과거에 내게 생명을 줬고 현재도 내게 생명을 주고 있는 그 힘을 깨달은 거야. 기만에서 해방되어 내 주인을 인식하게 된 거야.〉

그는 지난 2년간 이어져 온 사유의 궤적을 간략하게 반추해 보았다.

그는 배를 깔고 누운 채, 풀을 다치지 않게 하려 애쓰며 줄기로 매듭을 묶기 시작했다. - 8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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